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23

사람들은 왜 돈을 악착같이 벌려고 할까

[돈의 심리] 돈 자체보다 무시당하지 않고 존중받으려는 게 근본 목적 사람 사이에서 터부시되는 주제 중 하나가 돈이다. “나는 돈이 좋아” “돈을 버는 게 가장 중요해” “다른 것보다 돈을 선택하겠어” 이런 말은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인간은 돈보다는 뭔가 중요한 다른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돈은 다른 가치에 비해 좀 천박하고 세속적이다. 그래서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는 종교인은 돈에 욕심을 내고 돈을 추구하는 모습을 부정적으로 본다. 정말 돈에 욕심을 내는 게 안 좋은 것일까. 일단 뭔가에 욕심을 내는 것 자체는 어떤가. 불교 등에서는 욕심을 버릴 것을 강조하는데, 뭔가를 욕심을 가지고 추구하는 것 자체가 옳지 않은 일 아닌가. 내 경험에서 보자면, 나는 학계에 종사했다. 학자 중에는 지위, 권력..

철학 2024.03.24

이런 상상은 불온한가?

[박연준의 응시 #23] 상상은 생각의 줄넘기다. 생각이 즐겨 하는 유산소 운동. 한 바퀴 두 바퀴, 줄을 넘는 생각이 어느 순간 훌쩍, 다른 곳으로 월경(越境)하는 일이다. 공상이 ‘열기구에 탄 상상’처럼 닿을 수 없는 곳으로 멀리 달아나는 것이라면, 상상은 새처럼 날아오르다 언제든지 지면에 착지할 수 있는 유연함을 갖고 있다. 스무 살 무렵 프란츠 카프카를 좋아했다. 나를 사로잡은 작품은 《변신》이었다. 어느 아침 주인공이 벌레로 변신한다니 설정이 신선했다. 말이 되지 않아도 어느 한 세계를 치밀하게 그려내면 핍진성이 생긴다는 것을 카프카에게 배웠다. 작품에 내재된 의미를 생각한 건 한참 후였고, 당시엔 사람이 벌레로 변신한다는 설정에 꽂혀 비슷한 소설을 흉내 내어 써보느라 야단이었다. 카프카의 아류..

철학 2023.08.11

유시민을 위한 칸트 강의

진중권 광운대 교수 “검찰이 왜 이토록 집요하게 이재명을 노리는가? 윤 대통령이 시켰다고 보는 게 합당하다.” 유시민 씨의 말이다. 그럼 왜 윤 대통령은 그런 지시를 내렸는가? 그는 두 가지 ‘가설’을 제시한다. 하나는 감정설, 다른 하나는 전략설이다. 감정설은 “대통령이 이재명을 싫어해 감옥에 집어넣으라고 지시했다”는 것, 전략설은 “구속영장 청구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이재명을 계속 흠집 내” 민주당을 내부 분열의 늪에 빠뜨리기 위한 대통령의 계략이라는 것이다. 이어서 그는 제 가설들을 차례로 기각한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일국의 대통령이 설마 사적 ‘감정’ 때문에 그런다고 믿을 수 있겠는가? 나아가 윤 대통령은 머리가 나빠서 그런 치밀한 ‘전략’을 짤 수준도 못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론은 ‘나..

철학 2023.02.24

고독사(孤獨死)에 대하여

[조용헌 살롱] 고독사(孤獨死)하는 사람의 50%가량이 50~60대 남자라는 통계가 있었다. 포인트는 나이 든 여자보다는 남자가 많이 고독사를 한다는 사실이다. 왜 늙어가는 남자가 많이 할까? 동물 다큐에서 본 수사자의 말로와 비슷한 것 같다. 대부분의 수사자는 고독사를 한다. 암사자를 포함하여 대략 10여 마리 정도의 사자 무리를 거느린다. 평상시 사냥은 주로 암사자들이 하고 수사자는 사냥에 참가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배 깔고 누워있다가 암사자들이 힘들게 사냥해온 먹잇감을 뺏어 먹는 행태를 보인다. 수사자가 밥값을 할 때는? 하이에나 암놈 대장을 잡아 죽일 때이다. 동물의 세계에서 드물게 하이에나는 암놈이 ‘오야붕’이다. 암사자는 하이에나 암놈 대장을 잘 못죽이는 것 같다. 수사자가 입에 거품을..

