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위한 기술이 진정한 가치”
청각장애인이 인터넷에서 자막 없는 동영상이나 음성 파일을 타인의 도움 없이 즐길 방법이 있을까. 프랑스 생성형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이브스(Ivès)가 올해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 그 해법을 내놓는다. 사람처럼 보이는 3D(차원) 여성 캐릭터가 웹사이트에서 흘러나오는 음성을 인식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수화로 통역해 보여준다. 이 AI 아바타는 인간 수화 통역사처럼 풍부한 표정을 짓고, 능숙한 손짓으로 정확하게 의미를 전달한다. 이브스는 “기술로 의사소통의 장벽을 허물고 모두를 더욱 연결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브스를 비롯해 올해 CES에서는 유독 ‘친인류적’ 기술이 기대를 모은다. 인류 발전에 기여하는 선한 기술, 이른바 인간 안보(Human Security)가 기술 트렌드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 안보 기술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AI이다. 프랑스 스타트업 이크리피아는 AI로 당뇨 환자의 피부 표면을 분석하고, 혈당 수치를 측정하는 기술 ‘네오글리’를 선보였다. 지금까지 바늘로 피부를 찌르지 않으면 측정할 수 없었던 혈당 수치를 고통 없이 측정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한국 스타트업 ‘인트인’은 손톱보다 조금 큰 정자 분석기에 정자를 떨어뜨린 뒤 스마트폰 카메라로 정자의 활동을 관찰할 수 있는 자가 점검 키트를 선보인다.
정자 상태를 바로 체크하고, 문제가 있으면 병원을 연결해 준다. 핀란드 스타트업 오리온은 이미지 인식 AI가 시각장애인 주변 장애물 유무를 판단하고, 이를 묘사하는 음성을 생성해 내 사용자에게 길을 안내하는 모바일 앱을 선보인다. 증가하는 가짜 뉴스·허위 사실 유포로 늘어나는 사회 갈등을 해결해 줄 AI 기술도 있다. 언코브AI는 생성형 AI로 작성된 텍스트와 사람이 쓴 텍스트를 구별하는 도구를 CES에서 공개한다. 병원에 침투하는 사이버 해킹 공격을 탐지하고 방어하는 AI 기반 시스템을 개발한 프랑스 스타트업 갈레온도 주목받는다.
에너지, 환경,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한 첨단 기술도 관심을 모은다. 일본 스타트업 inQs는 태양광 발전이 가능한 유리 ‘SQPV 글라스’를 공개한다. 통유리로 된 오피스 빌딩에서 자가 발전으로 빌딩 전력을 줄일 수 있다. 국내 스타트업 칸필터는 차량용 디젤 매연 저감 장치를 산업 현장에 적용해 탄소 배출을 줄이는 기술을 선보였다.
한국 스타트업 ‘미드바르’는 올 CES에서 흙이 필요 없는 ‘에어팜’을 선보인다. 식물이 땅에 뿌리내리는 대신, 공기 중에 퍼진 수분·영양액의 안개를 마시면서 자라게 하는 스마트팜 기술이다. 스타트업 ‘잉크’가 내놓은 4D 푸드 프린팅 시스템도 있다. 영양제가 인체 내에서 녹는 지점까지 설정해 제작이 가능하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인류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새로운 방식을 찾아내야 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도전”이라며 “하지만 풀어내기만 하면 거대한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했다.
☞인간 안보(Human Security)
인류를 환경오염·식량난·경제 위기 등 다양한 위협에서 보호하자는 개념. 거대한 문제들을 해결해 개개인의 삶을 ‘공포에서 자유로운’ 상태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지난해 인공지능(AI)이 확산되며,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지 않으며 인류 발전에 기여하는 ‘첨단 기술 안보’가 인간 안보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라스베이거스=오로라 특파원 라스베이거스=유지한 기자 조선일보 입력 202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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