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2296

가문 음식 28종 395품목…종가 ‘370년 장맛’의 가르침

기순도 명인의 양진재 종가 손님맞이 9첩 반상의 본보기 차림. 실제 식탁에서 식사할 때는 다섯 가지 음식을 더 차렸다. [사진 이택희] 종가의 상차림 목록을 살펴봤다. 28종 395품목이다. 국수류는 넣지 않고도 그렇다. 기록으로 있는 음식이 아니다. 요즘도 때때로 준비하고 차리는 ‘현재 음식’이다. 밥을 위시한 기본음식 7종 137품목, 반찬 10종 177품목, 다과류가 11종 81품목이다. 이 가운데 밥과 다과류 93품목 빼고 간장이 들어가지 않는 음식은 38품목이다. 264품목은 간장으로 간을 하고 맛을 낸다. 이 많은 음식의 법도를 몸으로 익힌 계승자는 기순도(75) 여사다. 대한민국 전통식품명인 제35호(진장 제조 가공)로 지정된 그는 전남 담양의 창평 고씨(제주 고씨 일파) 양진재(養眞齋) 문..

인물 2024.01.06

“의사는 먹고사는 일… 내가 꿈꾸는 세계는 링 위에 있다”

여자 복싱 세계챔피언 도전하는 순천향대 천안병원 의사 서려경 펀치를 날리는 ‘의사 복서’ 서려경은 군살 하나 없는 근육질이다. 링에 오르면 눈빛부터 바뀌는 그녀는 내년 세계 타이틀 매치를 앞두고 “이겨야만 한다. 물러설 곳이 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펀치를 날리는 ‘의사 복서’ 서려경은 군살 하나 없는 근육질이다. 링에 오르면 눈빛부터 바뀌는 그녀는 내년 세계 타이틀 매치를 앞두고 “이겨야만 한다. 물러설 곳이 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천안=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링 위의 그녀는 시선부터 매섭다. 8전 7승(5KO) 1무. 복싱을 시작한 지 불과 5년 만에 만들어낸 화려한 전적. 흥미로 시작한 복싱이 이제 삶을 지탱하고 있다. “제 주먹을 맞을 일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인물 2023.12.30

새해 되면 105세, 인생은 무엇을 남기고 가는가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나이 스물을 넘기면서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가지고 갈 책이 없었다. 수많은 일본어책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우리글로 쓴 책은 없을 것 같았다. 또 잊을 수 없는 고향을 떠나면 조국과 멀어질 것 같은 아쉬움도 있었다. 한용운 시집 『님의 침묵』을 갖고 가기로 했다. 갖고 떠난 단 한 권의 책이다. 그립고 허전한 시간이 생기면 한두 편씩 읽었다. 방학이 되어, 고향에 다녀갈 때는 다른 일본어책과 함께 전당포에 맡겨 두곤 했다. 몇 권의 전문 서적이 늘어나면서 『님의 침묵』은 외로이 일본어책들 가운데 끼어 있었다. 세월이 지나는 동안에 언제 어디서 자취를 감추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가진 것 없이 빈손으로 가는 삶 당장 필요한 물건 몇 개만 추려 오래전 강원 양구에 가묘 마련 기념..

인물 2023.12.23

김성근 “내 인생은 파울, 파울, 파울…끈질기게 다음 기회 노렸다”

약팀을 강팀으로 바꾼 ‘野神’ 야구장의 철학자 김성근 감독 프로 통산 1384승 1202패를 거둔 김성근 감독은 “비상식으로 싸워온 벼랑 끝 인생이었다”고 회고했다. “혹사 논란에 비난도 숱하게 들었지만 악조건 속에서 문제를 돌파하려면 새로운 길을 찾아야 했다.” /장은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프로야구에서 김성근(81) 감독보다 많이 잘린 사람은 없다. 그런데 별명이 ‘야신(野神)’이다. 알쏭달쏭한 일이었다. 한국 프로야구 감독직에서 일곱 번이나 퇴출당한 사람이 어떻게 ‘야구의 신’으로 불릴 수 있을까. 지난 11일 서울숲 근처 카페에서 김성근 감독을 기다렸다. 주룩주룩 비가 내린 날이었다. 질문을 30개쯤 준비했다. 직구와 변화구를 이쪽저쪽으로 섞어 던져야지 마음먹었다. 그 질문들을 야신이 어떻게 받아칠..

인물 2023.12.16

“인생 8할은 운... 능력주의 함정 벗어나야” 의사 출신 경제학자가 밝혔다

태어난 나라가 소득 50% 결정, 성취 내 것 아냐 소득에 미친 순수한 내 능력? 제로에 가까워 외국인 가사도우미, 안심소득은 귀한 사회실험 대입도 선 넓게 제비뽑기로… 1점 차 당락 안돼 명문대생 인식 바뀌어야 복지국가 가능 과학 R&D깎고 의사 증원? 국민에 잘못된 사인 홍콩과학기술대 경제학·정책학 교수 김현철. ‘인생 성취의 8할은 운’이라는 걸 통계와 과학으로 증명한 책 ‘경제학이 필요한 순간’을 출간했다./사진=채승우 인생에서 많은 것은 내 통제 범위 바깥의 일이다. 나라 운, 부모운, 학교 운, 친구 운, 배우자 운, 상사 운, 자식 운… 꼽아 보면 안 중요한 것이 없는데, 성공해서 잘 나가는 사람 중 어떤 이는 ‘내 능력으로 얻은 것’이라 하고, 어떤 이는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한다. 인..

