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식

맨발로 걸어 몸이 좋아졌죠…겨울엔 비닐하우스에서 걸어요”

해암도 2024. 1. 28. 06:58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경기도 과찬 우림원예가든센터에서 사람들이 맨발로 걷고 있다. 과천=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지난해 2월 요관암 수술한 뒤 회복하고 있는 송미카엘 씨(81)는 체감온도 섭씨 영하 20도 아래로 떨어졌던 1월 23일에도 맨발로 6시간을 걸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추위를 전혀 느낄 수 없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걸었다.

송 씨는 병원에서 수술후 회복하고 있을 때 지인이 ‘맨발로 걸어라’란 책을 전해줘 읽고 맨발 걷기에 관심을 가졌다. 박동창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회장(72)이 쓴 책으로 맨발 걷기의 효능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맨발로 걸어 병이 나은 사람들을 소개하고 있다.

송미카엘 씨가 경기도 과천 우림원예가든센터에서 즐거운 표정으로 걷고 있다. 지난해 2월 요관암 수술을 한 그는 그해 3월부터 맨발로 맨땅을 걸어 많이 회복했다고 했다. 이번 겨울엔 비닐하우스 안에서 걸으며 건강을 지키고 있다. 과천=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송 씨의 설명이다.
“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할 것인지에 대해 물어봤어요. 그래서 안 한다고 했죠. 병원에서도 나이도 많아 굳이 항암 치료를 권하진 않았어요. 약이 너무 쎄서 고통스럽다고 했죠. 그래서 전 항암 치료를 하지 않고 맨발로 걷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맨발 걷기로 암을 극복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보고 결정한 것입니다.”

 

송 씨를 인터뷰 할 때 옆에서 다른 분이 거들었다. 그는 “전립선암 말기를 맨발로 걸어 극복한 박성태 씨도 항암 치료를 하지 않고 맨발로 걸었다고 했습니다”고 했다. 박성태 씨(75)는 2022년 전립선암 말기에서 맨발 걷기로 완치한 인물로, 2022년 9월 16일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에 소개됐었다.

박성태 씨(앞 오른쪽)가 박동창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회장(앞 왼쪽)과 함께 경기 남양주 와부 금대산을 맨발로 걷고 있다. 2022년 1월 말 전립선암 말기 판정을 받은 박 씨는 그해 2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맨발로 금대산을 걸어 2개월 여만에 암의 공포에서 벗어났다. 남양주=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송 씨는 퇴원한 뒤 3월부터 매일 3시간 이상 맨발로 맨땅을 걸었다. 그러자 정말 몸이 좋아졌다. 잠이 잘 왔다. 통증도 없어졌다. 그는 “요관암의 회복 정도를 알 수 있는 크레아틴 수치가 많이 떨어졌다”고 했다. 고혈압, 당뇨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몸이 좋아지면서 지난해 여름부터 겨울 걱정이 시작됐다. 추운 겨울엔 맨발로 걷기 쉽지 않아서다. 그래서 그는 수도권에 있는 비닐하우스를 다 찾아다녔다. 겨울에 걸을 수 있는 곳은 비닐하우스 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집(서울 강남)에서 가까운 경기도 과천의 우림원예가든센터를 발견하게 됐다.

우림원예가든센터는 각종 묘목을 키우는 약 1만㎡의 대형 비닐하우스가 갖춰진 곳으로 걸을 수 있는 공간은 묘목 사잇길 약 300m. 송씨는 “주인을 설득했다. 당초 바닥에 부직포가 깔려 있었는데 다 걷어내야 했다. 대신 소정의 입장료를 지불하기로 했다. 하루 최소 15명은 돼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때 송 씨가 이종림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서울 서초지회 회장(59·법무법인 동인 변호사)에게 부탁을 했고, 이 회장이 흔쾌히 회원들을 설득해 동참하면서 성사된 것이다. 서초지회는 서울 ‘서초 강남권’ 회원들로 구성돼 있다.


송 씨의 설득에 우림원예가든센터는 지난해 12월 1일부터 맨발로 걷는 사람들을 받아들였고, 지금은 하루 50명에서 70명 정도의 사람들이 매일 이곳을 찾아 묘목들 사잇길을 맨발로 걷고 있다.

송미카엘 씨가 경기도 과천 우림원예가든센터에서 맨발로 엄지척을 하고 있다. 과천=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우림원에가든센터의 장점에 대한 송 씨의 설명이다.

