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85

부모 장례식 안 갔던 성철, 제자가 부모상 당하자 한 말

#궁궁통1 불교의 스님들이 출가할 때는 남다른 결단이 필요합니다. 예전에는 더욱 그랬습니다. 머리 깎고 출가한 스님들은 늘 속가와의 인연을 어떻게 할지가 숙제로 남는다. 백성호 기자 머리 깎고 출가한 뒤에도 부모가 절에 찾아와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자고 조르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래서 되도록 집에서 먼 곳으로 출가하는 스님들이 꽤 있었습니다. 교통이 그리 발달하지 않았던 당시에는 집에서 멀수록 찾아오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궁궁통2 세속과 인연을 끊고, 속가와 인연을 끊고 출가자의 삶을 산다지만 고민의 시점이 오기도 합니다. 그중 대표적인 게 부모가 돌아가실 때입니다. 세속을 떠나 산으로 들어간 출가자가 부모의 장례식에는 가는 것이 맞을까요, 아니면 가지 않는 것이 맞을까요. 요즘은 핸드폰과..

종교 2023.11.17

창조론과 진화론은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

백성호의 현문우답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중세 때는 그랬다. ‘종교적’이라고 하면 지나치게 비과학적이었고, ‘과학적’이라고 하면 상당히 비종교적이었다.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 종교는 훨씬 더 열려 있고, 과학도 훨씬 더 발전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묻는다. “과학이 고도로 발전하면 종교가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이런 물음을 던지는 사람들은 상당수 종교와 과학을 양자택일의 대상으로 본다. 마치 중세 때의 종교, 중세 때의 과학을 앞에 놓고 하나를 골라야만 했듯이 말이다. 정진석 추기경은 어릴 적 꿈이 과학자였다. 서울대 화학공학과에 입학한 적이 있는 그는 보기 드물게 과학적 사고를 가진 종교 지도자였다. 중앙포토 종교계를 취재하다 보면 남다르게 ‘과학적 사고’를 하는 이를 만날 때가 있다. 특히 고(故) ..

종교 2023.09.02

"화 내버렸다? 과보 받으라, 다만…" 법륜 스님에 마음을 묻다

“괴로움은 마음의 작용이다. 육체의 작용은 통증이다. 마음공부를 하는 건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25일 서울 강남구 선릉로 성암아트홀에서 더중앙플러스 구독자 200명을 대상으로 ‘인사이트 세미나-백성호 기자의 고수를 만나다’가 열렸다. 더중앙플러스(The JoongAng Plus)는 중앙일보의 프리미엄 디지털 구독 서비스다. 더중앙플러스 인사이트 세미나 '백성호의 고수를 만나다'에서 법륜 스님이 '마음'을 주제로 한 물음들에 답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12월 ‘103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의 강연 ‘백 년을 살아보니-삶에서 정말 중한 것들’에 이어 이번에는 법륜 스님을 초청해 “삶이 너무 버거워요. 스님, 어떡할까요?”란 주제로 대담과 즉문즉설을 가졌다. 객석에서는 수시로 웃음이 터졌고,..

종교 2023.05.29

"땅을 치며 슬퍼하는 자, 왜 행복한가"…故차동엽 신부가 찾은 답

백성호의 궁궁통통 과거 서울의 대표적 달동네 인 난곡에서 자란 고(故) 차동엽(2019년 선종) 신부는 연탄과 쌀 배달을 하며 가난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그래서 힘겨운 삶에 대한 이해를 키울 수 있었다고 한다. [중앙포토] #궁궁통1 고(故) 차동엽(2019년 선종·노르베르토) 신부는 서울 관악산의 달동네인 난곡에서 자랐습니다. 좁은 골목에 가난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산동네였습니다. 차 신부는 난곡에서 연탄과 쌀 배달을 하며 유년을 보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차 신부는 힘겨운 삶에 대해 잘 알고 있었습니다. 차 신부는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가톨릭 신학대에 들어갔습니다. 자신이 찾고자 했던 삶에 대한 물음을 다른 곳에서는 찾기가 힘들었기 때문이겠지요. 차 신부는 신학교를 졸업한 뒤 오스트..

종교 2023.02.17

"예수는 언제 행복했을까…묻지 않는 신앙은 위험합니다"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9일 서울 강남의 한 커피숍에서 최원영(68) 작가를 만났다. 그는 2년 전 『예수의 할아버지』라는 장편 소설을 내놓으며 화제가 됐다. 신학계에서 치열하게 오갔던 논쟁을 소설을 통해 대중에게 과감하게 제시했다. 당시 소설가 김훈은 추천사에서 “하느님과 교회를 교리로부터 해방시켜서 현세의 생활 속에서 살아 있게 한다”고 평할 정도였다. 최근 최 작가가 두 번째 소설 『예수님의 폭소』(좋은땅)를 내놓았다. ‘예수’와 ‘폭소’를 합한 제목. ‘예수의 할아버지’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제목이다. 이유부터 물었다. 최원영 작가는 "성경에는 예수님께서 우는 대목은 나오는데, 웃으시는 대목은 안 나온다. 그 이유가 궁금했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뜻밖의 제목이다. 왜 ‘예수님의 폭소’인가. ..

