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92

“주위에 힘들어하는 이 돕는 그대가 바로 부처”

부처님오신날 천태종 총무원장 무원 스님 인터뷰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지난달 28일 충북 단양의 구인사(救仁寺)로 갔다. 소백산(小白山) 아홉 봉우리 중 제4봉인 수리봉 아래 자리한 사찰이다. 해발 600m의 구인사 절터는 ‘소백산 연화지(蓮花地)’로 통한다. 멀리서 보면 지세가 연꽃 모양이다. 봄에는 영산홍이 만발해 홍련(紅蓮), 여름에는 녹음이 우거져 청련(靑蓮), 가을에는 단풍이 고와서 황련(黃蓮), 겨울에는 눈에 싸여서 백련(白蓮)으로 불린다. 오는 8일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천태종 본산인 구인사에서 무원(64) 스님을 만났다. 그는 지난달 취임한 천태종의 신임 총무원장이다. 스승 찾아서 구인사 출가 언제 출가했나. “고향이 강원도 강릉이다. 출가 전부터 오대산 월정사에 다니면서 『초발심자경문(初發..

종교 2022.05.06

'무소유' 법정 스님 다비식…제자가 외친 한마디, 그 깊은 이치

[백성호의 한줄명상] “상처의 존재 이유는 치유다.” #풍경1 독일 출신의 안젤름 그륀 신부는 가톨릭 수도자이자 영성가로 유명합니다. 저술한 책만 약 100권에 달합니다. 오래 전에 그를 서울 명동에서 만난 적이 있습니다. 처음 마주했을 때, 눈에 확 들어온 것은 그륀 신부의 ‘눈’이었습니다. 독일 가톨릭의 베디딕도 수도회 소속인 안젤름 그륀 신부는 저명한 영성가다. [중앙포토] 아주 맑았습니다. 아무런 설명이나 소개가 없어도 아, 이 사람은 수도자구나. 그걸 알 수 있었습니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영성가에게 저는 물음을 던졌습니다. 인간의 상처와 치유, 거기에 대해서 물었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이라면 누구나 풀고 싶어하는 삶의 숙제이니까요. #풍경2 투명한 눈망울의 그륀 신부는 이렇게 입을 뗐습니다. “나..

종교 2022.04.13

공자가 점치려고 가죽끈 3번 끊어지게 봤겠나…주역은 '명상'

[백성호의 한줄명상] “군자는 주역을 깊이 명상한다.” #풍경1 ‘주역(周易)’ 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세요? 열에 아홉은 “그건 점치는 책 아니야?”라고 말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그런 점 치는 책을 안고서 공자는 가죽끈이 세 번이나 끊어지도록 읽었다고 하니 말입니다. 공자 공자 당시에는 종이가 없었습니다. 대나무를 길쭉하게 쪼갠 조각에다 글자를 쓰고, 구멍을 낸 뒤 가죽끈으로 이어서 묶은 게 ‘죽간(竹簡)’이라는 책이었습니다. 그런 가죽끈이 세 번이나 끊어졌으니 공자가 얼마나 주역을 아꼈는지 알만합니다. 그럼 공자는 왜 ‘주역(周易)’을 그렇게 아꼈을까요. 주역이 단순히 점치는 책이라면 공자가 정말 점치는 일에 그토록 심취했던 걸까요. 유학(儒學)은 ‘동양 사상의 정수’로 불립니다. ..

종교 2022.03.23

"두드려라, 열릴 것이다"…욕망의 종교와 영성의 종교 사이

[백성호의 예수뎐]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누구든지 청하는 이는 받고, 찾는 이는 얻고, 문을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다.”(마태오 복음서 7장 7~8절) 종교는 늘 두 가지 길로 갈라질 가능성이 있다. 하나는 기복종교이고, 또 하나는 영성의 종교이다. 렘브란트가 그린 예수의 초상화. [중앙포토] 마술 같은 소리가 아닌가. 청하면 받는다니, 찾기만 해도 얻는다니, 문을 두드리기만 해도 열린다니 말이다. 한마디로 ‘도깨비방망이’다. “금 나와라! 뚝딱!” 하고 땅바닥을 두드리기만 해도 원하는 것이 이루어진다. “은 나와라! 뚝딱!” 하고 내려치기만 해도 바라는 대로 우수수 쏟아진다. 그런 종교라면 “믿습니다!” 한마디에 ..

종교 2022.03.19

창조론과 진화론…정진석 추기경의 놀라운 대답

[백성호의 한줄명상] “진화론이냐, 아니면 창조론이냐” #풍경1 고(故) 정진석 추기경은 사제가 되기 전에 공학도였습니다. 서울대 화학공학과에 다니다가 한국전쟁이 터졌고, 전쟁이 끝나자 신학대에 들어가 사제가 됐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정 추기경은 종교인이면서도 과학적ㆍ이치적 사고를 하는 분이었습니다. 고(故) 정진석 추기경은 공학도 출신에다 사제가 되기 전의 꿈은 과학자였다. [중앙포토] 저는 정 추기경께 ‘진화론’에 대해서 물은 적이 있습니다. 어찌 보면 난감한 질문일 수도 있었습니다. 흔히 창조론과 진화론은 결말이 나지 않는, 영원히 평행을 달리는 철로의 두 레일과 같다고도 하니까요. 더구나 추기경이라는 고위 성직에 계신 분이 괜히 대답을 했다가 괜한 논란을 불러올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추기경께..

