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88

산 채로 관속에 들어가 봤나…“날마다 죽어야 날마다 부활”

[백성호의 한줄명상] “작은 죽음 뒤에는 작은 부활이 있다.” 관(棺) 속에 들어가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사람이 죽어야 관에 들어가지, 산 사람이 어떻게 관 속에 들어가느냐.’ 이렇게 생각하지 싶습니다. 우연히 저는 관 속에 들어간 적이 있습니다. 가톨릭에서 주관한 ‘죽음 체험 하루 피정’이었습니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십자가에서 내린 예수의 주검을 어머니 마리아가 안고 있다. 서울 명동의 가톨릭 회관이었습니다. 강당에 들어서자 제대(祭臺) 앞에 기다란 관이 놓여 있었습니다. 관 위에는 붉은 십자가가 새겨진 흰 천이 덮여 있었습니다. 150명가량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그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똑! 똑!’ 관 뚜껑을 두드리자 관 속에 누워 있던 사람이 밖으로 나왔습니다.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종교 2021.09.29

장자판 산상수훈 “솜씨 좋은 백정은 어떻게 소를 잡을까”

[백성호의 예수뎐] [백성호의 예수뎐] 예수는 소금에 이어 ‘빛’도 말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산 위에 자리 잡은 고을은 감추어질 수 없다. 등불은 켜서 함지 속이 아니라 등경 위에 놓는다. 그렇게 하여 집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을 비춘다.”(마태복음 5장 14~15절) 해가 질 무렵 갈릴리 호수 주변의 고원 등성이에는 붏이 하나 둘 켜진다. 산촌 마을의 집들에서 불을 켜는 풍경이다. "산 위에 자리잡은 마을은 감추어질 수 없다"는 성경 구절이 실감난다. 갈릴리 호수를 빙 둘러서 산과 고원이 있다. 그 위에 마을들이 있다. 날이 저물면 마을에 불이 켜진다. 갈릴리의 밤 풍경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산 위의 마을, 그 불빛들이다. 그 광경을 보면 “산 위에 자리 잡은 고을은 감추어질 수 없다”라..

종교 2021.08.28

“당신은 크리스천입니까?”

[백성호의 한줄명상] 마하트마 간디의 대답 “당신은 크리스천입니까?” 인도 델리에 있는 국립간디박물관에 간 적이 있습니다. 박물관 건물의 출입문 옆에 글귀가 하나 새겨져 있었습니다. ‘TRUTH IS GOD’(진리가 신이다) 인도의 민족 지도자였던 마하트마 간디는 영국 유학을 다녀온 엘리트이자 힌두교인이었다. [중앙포토] 마하트마 간디(1869~1948)는 힌두교 신자였습니다.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였던 시절에 그는 영국으로 가서 유학도 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조국인 인도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인도에서 파티가 열렸습니다. 식민지 인도를 다스리는 영국의 귀족들과 고위층이 많이 참석했습니다. 간디 역시 그 파티에 초청을 받았습니다. 일찌감치 산업혁명을 거친 영국에 비해 인도는 무척 낙후된 나라였습니다. 영국..

종교 2021.08.25

하느님은 왜 악인과 선인에게 똑같이 해를 비춰줄까

〈백성호의 예수뎐〉 예수는 말했다. “하느님(하나님)께서는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신다.” 반쪽으로 쪼개진 그릇이 아니라 온전한 하나의 그릇이 되라는 메시지다. 선불교에도 이에 대한 일화가 있다. 이스라엘 북부의 갈릴리 호수에 석양이 지고 있다. 예수는 이 호수 일대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⑬하느님은 왜 악인과 선인에게 똑같이 비를 내리나? #장면1 중국의 혜능대사는 늦은 나이에 출가했다. 정식 승려가 되기도 전에 행자(수련생)의 신분으로 깨달음을 얻었다. 스승인 홍인대사는 그가 주위 사람들의 시기를 받을까 봐 걱정했다. 달마로부터 내려오는 깨달음의 징표인 가사(袈裟, 승려가 장삼 위에 걸치는 옷)와 발우(절에서 쓰는 공양 그릇)를 전하며 멀리 도망가라고 했다. 혜..

종교 2021.08.14

원수를 사랑하라?..... 왜? 그래야 하나?

‘텔레이오이’에 담긴 예수의 본의 〈백성호의 예수뎐〉 ‘눈에 눈, 이에는 이.’ 고대 바빌로니아 왕국의 함무라비 왕이 선포했던 함무라비 법전(기원전 1792~1750년)의 핵심이다. 법전에 기록된 내용은 더 구체적이다. “다른 사람의 눈을 멀게 하면 자신의 눈알도 빼야 한다. 다른 사람의 뼈를 부러뜨리면 자신의 뼈도 부러뜨려야 한다. 부모를 구타한 자식은 손목을 자른다. 구멍을 통해 남의 집에 들어가 도둑질한 자는 그 구멍 앞에서 사형에 처한다.”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형을 당한 예수는 자신에게 못질한 이들을 향해서도 "저들을 용서하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제임스 티소의 작품. 근동(近東, 메소포타미아를 포함한 서아시아 일대)에서는 오랜 세월 동안 바빌로니아 왕국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통용됐다...