종교 2023.01.19

종교의 위기, 현대인은 어떤 신앙을 원하는가

김형석의 100년 산책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반세기 전이기는 하지만 두 차례 인도를 방문하였다. 첫 느낌이 후진국가라는 인상이었다. 국가가 국민에게 베풀어야 하는 기본교육, 절대빈곤 극복, 의료혜택 보급을 위한 시설, 모두가 구비되지 못했다. 식구가 많은 가정의 빈곤한 모습을 대도시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사회학자들은 인도가 미국만한 선진국가가 되는 데는 180년의 세월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인도인도 첫째 목표는 파키스탄보다 잘사는 것이고, 다음 희망은 중국을 능가하는 데 있다고 했다. 그 당시에는 한국도 개발도상국 중간단계였으니까. 무엇이 원인이었을까. 3000년 가까운 세월을 종교적 세계관의 울타리 안에서 안주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세계 4대문화권 모두 원시종교를 비롯한 종교문화에서 출발했다..

종교 2022.09.17

"화살 하나로, 한 무리 죽일 수 있지" 큰 스님의 도발, 무슨 일

[백성호의 한줄명상] “자네는 왜 여기를 쏘지 않는가!” #풍경1 중국의 남쪽 광저우에 기반을 둔 혜능 대사는 거대한 아름드리나무였습니다. 그의 그늘에서 숱한 선사(禪師)들이 배출됐습니다. 그중 하나가 남악 회양(南岳 懷讓, 677∼744) 선사였습니다. 남악의 제자 중 눈에 띄는 이가 마조 도일(馬祖 道一)이었습니다. 절집에서 마조는 육조 혜능의 손자에 해당했습니다. 탁월한 스승을 두었기 때문일까요. 마조 선사는 숱한 선문답 일화를 남겼습니다. ADVERTISEMENT #풍경2 마조 선사가 토굴에서 좌선을 마친 뒤 휴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석공(石鞏)’이란 사냥꾼이 토굴로 달려 들어왔습니다. “혹시 이쪽으로 도망가던 사슴을 못 봤습니까?” 사슴을 쫓아오다가 방금 놓쳐버린 모양이었습니다...

종교 2022.08.03

"이럴 때 하느님이 기도 들어주십니다" 故정진석 추기경의 답

[백성호의 한줄명상] “어떤 마음으로 기도해야 하나요?” #풍경1 고(故) 정진석(1931~2021) 추기경은 원래 공학도였습니다.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다니다가 한국전쟁이 터졌습니다. 그는 국민방위군에 소집됐고, 통신장교로 한국전쟁에서 복무했습니다. 정진석 추기경의 꿈은 처음에 과학자였다. 그런데 한국전쟁에서 사용된 무기들이 과학자에 의해 발명된 것을 보고서 좌절했다. [중앙포토] 그는 과학자를 꿈꾸는 젊은이였습니다. 서울대 공대에 입학했으니, 그는 한 발짝 성큼, 꿈에 다가가 있었습니다. 느닷없이 터진 한국전쟁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습니다. 무엇보다 전장에서 직접 체험한 전장의 참상은 그에게 큰 물음을 던졌습니다. 함께 밥을 먹고, 함께 대화를 나누고, 함께 잠을 자고, 함께 행군하던 전우가..

종교 2022.07.27

스위스 로잔엔 '법계사'가 있다…성철스님 화두 쥔 영국 스님

[백성호의 한줄명상] “모든 것이 완전하다!” #풍경1 스위스 로잔에는 법계사라는 법당이 있습니다. 그 절을 세운 이가 무진(無盡ㆍ73) 스님입니다. 푸른 눈을 가진 비구니 스님입니다. 무진 스님의 아버지는 영국 사람입니다. 저명한 식물학자이자 대학교수였습니다. 무진 스님의 어머니는 캐나다 사람입니다. 그래서 무진 스님의 국적은 영국과 캐나다입니다. 그런데도 무진 스님의 한국 사랑, 더 정확히 말하면 한국 불교에 대한 사랑은 참 대단하고, 또 각별합니다. 한국 불교의 무엇이 그를 그토록 매료시켰던 걸까요. #풍경2 어린 시절, 무진 스님은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살았습니다. 식물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캐나다ㆍ이라크ㆍ스위스ㆍ나이지리아ㆍ영국 등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어릴 때부터 자연..

종교 2022.07.20

'천하의 잡놈'이 부처로 보일 때까지…45년간 무식하게 찾아간 곳

[백성호의 한줄명상] “부처님 만나는 심정으로 교도소 찾아갑니다.” #풍경1 경북 울진의 불영사(佛影寺)는 천년 고찰입니다. 신라 진덕여왕 5년(651)에 의상 대사가 창건한 절입니다. 지금은 비구니 사찰입니다. 1984년 겨울, 불영사 선방에는 동안거(冬安居)에 들어간 비구니 수좌들이 수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겨울 석 달간 산문 출입을 금한 채 선방에서 좌선만 하며 수행하는 걸 동안거라고 부릅니다. 정현 스님은 45년 넘는 세월 동안 교도소 법회를 이어오고 있다. [중앙포토] 그해에 선방 스님들이 단체로 간염 검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병원에서 ‘정현’이라는 비구니 스님에게 ‘사형선고’를 내렸습니다. “두 달밖에 못 산다. 선방에서 나와 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아라.” 절집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동안..

종교 2022.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