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88

창조론과 진화론…정진석 추기경의 놀라운 대답

[백성호의 한줄명상] “진화론이냐, 아니면 창조론이냐” #풍경1 고(故) 정진석 추기경은 사제가 되기 전에 공학도였습니다. 서울대 화학공학과에 다니다가 한국전쟁이 터졌고, 전쟁이 끝나자 신학대에 들어가 사제가 됐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정 추기경은 종교인이면서도 과학적ㆍ이치적 사고를 하는 분이었습니다. 고(故) 정진석 추기경은 공학도 출신에다 사제가 되기 전의 꿈은 과학자였다. [중앙포토] 저는 정 추기경께 ‘진화론’에 대해서 물은 적이 있습니다. 어찌 보면 난감한 질문일 수도 있었습니다. 흔히 창조론과 진화론은 결말이 나지 않는, 영원히 평행을 달리는 철로의 두 레일과 같다고도 하니까요. 더구나 추기경이라는 고위 성직에 계신 분이 괜히 대답을 했다가 괜한 논란을 불러올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추기경께..

종교 2022.03.09

성철 스님의 일갈 "무식한 포수가 돼라, 그래야 호랑이 잡는다"

[백성호의 한줄명상] “호랑이 잡으려면 무식한 포수가 돼라.” #풍경1 불교에는 『종경록(宗鏡錄)』이란 책이 있습니다. 북송 시대 때 영명연수(永明延壽, 904~975)라는 선사가 지은 책입니다. 선(禪)과 교(敎)가 하나로 통하고, 세상만물이 일심(一心)임을 설파하는 내용입니다. 성철 스님은 1967년 해인사에서 100일간 법문을 했다. 당시 해인사에는 법문을 들으려는 청중으로 빼곡했다. [중앙포토] 성철 스님(1912~93)은 해인사에서 백일 동안 법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1967년 12월 4일부터 68년 2월 18일까지 법문은 100일가량 이어졌습니다. 당시 해인사 산중에는 청중으로 빼곡했다고 합니다. 그걸 ‘성철 스님의 백일법문’이라고 부릅니다. 성철 스님은 백일법문을 할 때 『종경록』을 인용하..

종교 2022.03.02

"마음 밖에 법 없다, 내겐 마음밖에 없다" 무덤서 깨우친 원효

[백성호의 한줄명상] “마음 바깥에 법이 없다(心外無法).” #풍경1 34세의 원효는 당나라 유학이 좌절됐습니다. 고구려를 거쳐 요동까지 갔으나 당나라 입국은 하지 못했습니다. 고구려 국경수비대에 붙잡혀 다시 신라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원효 대사는 고구려 국경수비대에게 발각돼 당나라 유학이 좌절된지 11년만에 의상과 함께 다시 뱃길로 당나라행을 시도헀다. [중앙포토] (中)원효는 왜 무덤 속에서 깨달았나…“마음 바깥에 법이 없다.” 그로부터 10년 세월이 흘렀습니다. 삼국의 치열한 쟁탈지였던 서해의 당항성을 신라가 차지했습니다. 당항성에는 중국으로 가는 항구(지금의 경기 화성)가 있습니다. 당나라로 가는 뱃길이 열린 셈입니다. 45세의 원효는 의상과 함께 다시 당나라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10년 세월이 ..

종교 2022.01.26

“두 날개의 새” 원효대사의 반전…그는 원래 ‘칼의 달인’이었다

[백성호의 한줄명상] “자기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하는 건 날아가는 새의 두 날개와 같다.” #풍경1 한국 불교사에서 우뚝 솟은 봉우리 중 딱 하나를 꼽는다면 누구일까요. 불교계에서는 원효 대사(617~686)를 꼽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원효 대사는 열 두 살 때 부모를 모두 잃었다. 아버지는 고구려와의 전투에서 전사했다. [중앙포토] (上) 원효 대사는 무예 뛰어난 화랑 출신…“날아가는 새의 두 날개처럼” 원효(元曉)를 우리말로 하면 ‘첫 새벽’입니다. 그러니 원효 대사는 ‘새벽 대사’였습니다. 『삼국유사』에는 당시 신라인들이 그를 순우리말로 “새벽”이라 불렀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물론 거기에는 까닭이 있었습니다. ‘새벽 대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걸출한 인물이었습니다. 원효는 신라 진..

종교 2022.01.19

도마 복음 “천국이 하늘에 있다면, 저 새가 먼저 닿을 터”

[백성호의 예수뎐] 예수의 제자들은 보챘다. 하느님을 보게 해달라고 예수에게 졸랐다. 빌립은 예수에게 이렇게 매달렸다. “주님, 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주십시오. 저희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하겠습니다.”(요한복음 14장 8절) 예수 당시 유대인들은 이적을 기대했다. 하느님의 사자라는 징표로 이적을 요구했고, 하느님 나라를 보여달라고 했다. [중앙포토] 그런 제자에게 예수는 말했다.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다는 것을 너는 믿지 않느냐?”(요한복음 14장 10절) 예수는 얼마나 답답했을까. 얼마나 속이 터졌을까. 손으로 만져야, 귀로 들어야, 눈으로 봐야만 믿는 제자들 앞에서 말이다. 유대교의 율법주의자들도 공격적인 물음을 던졌다. 바리새인들이 예수에게 와서 물었다. “하느님의 나라가 ..

