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과학]
일본 가나가와 암센터 연구진
로코모티브 증후군 유병률 70대가 60대의 두 배
유병자 장내 미생물 특징 뚜렷…조기 발견 도움될 듯
나이가 들고 한 발로 서서 양말을 제대로 신지 못하는 노인이 많다. 15분 정도 되는 짧은 산책도 어려워하는 노인도 있다. 횡단보도에서 파란불이 빨간불로 바뀌기 전에 건너지 못해서 난처해하는 경우도 있다. 중년 이후에 근육이나 관절 같은 운동 기능이 약화되는 ‘로코모티브(locomotive) 증후군’의 자가진단표에 나오는 증상이다.
로코모티브 증후군은 일본에서 처음 나온 용어다. 몸을 움직이는데 필요한 뼈와 근육, 관절, 힘줄, 인대 등의 운동기관이 약해지면서 일어서거나 걷는 기본적인 동작도 어려워진 상태를 말한다. 우리말로는 운동기능저하증후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말 그대로 증상만 있을 뿐 발병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증후군인 탓에 예방법이나 치료법도 마땅치 않다.
최근 일본에서 로코모티브 증후군과 장내 미생물 간의 연관성을 조사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장내 미생물은 예전부터 장수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주목 받았다. 과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 대표적인 장수마을인 충북 토항마을과 강원도 박사마을 주민들의 장내 미생물을 분석한 결과, 유익균과 유해균의 구성이 다르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로코모티브 증후군도 마찬가지였다. 일본 가나가와 현립 암센터 연구진은 일본 성인 568명을 대상으로 로코모티브 증후군을 겪고 있는지 여부와 장내 미생물 구성을 조사했다. 조사 대상자의 평균 나이는 58.5세였다.
분석 결과 로코모티브 증후군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세 가지 뚜렷한 특징이 있었다. 우선 나이였다. 로코모티브 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의 나이는 69.5~77.5세에 몰려 있었다. 실제로 일본에서 진행된 다른 조사에 따르면 70세를 기점으로 로코모티브 증후군 유병률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40대에는 8.4%, 50대 9.2%, 60대 8.3%에서 70대에는 유병률이 16.3%로 높아졌다.
또 장내에서 홀데마니아(Holdemania)라는 효소가 많은 사람들은 로코모티브 증후군을 겪을 확률이 높았다.
예상 외의 결과도 있었다. 관절이나 뼈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프로바이오틱 식품을 먹은 사람들 중에서 오히려 로코모티브 증후군 위험도가 높았다. 조사 대상 568명 중 로코모티브 증후군을 앓는 것으로 조사된 사람은 모두 97명이었는데, 이 중 프로바이오틱 식품을 먹는다고 답한 사람은 50명으로 51.5%에 달했다. 반면 로코모티브 증후군이 없는 사람 중에 프로바이오틱 식품을 먹는다고 답한 사람은 49명으로 10.4%에 불과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프로바이오틱 식품인 낫토의 경우, 로코모티브 증후군을 앓는 사람 중 44.3%가 섭취하고 있다고 답했고, 건강한 사람의 경우 14.9%만 섭취하고 있다고 했다. 예상 외의 결과에 연구진은 일종의 ‘역인과’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서 프로바이오틱 식품 섭취가 권장되고 있기 때문에 로코모티브 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이 근골격계 기능을 개선하기 위해 프로바이오틱 식품을 더 신경 써서 섭취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명확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는 로코모티브 증후군에 대한 첫 대규모 연구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로코모티브 증후군의 조기 발견과 예방을 위한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건강 수명과 실제 수명 사이의 차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참고 자료
npj Aging(2024), DOI : https://doi.org/10.1038/s41514-024-00184-y
이종현 기자(조선비즈) 입력 2025.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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