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88

"이럴 때 하느님이 기도 들어주십니다" 故정진석 추기경의 답

[백성호의 한줄명상] “어떤 마음으로 기도해야 하나요?” #풍경1 고(故) 정진석(1931~2021) 추기경은 원래 공학도였습니다.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다니다가 한국전쟁이 터졌습니다. 그는 국민방위군에 소집됐고, 통신장교로 한국전쟁에서 복무했습니다. 정진석 추기경의 꿈은 처음에 과학자였다. 그런데 한국전쟁에서 사용된 무기들이 과학자에 의해 발명된 것을 보고서 좌절했다. [중앙포토] 그는 과학자를 꿈꾸는 젊은이였습니다. 서울대 공대에 입학했으니, 그는 한 발짝 성큼, 꿈에 다가가 있었습니다. 느닷없이 터진 한국전쟁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습니다. 무엇보다 전장에서 직접 체험한 전장의 참상은 그에게 큰 물음을 던졌습니다. 함께 밥을 먹고, 함께 대화를 나누고, 함께 잠을 자고, 함께 행군하던 전우가..

종교 2022.07.27

스위스 로잔엔 '법계사'가 있다…성철스님 화두 쥔 영국 스님

[백성호의 한줄명상] “모든 것이 완전하다!” #풍경1 스위스 로잔에는 법계사라는 법당이 있습니다. 그 절을 세운 이가 무진(無盡ㆍ73) 스님입니다. 푸른 눈을 가진 비구니 스님입니다. 무진 스님의 아버지는 영국 사람입니다. 저명한 식물학자이자 대학교수였습니다. 무진 스님의 어머니는 캐나다 사람입니다. 그래서 무진 스님의 국적은 영국과 캐나다입니다. 그런데도 무진 스님의 한국 사랑, 더 정확히 말하면 한국 불교에 대한 사랑은 참 대단하고, 또 각별합니다. 한국 불교의 무엇이 그를 그토록 매료시켰던 걸까요. #풍경2 어린 시절, 무진 스님은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살았습니다. 식물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캐나다ㆍ이라크ㆍ스위스ㆍ나이지리아ㆍ영국 등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어릴 때부터 자연..

종교 2022.07.20

'천하의 잡놈'이 부처로 보일 때까지…45년간 무식하게 찾아간 곳

[백성호의 한줄명상] “부처님 만나는 심정으로 교도소 찾아갑니다.” #풍경1 경북 울진의 불영사(佛影寺)는 천년 고찰입니다. 신라 진덕여왕 5년(651)에 의상 대사가 창건한 절입니다. 지금은 비구니 사찰입니다. 1984년 겨울, 불영사 선방에는 동안거(冬安居)에 들어간 비구니 수좌들이 수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겨울 석 달간 산문 출입을 금한 채 선방에서 좌선만 하며 수행하는 걸 동안거라고 부릅니다. 정현 스님은 45년 넘는 세월 동안 교도소 법회를 이어오고 있다. [중앙포토] 그해에 선방 스님들이 단체로 간염 검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병원에서 ‘정현’이라는 비구니 스님에게 ‘사형선고’를 내렸습니다. “두 달밖에 못 산다. 선방에서 나와 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아라.” 절집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동안..

종교 2022.07.06

훈수 둘 때 훨씬 잘 보이는 까닭, 남의 바둑판엔 이게 없다

[백성호의 한줄명상] “사흘 닦은 마음은 천 년의 보배다.” #풍경1 소년은 15살이었습니다. 하루는 마을 근처에 있는 절에 놀러 갔습니다. 거기서 동자승을 만났습니다. 동자승은 그에게 명구(名句) 하나를 읊었습니다. “삼일수심(三日修心)은 천재보(千載寶)요. 백년탐물(百年貪物)은 일조진(一朝塵)이다.” 무비 스님은 15살 때 절에 놀러 갔다가 마음공부에 대한 글귀를 듣고서 감동을 받고 출가했다. [중앙포토] 뜻을 풀면 이렇습니다. 사흘 닦은 마음은 천 년의 보배요, 백 년 탐한 재물은 하루아침의 티끌이다. 소년은 상당히 조숙했었나 봅니다. 그는 이 말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큰 감동도 받았습니다. 자신이 갈 길이 바로 이 길임을 직감했습니다. 소년은 그 길로 몰래 집을 나와 출가를 했습니다. ..

종교 2022.06.15

17명의 인문학 고수들이 말한다, 이게 바로 행복의 비밀

[백성호의 한줄명상] “고통과 행복은 자연의 일부다” #풍경1 궁금했습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사람마다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이 다르고, 사람마다 꿈꾸는 행복의 풍경이 달랐습니다. 사람들마다 꿈꾸는 행복의 풍경은 다르다. 밤하늘의 별처럼 다양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거기에는 공통분모가 있지 않을까. 그런 물음을 안고 인문학자들을 만났다. [중앙포토] 그래도 무언가 공통분모가 있지 않을까. 그런 물음표를 안고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인문학자 17명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심리학자부터 종교학자, 천체물리학자, 역사학자, 철학자, 교육학자, 미학자, 생물학자 등 17개 인문학 분야의 고수들을 만났습니다. 혹자는 묻더군요. 천체물리학은 과학이 아니냐. 과학이 어떻게 인문학이냐고 말입니다. 사실 ‘인문학(人文學)’의..