 


“겨울철 맨발 걷기의 천국이라고 봅니다. 눈이 많이 와도, 아무리 추워도 걷는데 전혀 문제없습니다. 섭씨 영하 10도, 20도 이하로 떨어졌을 때도 걸었죠. 넓어서 많은 사람이 걸을 수 있어요. 아침에 도시락 싸 와서 걷다 점심 먹고 다시 걸어요. 오전에 와서 걷고 오후에 다시 와도 됩니다. 화장실이 가깝고, 뜨거운 물도 나오죠. 난로가 설치된 쉴 공간도 있어요. 걷다 사람들끼리 얘기하고 다시 걷죠. 무엇보다 묘목이 많아 마치 숲길을 걷는 느낌입니다. 원래 논이었던 곳이라 흙도 부드럽고 촉촉해요. 정말 좋아요. 전 오전 9시에 이곳에 와서 오후 3시에 집으로 갑니다. 점심 먹을 때도 맨발로 땅을 밝고 있으니 6시간 맨땅과 소통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이종림 회장도 거들었다.
“수도권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게 행운입니다. 서울 강남쪽에서 20~30분이면 올 수 있어요.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 추운 겨울을 이겨내기 쉽지 않았는데 이런 공간을 발견하게 돼 정말 좋습니다.”

추운 겨울에도 맨발로 걸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추위를 감내하고 맨땅 눈밭을 맨발로 걷는 사람들도 있지만 최근엔 겨울철 농작물을 키우는 곳으로 이용되던 비닐하우스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위에서 소개한 경기 과천을 비롯해 서울 강남 도곡동, 서울 서대문 안산, 경기 성남, 고양 등 비닐하우스에서 사람들이 맨발로 걷고 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대치중 앞에 지어진 비닐하우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서울 강남 도곡동 대치중 맞은편엔 약 40m짜리 비닐하우스가 서 있다. 강남구청이 구청주민들을 위해 마련한 맨발 걷기 전용 시설이다. 이곳을 찾는 윤대영 씨(81)도 전립선암 수술한 뒤 맨발로 걷고 있다. 몸이 많이 회복했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 매일 걷고 있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새벽에 전철 타고 매일 와서 걷고 있다는 김지희 씨(71)는 “잠이 잘 오고 피부가 좋아졌다”며 웃었다.

박동창 회장이 설명하는 맨발 걷기는 다음과 같다.
“맨발로 걸으면 지압효과와 접지효과(Earthing)로 면역력이 좋아집니다. 맨발로 맨땅을 걸으면 지표면에 있는 돌멩이나 나무뿌리, 나뭇가지 등이 발바닥의 각 부위와 마찰하고, 지면 위 각종 물질이 발바닥의 각 반사구를 눌러 줍니다. 발바닥 자극은 오장육부 등 모든 신체기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는 고대 중국과 이집트에서부터 이어졌죠.”

접지는 맨발로 땅을 밟는 행위다. 시멘트 아스팔트 등은 효과가 없다. 황톳길이 가장 좋다. 우리 몸에 30∼60mV(밀리볼트)의 양전하가 흐르는데 맨발로 땅을 만나는 순간 0V가 된다. 땅의 음전하와 만나 중성화되는데 이때 우리 몸에 쌓인 활성산소가 빠져나간다. 박 회장은 “원래 활성산소는 몸의 곪거나 상처 난 곳을 치유하라고 몸 자체에서 보내는 방위군이다. 치유하고 나면 활성산소는 몸 밖으로 배출돼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하고 몸속을 돌아다니면서 멀쩡한 세포를 공격해 악성 세포로 바뀌게 한다. 암 등 각종 질병이 활성산소의 역기능 탓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접지가 활성산소 제거에 효과적”이라며 “맨발 걷기로 병이 나은 사람들은 접지의 효과를 봤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비닐하우스를 찾은 사람들이 활짝 웃으며 포즈를 취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일부에서는 의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반박하지만 최근 맨발 걷기로 건강을 되찾은 사례가 많이 나왔고,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렇다 보니 지방자치단체들도 주민들의 건강을 위해 맨발 걷기 황톳길을 조성했고, 겨울철에도 걸을 수 있게 맨발 걷기 전용 비닐하우스까지 지어주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청은 안산에 약 500m짜리 비닐하우스를 조성했다. 경기 성남 분당구청은 율동공원에 약 70m짜리 비닐하우스를 지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입력 2024-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