종교 2021.11.20

"빅뱅 이전은 '지금, 여기'···흉악범 감옥서 쓴 요한복음 신비"

[백성호의 예수뎐] 요한복음은 첫 구절부터 남다르다.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은 ‘예수의 출생’으로 시작한다. 마태복음은 아브라함의 자손이자 다윗의 자손인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를 풀면서 전개된다. 누가복음은 수태고지 일화와 예수의 탄생으로 막을 연다. 요한복음은 다르다. 육신의 예수, 족보의 예수가 출발점이 아니다. 창세기와 연결된 우주적 존재, 예수의 주인공, 신의 속성을 이야기하며 복음서의 문을 연다. 성서 학자들은 “그리스 등 헬레니즘 문화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거기에는 ‘예수의 주인공’을 꿰뚫어 보는 깊은 영성의 안목이 담겨 있다. 그래서 요한복음은 좀 각별하다. 사도 요한은 아흔의 나이에 파트모스 섬의 동굴에서 요한복음을 썼다. 그 동굴 위에는 그리스 정교회의 교회가 세워져 있다. 교..

종교 2021.10.30

도마복음 “천국이 하늘에 있다면 저 새가 먼저 닿을 것이다”

[백성호의 한줄명상] 백성호의 현문우답 #풍경1 “천국이 하늘에 있다면 저 새가 먼저 닿을 것이다” 『도마복음』이라고 들어 보셨나요? 약 2000년 전에 기록된 문서라고 합니다. 그리스도교에서는 정경(正經)으로 채택되지 못했고 외경(外經)으로만 간주하는 복음서입니다. 이 『도마복음』에 흥미로운 일화가 하나 담겨 있습니다. 어찌 보면 불교의 가르침과 상당히 맥이 통합니다. 한 사람이 예수를 찾아와 물었습니다. “주님, 천국이 어디에 있습니까? 하늘에 있는 것입니까, 아니면 바다에 있는 것입니까?” 도마복음에서 예수는 천국은 하늘에도 있지 않고, 바다에도 있지 않다고 답했다. 왜 그랬을까. 예수의 포상을 그린 렘브란트의 작품. 당시 유대인들은 천국에 대한 논쟁을 무척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예수에게 도대체 ..

종교 2021.10.20

법정 스님 “행복은 당장 이 순간에 존재한다”

[백성호의 한줄명상] 백성호의 현문우답 “행복은 당장 이 순간에 존재한다.” #풍경1 2006년 봄날이었습니다. 당시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법정 스님이 종종 법문을 했습니다. 강원도 오두막에 살다가 길상사에 와서 대중을 향해 법문을 내놓곤 했습니다. 송광사 불일암에 벗어놓았던 법정 스님의 흰 고무신. 찢어진 고무신 뒤꿈치를 기운 자국이 보인다. 그날 법상에 오른 법정 스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행복은 다음에 이루어야 하는 목표가 아닙니다. 당장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행복을 추구하면서도 정작 이 순간의 행복은 놓치고 있습니다.” 길상사에는 침묵이 흘렀습니다. 대중은 법정 스님의 ‘행복론’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이어서 법정 스님은 이 말을 덧붙였습니다. “..

종교 2021.10.13

‘예수 천국, 불신 지옥’…천국행 티켓 예약했다는 그들의 착각

[백성호의 예수뎐] 백성호의 현문우답 [백성호의 예수뎐] “주님! 주님!” 하며 예수를 쫓았던 유대인들은 한둘이 아니었다. 그들은 대부분 예수에게 이적을 기대했다. 물을 포도주로 바꾸고, 맨발로 물 위를 걷고, 죽은 사람을 살리는 기적. 그런 기적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 했다. 이를 통해서만 예수가 메시아라는 사실을 믿으려 했다. 예수 당시 유대인들은 끊임없이 예수에게 이적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그래야 예수가 하느님의 아들임을 믿을 수 있다고 했다. (21)예수가 말한 천국의 문은 달랐다 그들에게는 예수의 메시지, 복음이 1순위가 아니었다. 그들에게 1순위는 이적이었다. 그러니 유대인들의 성화가 오죽했을까. 성서에는 그들을 향한 예수의 직설적인 꾸지람이 기록돼 있다. “나에게 ‘주님, 주님!’ 한..

종교 2021.10.09

하늘을 나는 새는 왜 내일을 걱정하지 않나

[백성호의 예수뎐] 오 헨리의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에서 주인공 존디는 폐렴으로 투병한다. 존디는 자신과 잎새를 동일시한다. 붉은 벽돌담의 담쟁이 넝쿨에서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면 자신의 생명도 떨어질 거라 믿었다. 밤새 거센 비바람이 몰아쳤다. 이튿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창문을 열었다. 잎새가 한장 남아 있었다. 늙은 화가 버먼이 담벼락에 그려놓은 잎새였다. 그 잎새를 보고 존디는 삶의 용기를 얻는다. 우리의 삶에도 그런 담벼락이 있다. 예수는 “하늘을 나는 새와 들녘의 나리꽃은 내일을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유가 뭘까. 우리 안에도 가을이 가고 겨울이 와도 무너지지 않는 담벼락이 있기 때문이다. 예수는 갈릴리 호수 일대에 있던 유대인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하늘을 나는 새와 들녘의 나리꽃은 내..

종교 2021.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