종교 91

정양모 신부 "영원을 그리워하는 인간은 참 희한한 동물"

[백성호의 현문우답] “인간은 영원을 그리워하는 참 희한한 동물이다.” 8일 경기도 용인에서 ‘성서신학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정양모(86) 신부를 만났다. 정 신부는 프랑스에서 3년, 독일에서 7년간 공부했다. 프랑스어와 독일어, 영어는 물론이고 예수가 썼던 아람어와 히브리어, 그리스어와 라틴어에도 능통하다. 광주 가톨릭대와 서강대, 성공회대 교수를 역임한 정 신부에게 ‘인간과 종교’를 물었다. 정양모 신부가 25일 경기도 용인 자택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Q : 한 마디로 종교란 무엇인가. A : “인생의 의미를 찾는 것이다.” Q : 왜 종교를 통해 인생의 의미를 찾나. A : “모든 동물은 먹거리에 탐닉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인간은 다르다. 의식주 해결로 만족하지 않는다...

종교 2021.07.15

[박종순 목사의 신앙상담] 제사에 쓰였던 음식 먹어도 되나

주님이 주신 음식이란 믿음으로 먹길 Q : 종가댁 셋째 며느리입니다. 제사가 끝나면 제사 음식을 먹게 됩니다. 먹어도 괜찮은지요. A : 바울 사도가 고린도교회에 주신 교훈을 살펴보겠습니다. 당시 고린도는 그리스의 대도시로 인구가 60만명 정도였습니다. 올림픽 경기를 본떠 이스무스 경기를 개최했습니다. 우상숭배와 도덕적 타락이 극심했고 아프로닛트 여신전 안에는 1000명의 여승들이 있었습니다. 바울은 고린도교회 교인들에게 “너희는 우상숭배하는 자가 되지 말라”(고전 10:7)고 했습니다. 우상숭배 금지는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신 계명이었습니다.(출 20:4) 고린도가 우상숭배 도시였던 탓에 시중에 유통되는 식품들은 신전 제사를 거쳐 나온 것들이었습니다. 그것들을 ‘먹어야 하는가’하는 문제가 교..

종교 2021.04.05

절 더부살이 산신각, 왜 대웅전보다 높은 곳에 있을까

강원도 영월과 경북 영주 사이에 있는 고치령 정상에 홀로 서 있는 산령각. 고고학은 땅속에서 유물을 발굴한다. 땅속의 유물을 통해서 고대인의 생활양식을 발견해 내고 추론해 낸다. 고고학 전문가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3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간이 사는 것은 별반 다를 게 없다고 한다. 구석기시대나 지금이나 인간의 생로병사는 변한 게 없기 때문이다. 1만년 전에도 늙고 병들어 죽고 억울하게도 죽고 생존의 압박에 쪼들려 살았다. 그때라고 편하게 산 것이 아니다. 이 압박과 고통은 지금도 변한 게 하나도 없다. 변한 것이라고는 포장지와 디자인뿐이다. 수천 년 전 조상들의 삶이 우리와 비슷하다고 확인하는 순간 거기에서 어떤 안도감이라고나 할까, 그 어떤 항심(恒心)이 발생한다. 현세의 고통을 초월적인 입장에서 ..

종교 2021.01.08

종교마다 악마가 있다

종교마다 악마가 등장한다. 사람들은 그 악마를 밖에서 찾기도 하고, 또 내 안에서 찾기도 한다. 보리수 아래서 수행하던 싯다르타에게도, 광야에서 금식하던 예수에게도 어김없이 악마가 나타났다. 실제 악마가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으냐를 떠나서 악마가 의미하는 게 무엇인가를 제대로 이해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과연 각 종교의 경전마다 등장하는 악마는 본질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종교마다 악마가 있잖아요. 그런데 그 악마가 정말 있는 건가요? “종교에는 악마가 등장합니다. 가령 부처님이 숲 속에서 홀로 수행할 때 악마가 나타났었죠. 또 예수님이 광야에서 40일간 금식하며 묵상할 때도 악마가 나타났어요.” 광야에서 40일간 금식하던 예수에게도 악마가 나타나 유혹을 했다. [중앙포토] 그게 정말 뿔 달..

종교 2020.12.29

함무라비 법전 깬 예수···"원수 사랑하라"엔 비밀코드 있다

예수님 말씀 중에 참 이해가 안 가는 게 하나 있습니다. ‘원수를 사랑하라!’. 말씀은 좋습니다. 그런데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또 원수는 원수잖아요. ‘솔직히 왜 원수를 사랑해야 하나?’ 속마음은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요? 그런데도 예수님은 "원수를 사랑하라"고 했습니다. 거기에 담긴 비밀 코드는 무엇일까요? 정희윤 기자가 묻고, 백성호 종교전문기자가 답합니다. “쉽지 않은 일이죠. 원수는 원수니까. 더 미워하지 못해 오히려 속이 상하는데, 원수를 사랑하라니. 그건 듣기에만 좋지, 실제로 실천할 수 있는 말씀이 아니지 않나.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럼 예수님은 왜 굳이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신 거에요? 내 속은 타들어가는데, 왜 굳이 나 자신보다 원수를 ..

