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466

왜 우리는 잘못된 지도자를 선택하는가

내가 국가를 선택할 순 없지만 국가 지도자를 선택할 순 있다수천조원 예산 쓸 종복 뽑는 일… 그런데 왜 '가짜'에 더 끌리는가 나는 국가를 선택하지 않았다. 국가도 나를 뽑지 않았다. 국가와 나는 서로 선택하지 않았는데도 맺어진 관계다. 선택하지 않았는데 맺어진 관계, 이런 관계는 너무 삼엄해서 분리가 쉽지 않다. 때로 국가의 흥망 존속과 나의 운명이 비상하게 결부될 때도 생긴다. 내가 조국을 버릴 수 있고 조국도 나를 버릴 수 있다는 것은 관계 파탄과 절망감을 문학적 상상력으로 뱉어낸 것일 뿐이다. 나는 국가를 선택할 수 없었지만 국가 지도자는 선택할 수 있다. 대통령 선거는 국가라는 추상적 구성체를 대통령이라고 하는 실체적 법인격으로 환치시키는 작업이다.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국가는 나..

논설 2025.04.28

판사와 법원 따라 극과 극, 재판 아닌 도박판

서울고등법원 모습. /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법원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 선거법 사건 2심에서 무죄를 선고하자 국민의힘은 “1심 징역형이 2심 무죄로 바뀐 것을 납득할 수 없다. 대법원에서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법원에 감사를 표하면서, 헌법재판소에 “오늘 바로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기일을 지정하고 내일 당장 파면하라”고 했다. 과거 정치권은 판결의 유불리에 상관없이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중대 사건에서 극과 극을 오가는 판결이 반복되면서 “사법부를 존중한다”는 의례적 말조차 사라졌다. 같은 사안을 두고 판사에 따라, 법원에 따라 완전히 정반대 판단을 한다면 누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고 승복하겠나. 이런 일이 한두 번도 아니고 반복적으로 ..

논설 2025.03.28

무역 전쟁은 트럼프식 역사 바로 세우기

[조형래 칼럼] 38년 전 自國 우선주의 첫 피력중국의 WTO 가입 허용은 중국으로 富를 넘긴 바보짓제조업만이 평범한 미국인에게 중산층 진입 승차권 제공"어떤 惡役도 마다 않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13일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상호관세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한뒤 들어보이고 있다. 상호관세는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율을 다른 국가가 미국 상품에 부과하는 수준으로 부과하겠다는 것이다./AF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부동산 사업가 시절인 1987년 9월, 10만달러의 광고료를 내고 뉴욕타임스 등 유력지 3곳에 ‘미국 국민에게 보내는 서한’을 실었다. 그는 “일본과 우방 국가들이 미국을 이용해 왔다. 그들은 막대한 돈을 벌면서도 우리가 제공하는 안보에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논설 2025.03.11

누가 지금과 같은 정치의 책임자인가

[김형석 칼럼] 분열 아랑곳 않고 정권 탈취 몰두하는 野파국에 불 댕기고 “승리했다” 말하기도국민 위한 정당, 지도자다운 리더도 없어국민의 애국심을 정치 제물로 삼지 말라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성숙한 나라의 국민은 먼저 정당을 살핀 후에 대통령이나 총리를 선출한다. 우리는 그렇지 못했다. 실패한 정치가들은 정당의 명칭까지 바꾸곤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대중 정권의 후예로 태어났다. 노무현 정권 때는 극심한 정치적 혼란을 유발했다. ‘이민 가고 싶다’는 여론이 비등했을 정도였다. 그 뒤를 계승한 문재인 정부 동안에는 친북좌파인 운동권들이 정치의 주류를 차지했다. 대한민국의 ‘동질성’이 분열되면서..

논설 2025.01.24

'윤석열의 끝'이 '이재명의 시작'은 아니다

[강천석 칼럼]윤석열은 憲政 파괴, 이재명은 국가 마비 책임국민의힘, 모든 기득권 포기하고 대통령 임기 단축해 2線 후퇴시켜 '질서 있는 퇴장'과 改憲 추진해야 국가 지도자로서 윤석열 대통령은 끝났다. 대통령이란 직명(職名)이 얼마나 더 오래 붙어 있을지 모르지만 국가 지도자 자격은 잃었다. 국민 마음에서 지워졌다.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라는 희비극(喜悲劇) 이전의 국가 지도자로 결코 돌아갈 수 없다. 국가 명예와 국민 자존심을 무너뜨렸다. 국민의 희생과 투쟁으로 회복한 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심대(甚大)하게 훼손했다. 제1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는 서먹해지고 트럼프 차기 정부의 심상치 않은 한반도 정책에 대한 대비(對備) 태세의 발목을 잡았다. 안보·경제·공직 기강(紀綱)·사회 질서 유지를 흔들어 놓았다...