인물 2023.12.09

팔순 앞둔 다이슨 창업자, 한국에 ‘장영실 방’ 만든 이유

‘Dyson’ 창업자 다이슨 인터뷰 “AI가 제품 디자인? 인간 창의성 못 따라온다” 영국 런던 인근 소도시 맘즈버리에 있는 가전 기업 다이슨 연구소.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76)의 집무실 앞 벽 전체를 도배한 글귀가 눈길을 붙잡았다. ‘우리는 다른 이들이 지나친 문제를 해결한다. 그냥 해결하는 게 아니라 가장 먼저 하는 게 중요하다.’ 사훈(社訓)이나 다름없는 이 말을 실천하듯 다이슨은 1993년 창업 이후 먼지 봉투 없는 진공청소기, 머리카락 손상을 줄인 헤어드라이어 등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히트작을 성공시켰다. 지난해 매출은 65억파운드(약 11조원), 순이익 13억파운드를 기록했다. 냉장고·TV 등 중대형 가전 없이 혁신의 힘으로 일군 성공이다. 영국 가전 기업 다이슨 창업자인 제임스 다이슨은 7..

인물 2023.12.08

“취미로 식물 조직배양, 고교 때 3000만 원 벌어… 이젠 농업 업그레이드 꿈꿔”

[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스마트 조직배양 시스템으로 농업혁신 꾀하는 ‘파이토리서치’ 누구나 조직배양할 수 있게 세균 감염 억제 기술과 1930종 배지 제조법 공급 “버려지는 농산물 줄어들고, 농가에서 직접 종묘 개발 가능” 식물 ‘덕후’였던 20대들의 창업 김연준 파이토리서치 대표이사가 한국농수산대 원예학과 조직배양실에서 조직배양으로 키운 식물을 보여주며 세균 감염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주=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지금까지 없던 식물 조직배양 ‘대중화 기술’을 보유한 파이토리서치. 대표이사는 전북 전주시 한국농수산대 화훼학과 김연준 씨(24)다. 사과나 배, 귤, 복숭아, 포도 등 과수의 묘목을 조직배양으로 만들면 맛있고 잘생긴 과일이 나온다. 조직배양으로 바이러스..

인물 2023.12.02

50세 스타강사 김창옥, 치매 의심소견… “집 호수 기억 못해, 강연 접었다”

유튜브 출연, 직접 ‘알츠하이머 의심 진단‘ 밝혀 소통 전문가 김창옥/ 조선DB ‘소통 전문가’로 불리는 스타강사 김창옥(50)씨가 알츠하이머 의심 증상을 겪고 있다고 고백했다. 김씨는 유튜브 채널 ‘김창옥 TV’에 올라온 ‘생각지도 못한 위기가 내 인생을 뒤흔들 때’라는 주제의 강연 영상에서 “최근 숫자를 잊어버려 뇌신경 센터를 다녀왔다”며 이 같이 밝혔다. 김씨는 자신의 증상에 대해 “처음에는 숫자를 잊어버렸고, 그 숫자를 기억하려고 하면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집 번호, 전화번호, 집이 몇 호인지도 잊어버렸다”고 했다. 그는 병원에서 MRI와 아밀로이드 양전자단층촬영(PET)를 찍은 뒤 ‘알츠하이머일지 모른다’는 소견을 받았다고 한다. 기억력 검사에서도 또래 평균의 경우 70점을 받는 데 비해..

인물 2023.11.28

주중엔 청소부, 주말엔 K리그 심판… 손흥민? 행복지수론 내가 ‘월클’!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K리그 축구 심판 정동식 K리그 축구심판이자 환경공무관인 정동식씨가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K리그 심판으로 활약하게 된 이야기를 설명했다. 또한 좌절하는 청년들에게 "절대 포기하지 말고 다시 일어나서 달려라"라고 말했다. /고운호 기자 형광색 청소복을 입은 정동식씨가 “요즘은 낙엽과 사투를 벌인다”며 활짝 웃었다. 오후 3시에 청소 일이 끝나면 그는 퀵 서비스 기사로 변신한다. /고운호 기자 축구 스타 김민재를 빼닮은 남자가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과자를 꺼냈다. “선물입니다.” 동그란 과자 한 면에 초콜릿이 발라진 ‘다이제스티브’. 그가 열아홉 살이던 1999년엔 500원이었다는 이 과자는 가난한 고학생의 ‘눈물’이자 ‘꿈’이었다. “밥 사 먹을 돈이 없어 천안의 대학을 오가..

인물 2023.11.27

인생은 자기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중학교 4학년 때, 철학을 공부해 정신적 지도자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굳혔다. 대학에서 철학과를 선택했고, 열심히 공부했다. 그러나 사회적 환경이 허락지 않았다. 대학 후기에 학도병 문제로 대학을 떠났다. 해방과 더불어 다시 태어나는 희망은 얻었으나 학문을 계속할 여건이 되지 않았다. 북한 공산 치하는 모든 희망을 빼앗았다. 탈북해서 7년 동안 중고등학교 교사로 있으면서도 철학 공부는 놓지 않았다. 그러나 6·25 전쟁으로 내 인생의 계획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6·25로 중단된 ‘정신지도자’ 꿈 철학과 현실 사이 간극에 고민 일반인 위한 수필 작가로 활동 되돌아가면 철학에 전념할 것 실천철학을 전공한 까닭 김지윤 기자 33세 때 대학 3곳의 시간강사로 다시 학문을 시작하다가..

인물 2023.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