종교 2020.10.27

숭늉 그릇을 깬 만공 스님? 생각의 패러다임을 깨는 법

불교의 선문답 일화는 수수께끼입니다. 그것도 도무지 풀 수 없는 수수께끼일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저 ‘엉뚱한 이야기’로 치부하거나 무시해 버릴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알고 나면 다릅니다. 거기에는 대단한 놀라움과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오늘은 그런 선문답 일화를 다루어보겠습니다. 정희윤 기자가 묻고, 백성호 종교전문기자가 답합니다.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풀리지 않는 선문답 이야기가 하나 있어요. 수월 스님과 만공 스님의 숭늉그릇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도 막막했고, 지금도 정말 막막하거든요. “일제 강점기 때 경허 선사라는 스님이 있었어요. 거의 꺼져가던 한국 선불교를 되살린 분이에요. 경허 선사에게 제자가 셋 있었어요. 수월, 혜월, 만공. 이 세 사람을 ‘경허의 세 달’이라고 ..

종교 2020.09.30

우주의 법칙같은건 무시하고, 제 욕심만 들어주세요

“해야, 기브온 위에, 달아, 아얄론 골짜기 위에 그대로 서 있어라. 그러자 백성들이 원수들에게 복수할 때까지 해가 그대로 서 있고 달이 멈추어 있었다.”(여호수와기 10, 12) 지금으로부터 3천여년전 여호수와는 가나안 땅에서 평화로이 잘 살고 있던 아모리족을 공연히 쳐들어가 놓고는 적반하장격으로 주님께 아뢰기를 해와 달이 그대로 서 있게 해달라고 빌었답니다. 그래서 해와 달이 멈추자 이스라엘족속들은 이방인 아모리족을 모조리 말살시켜버렸다지요. 아직 인류가 철이 들기 전 하느님을 자신들의 뒷배나 보아주는 뒷골목 큰 형님쯤으로 여기던 시절 이야기입니다. 19세기 미국 작가 엠브로스 비어스라는 이가 을 편찬했는데 너무도 재미있고 정곡을 찌르는 책이어서 그만 악마도 웃어버렸답니다. 그 사전은 ‘기도’를 이렇..

종교 2020.07.20

아담에겐 이브 아닌 딴 여자 있었다…인류최초 '부부의 세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성경 속 첫 인류는 아담과 이브입니다. 다시 말해 아담과 이브는 서로가 첫 연인인 셈이기도 하죠. 그런데! 인류 최초의 여자가 이브가 아니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담에게 또 다른 여자가 있었다는 거잖아요. 아니, 이게 ‘부부의 세계’도 아니고 무슨 소리죠? '백성호의 현문우답'의 영상편입니다. 중앙일보 정희윤 기자가 묻고, 백성호 종교전문기자가 답합니다. 구약성경에는 인류 최초의 여성이 이브라고 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브가 첫 여성이 아니라고요. 그럼 누구입니까? 유대 신화에는 신이 창조한 최초의 여성으로 릴리트가 등장한다. [중앙포토] “‘릴리트’라는 여성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신이 창조한 첫 인류가 ‘아담과 이브’라고 알고 있습니다. 영어 성경에서는 ‘이브’, 히브리어..

종교 2020.05.15

제도 종교의 시대 막 내렸다…이젠 종교에서 영성으로

서구의 교회당 갈수록 텅텅 비어 사람들이 외면하는 건 제도종교 예수와 붓다는 영성에 무게 중심 생각하는 신자라야 종교가 살아 “제도 종교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이제는 종교에서 영성으로 가야 한다.” 지난달 23일 강화도에 있는 심도학사(尋道學舍)를 찾았다. 길희성(77) 서강대 종교학과 명예교수가 사재를 털어 지은 곳이다. 고전과 경전을 공부하며 ‘삶의 길(道)’을 찾는 곳이다. 길 교수는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한 뒤 예일대 신학부에서 석사,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비교종교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세인트올라프 대학 종교학과 교수, 서울대 철학과 교수, 서강대 종교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그에게 ‘종교와 영성’을 물었다. 길희성 명예교수는 "종교는 제도화할 수 있어도, 영성은 제도화할 수가 없다"..

종교 2020.04.29

정양모 신부 "동정녀 탄생 예수, 옆구리 탄생 붓다의 공통점"

“성찰 이전에 교리 중심으로 살 때는 삶이 편했다. 그저 교리를 외우기만 하면 됐으니까.” 정양모(85) 신부는 국내에서 ‘성서 신학의 일인자’로 꼽힌다. 그렇다고 성서의 문자적 해석에만 매달리는 학자가 아니다. 그는 15년째 다석학회장을 맡고 있다. 다석 유영모는 함석헌과 김교신의 스승이다. 서구에서 유입된 기독교 신학이 아니라, 자신의 가슴에서 길어올린 ‘토종 기독교 영성’을 노래했던 영성가다. 다석의 글과 설교는 그만큼 깊이가 있고, 울림도 크다. 정양모 신부는 "신약성서에서 내게 가장 감동적인 말씀은 '하느님은 사랑이시다'라는 구절이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정 신부는 프랑스에서 3년, 독일에서 7년간 공부했다. 성서 신학으로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프랑스어ㆍ독일어ㆍ영어..

종교 2020.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