종교 2021.08.07

“대충 쏴!” 그래야 명중한다…예수·장자·혜능 ‘집착 없는 사랑’

〈백성호의 예수뎐〉 #장면1 『장자』의 ‘외편’에 나오는 일화다. 사람들이 활쏘기 내기를 했다. 질그릇을 걸고 내기를 했더니 과녁을 제대로 맞혔다. 이번에는 값이 더 나가는 띠쇠를 걸었다. 그러자 명중률이 좀 떨어졌다. 마지막에는 황금을 걸었다. 그랬더니 화살은 아예 과녁을 빗나갔다. 아브라함이 말년에 얻은 아들 이삭을 하늘에 제물로 바치려 하고 있다. [중앙포토] #장면2 정상급 골프 선수들의 단골 어록이 있다. “힘을 빼라. 어깨에 힘을 빼고, 팔에 힘을 빼고, 손에 힘을 빼라.” 이 모두에 힘을 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 마음에 힘을 빼면 된다. 자꾸만 어깨와 팔에 힘이 들어가는 건 욕심 때문이다. 승부에 대한 집착 때문이다. 그런데 물음이 생긴다. “욕심을 갖고, 집착을 품어야 더 멋진 ..

종교 2021.07.31

종교학 석학 길희성 교수 "영적 휴머니스트, 예수외 3명 있다"

[백성호의 현문우답] : “영성은 인간의 본성이다.” 서강대 종교학과 길희성(78) 명예교수가 최근 책을 냈다. 서문에서 그는 “나의 학문 인생을 마감하는 마지막 저서가 될지도 모른다는 다소 ‘비장’하고 무거운 심정으로 썼다”고 밝혔다. 922쪽, 두툼한 책의 제목은 『영적 휴머니즘』이다. 실제 그랬다. 어찌 보면 ‘마지막 고백’ 같았다. 서울대 철학과 교수 자리를 내놓고 서강대 종교학과 교수로 갔을 만큼, 그는 좋아하는 종교학을 한평생 파고들며 살았다. 그 길의 후반부에서 길 교수가 내리는 마지막 고백과 결론은 어떤 걸까. 23일 강화도의 심도학사(尋道學舍)에서 그를 교수를 만났다. 길희성 교수에게 ‘나의 삶과 종교’를 물었다. 길희성 교수는 "신학을 공부하기 위해서 철학을 먼저 공부했다. 신학의 경직..

종교 2021.07.29

정양모 신부 "영원을 그리워하는 인간은 참 희한한 동물"

[백성호의 현문우답] “인간은 영원을 그리워하는 참 희한한 동물이다.” 8일 경기도 용인에서 ‘성서신학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정양모(86) 신부를 만났다. 정 신부는 프랑스에서 3년, 독일에서 7년간 공부했다. 프랑스어와 독일어, 영어는 물론이고 예수가 썼던 아람어와 히브리어, 그리스어와 라틴어에도 능통하다. 광주 가톨릭대와 서강대, 성공회대 교수를 역임한 정 신부에게 ‘인간과 종교’를 물었다. 정양모 신부가 25일 경기도 용인 자택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Q : 한 마디로 종교란 무엇인가. A : “인생의 의미를 찾는 것이다.” Q : 왜 종교를 통해 인생의 의미를 찾나. A : “모든 동물은 먹거리에 탐닉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인간은 다르다. 의식주 해결로 만족하지 않는다...

종교 2021.07.15

[박종순 목사의 신앙상담] 제사에 쓰였던 음식 먹어도 되나

주님이 주신 음식이란 믿음으로 먹길 Q : 종가댁 셋째 며느리입니다. 제사가 끝나면 제사 음식을 먹게 됩니다. 먹어도 괜찮은지요. A : 바울 사도가 고린도교회에 주신 교훈을 살펴보겠습니다. 당시 고린도는 그리스의 대도시로 인구가 60만명 정도였습니다. 올림픽 경기를 본떠 이스무스 경기를 개최했습니다. 우상숭배와 도덕적 타락이 극심했고 아프로닛트 여신전 안에는 1000명의 여승들이 있었습니다. 바울은 고린도교회 교인들에게 “너희는 우상숭배하는 자가 되지 말라”(고전 10:7)고 했습니다. 우상숭배 금지는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신 계명이었습니다.(출 20:4) 고린도가 우상숭배 도시였던 탓에 시중에 유통되는 식품들은 신전 제사를 거쳐 나온 것들이었습니다. 그것들을 ‘먹어야 하는가’하는 문제가 교..

종교 2021.04.05

절 더부살이 산신각, 왜 대웅전보다 높은 곳에 있을까

강원도 영월과 경북 영주 사이에 있는 고치령 정상에 홀로 서 있는 산령각. 고고학은 땅속에서 유물을 발굴한다. 땅속의 유물을 통해서 고대인의 생활양식을 발견해 내고 추론해 낸다. 고고학 전문가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3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간이 사는 것은 별반 다를 게 없다고 한다. 구석기시대나 지금이나 인간의 생로병사는 변한 게 없기 때문이다. 1만년 전에도 늙고 병들어 죽고 억울하게도 죽고 생존의 압박에 쪼들려 살았다. 그때라고 편하게 산 것이 아니다. 이 압박과 고통은 지금도 변한 게 하나도 없다. 변한 것이라고는 포장지와 디자인뿐이다. 수천 년 전 조상들의 삶이 우리와 비슷하다고 확인하는 순간 거기에서 어떤 안도감이라고나 할까, 그 어떤 항심(恒心)이 발생한다. 현세의 고통을 초월적인 입장에서 ..

종교 2021.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