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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가가의 문신

[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31〉 작가의 작가, 예술가의 예술가인 사람들이 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도 그러한 작가 중 하나다. 작가들은 물론이고 매릴린 먼로, 더스틴 호프먼 같은 배우들까지 그를 우러러보았다. 가수인 레이디 가가는 아예 릴케의 말을 팔에 문신으로 새겼다. 사실 그의 문신은 릴케의 편지에 나오는 독일어 문구다. 그 편지의 어떤 점이 그를 홀리게 만든 걸까. 스물일곱 살의 젊은 시인이 쓴 편지가 얼마나 심오하기에 평생 지워지지 않게 문신을 한 걸까. “한밤중에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글을 못 쓰게 하면 죽을 것인지.” 그는 예술이 단순한 낭만이나 감상이 아니라 죽기 살기로 해야 하는 것이라는 릴케의 말에서 진정한 예술정신을 엿보았다. 그것은 릴케가 군사학교에 다니던 열아홉 살의 시인 지망생..

2022.02.23

[설날에 읽는 최영미의 어떤 시] 두 번은 없다 (Nic dwa razy)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 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란 없는 법.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중략) 너는 존재한다-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그러므로 아름답다 (후략) -비스와바 쉼보르스카(Wislawa Szymborska 1923~2012) (최성은 옮김) * 이 시에서 가장 멋진 표현은 ‘두 개의 투명한 물방울처럼’이다. 인류에 대한 참으로 멋진 비유 아닌가. 시를 읽으며 하얀 접시 위에 떨어진 두 개의 눈물같은 물방울을 상상했다. 혹은 ..

2022.02.03

“인간은 얼굴 들고 별을 바라보는 유일한 동물”

[김영민의 문장 속을 거닐다] 獨 시인 프리드리히 횔덜린 “땅 위에 척도가 있느냐? ” 빈센트 반 고흐의 명화 '별이 빛나는 밤'. “땅 위에 척도가 있느냐? 그런 것은 없다. 천둥 가는 길을 창조주의 세계는 막지 않지 않느냐 태양 아래 피어난 한 송이 꽃 또한 아름답다. 인간의 눈은 삶 속에서 때로 꽃보다 아름답다고 할 것들을 본다.” -프리드리히 횔덜린 밤하늘 별을 보며 상념에 젖으려고 천문학과에 간 사람이나, 인생의 의미를 알고 싶어 철학과에 간 사람이나, 정치적 카리스마를 얻으려고 정치학과에 간 사람들은 결국 당황할 것이다. 오늘날 그 분야 전문가들은 별과 인생과 정치의 신비를 음미하기보다는 자연과 사회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데 주로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천문학자 심채경이 말하지 않던가. ..

2021.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