철학 2023.01.16

시간의 족쇄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법

[김영민의 문장 속을 거닐다] 제발트의 ‘아우스터리츠’ 시간이란 무엇인가? “왜 시간은 한 곳에서는 영원히 정지하거나 점차적으로 사라지고, 다른 장소에서는 곤두박질을 치나요? 우리는 시간이 수백 년 혹은 수천 년 동안 일치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을까요.” –W.G. 제발트 ‘아우스터리츠’ 중에서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1904~1989)의 '기억의 지속'(1931). 나뭇가지에 걸린 채 줄줄 녹아내리는 듯한 시계는 사람이 인식하는 시간 개념을 담고 있다. /뉴욕현대미술관 지난 세기 많은 서구 지식인들이 이성을 통해 역사가 진보했다고 믿었다. 그 주된 근거는 압도적인 생산력이다. 인간이 이성에 따라 자연을 ‘지배’하자, 전과는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생산물을 얻게 되었다. 기아로 죽는 사람들..

철학 2022.06.25

“무너지지 않기 위해”… 죽음의 수용소에서 이 작가를 공부했다

[박종호의 문화一流] 2차대전 폴란드 전선 소련군 포로가 된 장교들 4000명→400명→79명… 처형·노역에 죽어가면서도 일과 뒤 모여 함께 공부해 죽음의 수용소에서 이루어진 문학 강의 - 미래가 없는 상황에서 인간은 무엇으로 존재를 확인하는가? - 제2차 세계대전의 전장들 중에서도 가장 치열했던 폴란드 전선에서, 소련군에게 포로로 잡힌 폴란드 장교들은 1939년 10월부터 하리코프 근교의 포로수용소에 수용됐다. 1940년이 되자 그들은 몇 개의 무리로 나뉘어 다시 북쪽으로 이송되었다. 처음에 4000명이었는데, 처형과 노역에 의한 죽음으로 점점 사라지고 400명이 되었다. 그러다가 마지막의 그랴조베츠 수용소에 남은 숫자는 불과 79명이었다. 그들은 폭격으로 거의 폐허가 된 수도원 건물에 수용되어 계속 ..

철학 2021.05.10

운명의 문을 여는 64가지 비밀번호[Monday DBR]

쾅쾅쾅쾅. 운명은 장중하게 문을 두드린다. 문을 열고 입장한 운명은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변주되면서 분위기를 휘어잡는다. 인간은 불안한 눈빛으로 운명을 바라본다. 옷매무새를 고쳐 매고 경건한 자세로 운명을 마주한다. 그리고 싸운다. 운명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쟁취한 인간은 환희의 송가를 부른다.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은 고난에 찬 운명을 극복한 인간 베토벤의 삶을 음표로 옮겨놓은 것이다. 주역의 64괘도 운명의 행적을 기록한다. 주역 64괘는 각자에게 주어진 운명의 문을 여는 비밀번호와 같은 것이다. 주역의 괘는 ‘0’과 ‘1’ 두 숫자의 조합으로 이뤄진다. 0은 수축의 성질을 갖는 음(陰)의 상태를 기호화한 것으로 ‘--’으로 표시하고, 1은 팽창의 성질을 갖는 양(陽)의 상태를 기호화한 것으..

철학 2021.04.05

소크라테스를 죽게 한 ‘프레임’…거짓도 사실로 둔갑

진실의 죽음 1787년 자크 루이 다비드가 그린 ‘소크라테스의 죽음’ . 육체보다 정신을 강조했던 소크라테스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침대에 등 돌리고 고개숙여 앉아 있는 사람이 수제자인 플라톤, 소크라테스의 무릎에 손을 얹은 이가 ‘절친’인 크리톤이다. [사진 위키피디아] “이제 각자의 길을 떠나자. 나는 죽기 위해, 여러분은 살기 위해. 어디가 옳은지는 오직 신만이 알 것이다.” 유죄도 무죄로 만들던 궤변론자 논리가 아닌 감성으로 대중 선동 윤미향 비리 의혹에 친일 프레임 반박 논거 부족한 물타기일 뿐 기원전 399년 아테네 재판정의 한 노인은 이 같은 말을 남긴 채 독배를 들었습니다. 배심원 500명 중 280명이 첫 평결에서 유죄를, 360명이 다음 평결에서 사형을 언도했기 때문입니다. 신에 ..

철학 2020.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