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고른 대방어회 맛집 Best 4
© 셔터스톡
연말이 다가오면 연례행사처럼 치르는 일이 있다. 하나는 건강검진 예약이고(1년에 한 번 하는 검진을 내내 미루다 꼭 연말에 가게 된다), 또 하나는 대방어 시즌에 맞춰 수산시장을 다녀오는 일이다.
“뭐 찾아요?” “광어 사면 멍게 넣어줄게 와요.” “둘러볼 필요 없어, 여기가 제일 싸.”
수산시장에 가면 묘한 흥분이 감돈다. 수족관 물을 정화하는 펄프의 소음, 분주하게 오가는 손님들, 이들을 애타게 부르는 상인들 그리고 상인들이 무심하게 내려치는 칼에 토막 나는 생선들. 도시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생경한 풍경들이 삶의 맥박처럼 펄떡인다. 어디서 흘러나왔는지 모를 비릿한 무언가로 질척이는 바닥을 저벅저벅 걸어 적당히 둘러보는 척하다 늘 가는 생선가게 앞에 멈춰서 호기롭게 묻는다.
“아저씨! 대방어 나왔나요?”
사시사철 잡히는 생선이 방어라지만, 10kg 이상의 대방어는 11월이 지나야 보이기 시작한다. 이때쯤 되면 슬슬 횟집에서도 “대방어 있음”이라고 대문짝만하게 써 붙이고 한철 장사를 시작한다. 횟감 대방어는 7kg 이상 돼야 귀한 대접을 받는다. 일정 크기를 넘어서면 맛과 향이 떨어지는 다른 어종과 달리, 방어는 크면 클수록 참치처럼 부위별로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날이 추울수록 방어 맛이 좋은 이유는 낮은 수온을 견디고 산란을 준비하며 지방을 축적하기 때문이다. 온대성 어류인 방어는 봄과 여름에 먹이를 위해 북쪽으로 이동하고, 쌀쌀해지는 11월에서 2월쯤 산란을 위해 남쪽으로 내려온다. 그러니 지방이 적당히 오른 지금이 방어가 크고 가장 맛들 때다.
방어가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끈 건 불과 5년이 안 된다. 대형 마트 생선회 매출에서도 10위 밖으로 밀릴 만큼 비인기 횟감이었지만, 점점 인기가 올라 재작년에는 연어를 제치고 광어와 참치에 이어 생선회 매출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방어는 살은 물론 껍질, 대가리까지 버릴 게 없는 생선이다. 방어회는 크게 등살과 뱃살, 배꼽살, 가마살로 구분한다. 부위별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대방어는 돼야 한다. 대방어가 맛있는 건 지방 때문이다. 두툼하게 썰어 한입에 넣으면 쫀득한 식감, 담백하면서도 기름진 풍미가 일품이다. 그중에서도 방어 대가리는 구워야 제맛. 성인 손바닥만 한 대가리를 통째로 구우면 이보다 별미일 수 없다. 기름기가 많은 방어는 매운탕으로 끓일 때 느끼한 감이 있다. 이럴 땐 방어김치찜으로 조리해 보자. 살점이 붙은 굵고 큰 뼈에 신김치 넣고 자작하게 끓이면 개운하게 즐길 수 있다.
소슬하게 부는 가을 바람이 반갑다. 올해도 어김없이 대방어 시즌이 돌아왔다.
두 시간 웨이팅은 기본, 대방어 성지
연남동 ‘바다회사랑’
서울 마포구 동교로27길 60
방어회 성지로 불리는 연남동 ‘바다회사랑’은 웨이팅이 길기로 유명하다. 직접 방어를 해체해 부위별로 고루 담아주는데, 도톰하게 썰려 나온 방어가 차지면서도 부드럽다. 방어에 레몬즙을 뿌려 비린내를 잡아주는 점이 특징. 방어 특유의 기름진 맛을 상큼한 신김치와 함께 싸먹는 게 별미다. 날치알밥이 곁들여 나오는데, 잘 비빈 알밥에 방어를 올려 초밥처럼 먹기도 한다. 가격은 2인 기준 5만 5000원으로 양이 많아 가성비가 좋은 편. 대방어+연어회 메뉴로 골고루 맛봐도 좋다. 10분 거리에 2호점이 있으니 참고할 것.
색다르게 즐기고 싶다면
보물섬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120길 40
방어회를 색다르게 맛보고 싶다면 ‘보물섬’을 추천한다. 방어는 두툼하게 써는 게 보통인데, 이 집은 방어를 얇게 썰어 끝부분을 살짝 구워낸다. 방어 기름에 불향이 더해져 고소하고 담백하다. 기름장에 찍어 백김치와 싸먹으면 엄지 척. 방어 부위별로 한 줄씩 올리는데, 각 부위 맛을 제대로 즐기는 재미가 있다. 흔하지 않은 특수 부위까지 알차게 넣어준다. 세트로 주문하면 해물모둠과 대방어 김치찜이 나온다. 살점 붙은 굵은 방어뼈와 매콤한 김치가 어우러져 맛이 예술이다. 고등어 김치찜은 저리 가라다. 자연산 해산물 전문이라 가격은 시가 기준.
대방어 배꼽살을 푸짐하게
석계 ‘남해바다마차’
서울 성북구 한천로78길 71
실내 포차 ‘남해바다마차’는 7년 연속 블루리본 서베이에 선정된 바다회 맛집이다. 통영, 목포 등 위판장에서 경매로 공수해 오는데 대방어부터 홍해삼, 다금바리까지 귀한 해산물을 싱싱하게 만날 수 있다. 쫄깃함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배꼽살이 푸짐하게 나온다. 조갯살로 육수를 낸 미역국은 기본으로 제공되는데 국물 맛이 끝내준다. 방어만으로 부족하다면 쫀득한 잿방어나 탱탱하고 쫄깃한 부채새우를 곁들여도 좋다. 방어만큼 이 집 인기 메뉴다. 한정판으로 방어머리구이도 판매하니 꼭 맛볼 것.
노량진 하면 형제상회지!
노량진수산시장 형제상회
서울 동작구 노들로 688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대방어를 맛보고자 한다면 형제상회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손님이 많아 예약은 필수. 1층에서 주문하고 2층 식당에서 먹으면 된다. 형제상회는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방어, 연어, 민어 등 큰 생선으로 구성한 모둠회를 제일 먼저 판매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방어만 먹기 느끼하다면 다른 횟감을 섞어 먹는 것도 방법이다. 없는 것 빼곤 다 있는 수산시장, 대방어회부터 시장 이모 손맛이 들어간 매운탕, 머리구이까지 코스로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소금을 뿌려 구운 방어 대가리는 볼살이 쫄깃하고 고소해 한번 맛보면 절대 잊지 못한다.
톱클래스 2021년 11월호 글 : 서경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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