논설 2024.12.07

정말 이 정도까지인 줄은 몰랐다

이성적 아닌 감정적, 사려 깊음 대신 충동적국민 정서 모르고 알려고 하지도 않아혼자 동떨어진 생각… 다음도 이 연장선상인가'안전벨트를 매십시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밤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많은 폭탄을 던져 왔다. 그 폭탄은 거의 모두 자신과 정부·여당 안에서 터져 자해만 입혔다. 윤 대통령이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란 얘기는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수없이 들었지만 정말 이 정도로 비정상적일 줄은 몰랐다. 많은 사람이 윤 대통령과 나라를 걱정해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간곡히 조언하고 고언했지만 돌아온 것은 정반대 행동이었다. 윤 대통령은 결국 계엄 ..

논설 2024.12.05

나라인가, 아내인가

공민왕은 애민 군주였지만노국 공주 떠난 뒤 자제력 잃어태조 이성계의 세자 선택도신덕왕후 때문에 정당성 잃어통치자는 개인 초월한 존재나라 위해서 때론 악인 돼야태종·세종도 인간적 연민 극복지금 국민의 인내, 한계 달했다 칸트로비치(E. Kantorowicz)에 따르면, 왕에게는 ‘두 개의 신체’(two bodies)가 있다. 자연인의 신체와 왕의 신체다. 왕은 한 개인인 동시에 왕국의 통치자다. 한 몸에 둘이 있으니,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왕의 영혼은 공인과 사인이 싸우는 거센 격투장이다. 공이 사를 이기면 나라가 산다. 그 반대면 나라가 망한다.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이 그런 사례다. 늙은 리어왕은 왕국을 삼분해 세 딸에게 상속하려 했다. 조건은 아버지에 대한 사랑의 고백이다. 하지만 상속을 노리는 사랑은..

논설 2024.10.16

"한국인, 서로 밀쳐내는 고슴도치 같다"

인간다움을 묻다 ② 권수영 교수 권수영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 상담코칭학과 교수는 “나를 돌아보는 것”을 인문학적 공동체 문화 회복의 첫 걸음으로 봤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22년 ‘보다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BLI)에서 한국의 사회적 연결 지표는 41개국 중 38위였다. 생활·교육 수준은 높았지만, ‘도움이 필요할 때 의지할 사람이 있다’는 응답은 80%로 OECD 평균 91%를 밑돌았다. 어쩌다 효와 예, 공동체적 가치를 중시해온 우리의 관계 지표가 최하위 수준으로 추락한 걸까. 지난 6일 만난 ‘관계 전문가’ 권수영(57)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상담코칭학과 교수는 “한국인은 원래 관계를 중시했는데, SNS(소셜미디어) 등으로 ..

논설 2024.03.21

출산 장려용 복지정책은 왜 계속 실패하는가

[朝鮮칼럼]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동기가 있어야 행동 대한민국 수도권은 초고밀도 인구 밀도 높아 경쟁 심해지면 결혼·출산 미루고 자신에게 투자 복지 정책은 착한 제도지만 출산율 높이는 데는 낙제점 원래 계획 있던 부부에게만 도움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이연주 지난 2월 28일 통계청은 우리나라의 작년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0.72명이었다고 발표했다. 2022년(0.78명)보다 0.06명 줄었다. 게다가 작년 4분기는 0.65명으로 출산율 감소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더 충격적인 수치는 서울시의 0.55명이다. 우리나라는 2002년에 1.3 이하로 내려온 이후 계속 추락하고 있다. 합계출산율이 2.0 정도는 되어야 기존 인구수를 유지할 수 있는데, 이..

논설 2024.03.20

“남조선이 대한민국이라고?”

[양상훈 칼럼] 백두 혈통 위협하는 한라 혈통 탈북민과 북 가족이 대한민국 선망 일으킬까 김정은 입에서 나온 ‘대한민국 것들과 전쟁’ 김정은이 ‘남조선’ 대신 ‘대한민국 것들’이란 표현을 쓰기 시작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대한민국’은 금기어였다. 그들 나름의 외교 전략이 있겠지만 이 급작스러운 정책 변경은 북한 사회의 참담한 실상이라는 내부적 요인도 한 배경이라고 생각한다. 김정은이 같은 회의에서 “평양과 지방 격차 해소”라는 이례적 지시를 한 것도 그런 내부적 요인을 짐작하게 한다. 일론 머스크가 엑스(트위터)에 올린 한반도 야간 위성 사진. /엑스 탈북민들 얘기를 들어보면 평양과 지방은 다른 나라다. 평양 특권층은 프랑스 명품을 입고 샤부샤부를 먹는다. 평양 일반 주민도 한국 1980년대 생활은 하..

논설 2024.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