종교 2022.03.09

성철 스님의 일갈 "무식한 포수가 돼라, 그래야 호랑이 잡는다"

[백성호의 한줄명상] “호랑이 잡으려면 무식한 포수가 돼라.” #풍경1 불교에는 『종경록(宗鏡錄)』이란 책이 있습니다. 북송 시대 때 영명연수(永明延壽, 904~975)라는 선사가 지은 책입니다. 선(禪)과 교(敎)가 하나로 통하고, 세상만물이 일심(一心)임을 설파하는 내용입니다. 성철 스님은 1967년 해인사에서 100일간 법문을 했다. 당시 해인사에는 법문을 들으려는 청중으로 빼곡했다. [중앙포토] 성철 스님(1912~93)은 해인사에서 백일 동안 법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1967년 12월 4일부터 68년 2월 18일까지 법문은 100일가량 이어졌습니다. 당시 해인사 산중에는 청중으로 빼곡했다고 합니다. 그걸 ‘성철 스님의 백일법문’이라고 부릅니다. 성철 스님은 백일법문을 할 때 『종경록』을 인용하..

종교 2022.03.02

"마음 밖에 법 없다, 내겐 마음밖에 없다" 무덤서 깨우친 원효

[백성호의 한줄명상] “마음 바깥에 법이 없다(心外無法).” #풍경1 34세의 원효는 당나라 유학이 좌절됐습니다. 고구려를 거쳐 요동까지 갔으나 당나라 입국은 하지 못했습니다. 고구려 국경수비대에 붙잡혀 다시 신라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원효 대사는 고구려 국경수비대에게 발각돼 당나라 유학이 좌절된지 11년만에 의상과 함께 다시 뱃길로 당나라행을 시도헀다. [중앙포토] (中)원효는 왜 무덤 속에서 깨달았나…“마음 바깥에 법이 없다.” 그로부터 10년 세월이 흘렀습니다. 삼국의 치열한 쟁탈지였던 서해의 당항성을 신라가 차지했습니다. 당항성에는 중국으로 가는 항구(지금의 경기 화성)가 있습니다. 당나라로 가는 뱃길이 열린 셈입니다. 45세의 원효는 의상과 함께 다시 당나라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10년 세월이 ..

종교 2022.01.26

“두 날개의 새” 원효대사의 반전…그는 원래 ‘칼의 달인’이었다

[백성호의 한줄명상] “자기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하는 건 날아가는 새의 두 날개와 같다.” #풍경1 한국 불교사에서 우뚝 솟은 봉우리 중 딱 하나를 꼽는다면 누구일까요. 불교계에서는 원효 대사(617~686)를 꼽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원효 대사는 열 두 살 때 부모를 모두 잃었다. 아버지는 고구려와의 전투에서 전사했다. [중앙포토] (上) 원효 대사는 무예 뛰어난 화랑 출신…“날아가는 새의 두 날개처럼” 원효(元曉)를 우리말로 하면 ‘첫 새벽’입니다. 그러니 원효 대사는 ‘새벽 대사’였습니다. 『삼국유사』에는 당시 신라인들이 그를 순우리말로 “새벽”이라 불렀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물론 거기에는 까닭이 있었습니다. ‘새벽 대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걸출한 인물이었습니다. 원효는 신라 진..

종교 2022.01.19

도마 복음 “천국이 하늘에 있다면, 저 새가 먼저 닿을 터”

[백성호의 예수뎐] 예수의 제자들은 보챘다. 하느님을 보게 해달라고 예수에게 졸랐다. 빌립은 예수에게 이렇게 매달렸다. “주님, 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주십시오. 저희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하겠습니다.”(요한복음 14장 8절) 예수 당시 유대인들은 이적을 기대했다. 하느님의 사자라는 징표로 이적을 요구했고, 하느님 나라를 보여달라고 했다. [중앙포토] 그런 제자에게 예수는 말했다.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다는 것을 너는 믿지 않느냐?”(요한복음 14장 10절) 예수는 얼마나 답답했을까. 얼마나 속이 터졌을까. 손으로 만져야, 귀로 들어야, 눈으로 봐야만 믿는 제자들 앞에서 말이다. 유대교의 율법주의자들도 공격적인 물음을 던졌다. 바리새인들이 예수에게 와서 물었다. “하느님의 나라가 ..

종교 2021.11.20

"빅뱅 이전은 '지금, 여기'···흉악범 감옥서 쓴 요한복음 신비"

[백성호의 예수뎐] 요한복음은 첫 구절부터 남다르다.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은 ‘예수의 출생’으로 시작한다. 마태복음은 아브라함의 자손이자 다윗의 자손인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를 풀면서 전개된다. 누가복음은 수태고지 일화와 예수의 탄생으로 막을 연다. 요한복음은 다르다. 육신의 예수, 족보의 예수가 출발점이 아니다. 창세기와 연결된 우주적 존재, 예수의 주인공, 신의 속성을 이야기하며 복음서의 문을 연다. 성서 학자들은 “그리스 등 헬레니즘 문화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거기에는 ‘예수의 주인공’을 꿰뚫어 보는 깊은 영성의 안목이 담겨 있다. 그래서 요한복음은 좀 각별하다. 사도 요한은 아흔의 나이에 파트모스 섬의 동굴에서 요한복음을 썼다. 그 동굴 위에는 그리스 정교회의 교회가 세워져 있다. 교..

종교 2021.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