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나의 미래를 말해줘”…인생예측 AI 나왔다

해암도 2024. 1. 7. 17:18

덴마크 공대·코펜하겐대 공동 연구진
‘네이처 컴퓨터과학’에 ‘라이프 투 벡’ 발표
교육·건강·소득 데이터로 사망률, 성격 예측

 
덴마크 연구진이 건강, 성격 같은 인생의 중요 요소를 예측하는 인공지능(AI) 모델 '라이프 투 벡'을 발표했다. 성장 환경을 바탕으로 인생을 예측하는 모델 개발도 가능할 전망이다./픽사베이

2002년 개봉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범죄자를 미리 예측하고 범죄를 일으키기도 전에 체포하기 위한 3명의 예언자가 등장한다. 예언자들은 각기 다른 미래를 예측하고, 이를 종합해 미래를 보다 정확하게 예측해낸다.

 

단순히 영화 속 상상이었던 일이 머지 않아 현실에서도 이뤄질 가능성이 열렸다. 지금까지 살아 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남은 수명, 성격과 같은 요소를 예측해 주는 인공지능(AI)가 개발된 덕이다.

 

덴마크 공대와 코펜하겐대 공동 연구진은 19일 인간의 일생을 예측하는 AI 모델 ‘라이프 투 벡(Life2vec)’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수네 레만(Sune Lehmann) 덴마크 공대 사회데이터과학과 교수는 “우리는 AI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인간의 행동을 예측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며 “이러한 기술의 진화는 인생 전반을 예측하는 것도 가능케 했다”고 말했다.

 

인간의 오랜 꿈 중 하나는 자신의 인생을 미리 내다보는 것이다. 물론 그 어떤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현재까지 미래 인생을 완벽히 예측하는 것은 여전히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최근에는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여러 변수를 종합해 자연계의 변화를 예상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 연구진은 10일 이내의 날씨 예보를 돕는 AI 모델을 선보였고, 날씨 예보를 뛰어넘는 지구 전체의 기후 예측도 AI로 정확성을 높이고 있다.

 

덴마크 연구진은 인간의 일생을 예측하는 AI 개발에 도전했다. 이들은 덴마크 국가 데이터에 있는 600만명의 교육, 건강, 소득, 직업과 같은 일상 데이터를 수집했다. 10년 단위로 모여진 이 데이터는 AI에게 학습시켜 미래의 건강, 성격과 같은 인생의 주요 요소를 예측하도록 했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다루는 만큼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자연어 처리 모델(NLP)’을 사용해 정확도도 높였다. 자연어 처리 모델은 챗GPT처럼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거나 문장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데 특화된 기술로, 현재까지 AI 기술 중 가장 높은 수준의 발전을 이뤘다고 평가받는다.

 

연구진은 ‘버트(BERT)’ 모델을 기반으로 인생 예측 AI인 라이프 투 벡 을 만들었다. 버트는 문장의 앞에서 뒤쪽 방향과 뒤에서 앞쪽 방향으로 동시에 구조를 분석하는 모델로 다른 성격을 갖는 데이터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하는 데 활용했다.

 

레만 교수는 “조기 사망률과 성격처럼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두 데이터 사이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도 예측할 수 있다”며 “다양한 데이터 세트에서 얻은 한 사람의 이야기를 간결한 언어로 바꿔 “고 말했다.

 

라이프 투 벡은 35세부터 65세까지의 조기 사망률을 예측하는 데 특히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사망률 예측 모델과 비교했을 때 11% 이상의 우수한 성능을 선보였다. 사망률뿐 아니라 성장 환경에 따른 성격의 변화를 예측하는 데도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연구진은 덴마크 성격 및 사회행동 패널(POSAP) 데이터를 바탕으로 25세부터 70세까지 덴마크 성인을 대상으로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라이프 투 벡과 기존 모델의 분석 결과를 비교했다. POSAP에서는 10개 질문을 바탕으로 ‘자부심’ ‘자유분방함’ ‘사교성’ ‘명랑함’ 등 4가지 성격의 정도를 부여한다.

 

비교 결과, 대부분 항목에서 라이프 투 벡은 실제 사람들의 성격을 기존 모델보다 50% 이상 높은 정확도로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랑함을 나타는 지표에서는 10배 이상 높은 점수를 받기도 했다.

 

연구진은 라이프 투 벡을 시작으로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정확히 예측하는 모델 개발도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AI로 예측한 결과에 대해서는 단순히 과학적 탐구의 목적으로 남겨야 하며 선입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규제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레만 교수는 “사회과학과 보건과학 사이의 상호작용의 문을 열어 볼 수 있게 됐다”며 “우리 삶에 대한 포괄적인 AI 모델 구축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컴퓨터과학’에 19일 소개됐다.

참고자료

Nature Computational Science, DOI: https://doi.org/10.1038/s43588-023-005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