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고의 액션영화 ‘명령 027호’입니다.
먼저 글에서 제가 홍길동을 소개하면서 7번인가 봤다고 했는데, 이 영화는 13번이나 봤습니다.
이렇게 많이 본 이유는 우리 집 앞에 회의실이 있었는데, 무슨 회의를 하면 그 뒤에 이 영화를 틀어주는 일이 많아서 그때마다 가서 보다보니 그렇게 많이 봤네요. 아마 이 영화를 해야 사람들이 회의도 오고 해서 그랬는가 봅니다.
저만 유별난 것이 아니고, 아마 북에서 이 영화를 10번도 넘게 본 사람은 많을 겁니다.
영화가 나온 시기는 1986년. 북한에선 이 영화 이전엔 액션영화가 없었습니다.
최초의 액션영화라 인기가 하늘을 치솟고, 아직도 이 영화의 인기에 견줄만한 영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액션수준은 한국이 아무래도 옛날부터 계속 만들던 폼이 있으니까 한국 액션영화가 훨씬 낫습니다.
더구나 미국의 할리우드 액션영화까지 여기서 마음대로 보기 때문에 할리우드 액션을 보고 나면 이 북한 영화 정도는 도무지 성이 차지 않을 겁니다.
북한과 같이 폐쇄된 사회란 특성이 이 영화의 인기를 더욱 치솟게 만들었죠.
처음 만든 액션영화이니까 엉성한 액션씬이 군데군데 띕니다. 하지만 특수촬영이나 편집 기법이 없이 날로 하는 액션이라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영화는 북한의 4.25격술연구소 연구원들이 직접 영화에 보조 출연했습니다. 조장이나 영남이와 같은 화면에 많이 비치는 사람은 배우이지만, 실제 액션을 할 때는 연구원들이 가장 많이 나옵니다.
4.25격술연구소는 전문 격술 동작을 교범화해서 특수부대에 보급하는 곳으로 이곳 연구원들은 다 최고의 무술 실력을 지닌 북한군 장교입니다.
1979년인가 북한의 경보병부대 하사관이 귀순한 적이 있습니다. 경보부대면 사단마다 있기 때문에 그렇게 대단한 특수부대라 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그때까지 귀순한 특수부대원은 처음이라 한국에서 연구대상이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특수부대원과 대련을 하게 했는데, 이 북한군 하사관을 이긴 한국군이 한 명도 없었다네요.
여기에서 열 받아서 김재규 중정부장인가 “우리도 무술에 힘을 넣어야겠다”고 지시해서 전 청와대 경호실 사범을 역임했던 장수옥이란 분이 특공무술을 개발했습니다.
한국에도 UDT나 북파공작원들의 전설이 많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 말에 북한군 경보부대 일반 하전사를 이긴 특수부대원이 없었다는 것을 봐선 한국의 무술 실력은 시원치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 영화에서 하는 액션들을 보면 북한 남파간첩들이 이 정도 훈련받고 나온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지금도 북한의 최정예 사범 대 한국의 사범을 대련시키면 저는 북한이 이긴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근거 없이 북한편을 드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은 무술인들이 별로 인기가 없습니다. 체육관 차리거나, 영화 엑스트라하거나, 또는 특수부대에 가도 그냥 좀 대접받는 정도죠. 그거 안 해도 갈 데가 많고 무술 하는 것보다 돈 많이 버는 길이 널렸습니다.
그런데 북한에선 어렸을 때부터 액션한다고 뛰어다니는 애들도 많고, 또 법보다 주먹이 최고인 세상이고, 유혹이 많지 않아 한 우물만 죽어라 파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솔직히 한국에선 아무리 날고 기어봤자 주먹 잘못 날리면 감옥에 갑니다.
그런데 북한에선 최고의 무공을 지닌 사람은 누구도 감히 범접 못하는 아우라를 풍기며 다닐 수 있습니다.
그냥 김두환이나 시라소니가 종로를 휘젓고 다니던 때 주먹의 인기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싸움꾼이 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는 후보생이 많은 것입니다.
심지어 공부로 밥 벌어먹을 천성이 명백한 이 몸도 10대 시절엔 액션영화에 빠져 종아리에 쇳덩이를 매달고 하루에 몇 십리씩 걸어 다녔고, 임꺽정이란 영화를 보고 시간나는 대로 돌을 던지는 훈련을 해서 한때 배돌석(홍명희 소설 임꺽정에서 돌을 귀신같이 던지는 인물)이란 말까지 들었습니다.
만약 북한에서 태어나지 않고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야구 투수가 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신체조건이 타고난 운동선수와는 거리가 멀지만요.
영화 볼 시간이 없으시면 액션장면만 군데군데 넘겨보셔도 됩니다.
혹 영화 장면을 보시면 북한군 특공대가 한국군을 추풍낙엽처럼 때려눕힌다는 설정이어서 불편하신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건 제 책임이 아닙니다.
제가 한국에 와서 1970년대 전쟁영화를 꽤 많이 봤는데, 이 영화들을 보면 또 북한군이 추풍낙엽입니다. 주인공이 죽을 때는 적들이 기다려주고 유언을 다 남기고…뭐 수준이 남이나 북이나 똑같습니다. 군복만 다를 뿐이지.
저는 북한군이 빗자루로 훌훌 쓸어내듯이 죽는 그런 영화를 봐도 아무 느낌이 없던데요. 그냥 당연히 영화가 그러겠지 싶습니다.
참고로 저는 액션영화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역시 서방의 개인주의를 문화적 차이로 느낄 수 있습니다. 뭐 그렇다고 불편한 것은 아니고요.
할리우드 영화는 뛰어난 실력을 지닌 주인공을 부각시키기 위해 조연들은 들러리입니다. 이소룡 영화 때부터 그랬지만…그래서 뛰어난 악당들을 처치해나갈 수록 한 명의 영웅이 탄생하는 것입니다.
명령 027호는 한 명의 영웅 대신에, 뛰어난 무술 실력을 지닌 자들이 떼로 몰려다니면서 임무를 완성합니다. 전체주의, 집단주의 문화의 산물이죠. 그리고 그 떼들이 몰려다니고 목숨을 바치는 목적은 오직 수령을 위해서입니다. 북한식 우상화의 산물이죠.
즐감하십시오. (주성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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