종교 2022.05.25

"부부 다툼 해법이 용서·화해? 결코 아니다"…해결사의 조언

[백성호의 한줄명상] “당신은 그대로 있어.” #풍경1 결혼을 한 사람이라면 다들 부부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문제의 크기가 작을 수도 있고, 클 수도 있습니다. “우리 부부에게는 티끌만 한 문제도 없다!” 이렇게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은 그야말로 극소수이겠지요. 원불교 권도갑 교무는 "배우자를 자신의 거울로 볼 줄 알 때 비로소 부부의 문제를 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포토] 원불교의 권도갑 교무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그는 ‘부부 문제 해결사’로 불리었습니다. ‘행복한 부부 캠프’를 종종 열면서 부부 사이의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를 건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궁금했습니다. ‘문제없는 부부’는 세상에 없다는데, 우리가 그 문제를 풀려면 어찌해야 할까. 저는 그걸 물었습니다. #..

종교 2022.05.11

“주위에 힘들어하는 이 돕는 그대가 바로 부처”

부처님오신날 천태종 총무원장 무원 스님 인터뷰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지난달 28일 충북 단양의 구인사(救仁寺)로 갔다. 소백산(小白山) 아홉 봉우리 중 제4봉인 수리봉 아래 자리한 사찰이다. 해발 600m의 구인사 절터는 ‘소백산 연화지(蓮花地)’로 통한다. 멀리서 보면 지세가 연꽃 모양이다. 봄에는 영산홍이 만발해 홍련(紅蓮), 여름에는 녹음이 우거져 청련(靑蓮), 가을에는 단풍이 고와서 황련(黃蓮), 겨울에는 눈에 싸여서 백련(白蓮)으로 불린다. 오는 8일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천태종 본산인 구인사에서 무원(64) 스님을 만났다. 그는 지난달 취임한 천태종의 신임 총무원장이다. 스승 찾아서 구인사 출가 언제 출가했나. “고향이 강원도 강릉이다. 출가 전부터 오대산 월정사에 다니면서 『초발심자경문(初發..

종교 2022.05.06

'무소유' 법정 스님 다비식…제자가 외친 한마디, 그 깊은 이치

[백성호의 한줄명상] “상처의 존재 이유는 치유다.” #풍경1 독일 출신의 안젤름 그륀 신부는 가톨릭 수도자이자 영성가로 유명합니다. 저술한 책만 약 100권에 달합니다. 오래 전에 그를 서울 명동에서 만난 적이 있습니다. 처음 마주했을 때, 눈에 확 들어온 것은 그륀 신부의 ‘눈’이었습니다. 독일 가톨릭의 베디딕도 수도회 소속인 안젤름 그륀 신부는 저명한 영성가다. [중앙포토] 아주 맑았습니다. 아무런 설명이나 소개가 없어도 아, 이 사람은 수도자구나. 그걸 알 수 있었습니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영성가에게 저는 물음을 던졌습니다. 인간의 상처와 치유, 거기에 대해서 물었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이라면 누구나 풀고 싶어하는 삶의 숙제이니까요. #풍경2 투명한 눈망울의 그륀 신부는 이렇게 입을 뗐습니다. “나..

종교 2022.04.13

공자가 점치려고 가죽끈 3번 끊어지게 봤겠나…주역은 '명상'

[백성호의 한줄명상] “군자는 주역을 깊이 명상한다.” #풍경1 ‘주역(周易)’ 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세요? 열에 아홉은 “그건 점치는 책 아니야?”라고 말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그런 점 치는 책을 안고서 공자는 가죽끈이 세 번이나 끊어지도록 읽었다고 하니 말입니다. 공자 공자 당시에는 종이가 없었습니다. 대나무를 길쭉하게 쪼갠 조각에다 글자를 쓰고, 구멍을 낸 뒤 가죽끈으로 이어서 묶은 게 ‘죽간(竹簡)’이라는 책이었습니다. 그런 가죽끈이 세 번이나 끊어졌으니 공자가 얼마나 주역을 아꼈는지 알만합니다. 그럼 공자는 왜 ‘주역(周易)’을 그렇게 아꼈을까요. 주역이 단순히 점치는 책이라면 공자가 정말 점치는 일에 그토록 심취했던 걸까요. 유학(儒學)은 ‘동양 사상의 정수’로 불립니다. ..

종교 2022.03.23

"두드려라, 열릴 것이다"…욕망의 종교와 영성의 종교 사이

[백성호의 예수뎐]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누구든지 청하는 이는 받고, 찾는 이는 얻고, 문을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다.”(마태오 복음서 7장 7~8절) 종교는 늘 두 가지 길로 갈라질 가능성이 있다. 하나는 기복종교이고, 또 하나는 영성의 종교이다. 렘브란트가 그린 예수의 초상화. [중앙포토] 마술 같은 소리가 아닌가. 청하면 받는다니, 찾기만 해도 얻는다니, 문을 두드리기만 해도 열린다니 말이다. 한마디로 ‘도깨비방망이’다. “금 나와라! 뚝딱!” 하고 땅바닥을 두드리기만 해도 원하는 것이 이루어진다. “은 나와라! 뚝딱!” 하고 내려치기만 해도 바라는 대로 우수수 쏟아진다. 그런 종교라면 “믿습니다!” 한마디에 ..

종교 2022.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