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459

조소앙의 ‘홍범도 평전’으로 돌아가라

[정용관 칼럼] 1933년 펴낸 ‘독립 烈士 평전’에 이례적 수록 文정부의 ‘홍범도 띄우기’는 지나쳤고 尹정부의 ‘홍범도 지우기’도 과유불급 역사의 이념화, 역사의 진영화 언제까지 반복할 건가 정용관 논설실장 ‘삼균주의’ 조소앙 선생이 남긴 문집 중에 ‘유방집’이 있다. 독립운동가 82명에 대한 평전을 모은 책으로 1933년 중국 난징에서 펴냈다. ‘유방(遺芳)’은 꽃다운 이름을 후대에 남긴다는 의미다. 선생 자신도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록을 남겨 놓지 않으면 자칫 잊혀질까 염려해 썼다고 한다. 일제에 분연히 맞서 싸우다 목숨을 잃거나 자결한 분들을 고루 다뤘는데, 그중에 ‘홍범도전(傳)’이 있다. 대부분 ‘죽은 열사’인데 이례적으로 생존자인 홍 장군이 포함돼 있는 것이다. “체구가 장대하고..

논설 2023.09.04

국가로서의 한국은 왜 무능해졌나

[朝鮮칼럼] 새만금 잼버리 진심 부끄러워 안일·무능·부주의… 국가에 만연 입법 교착·입법 폭주, 국회는 엉망 사법부·선관위도 빨간불 법·원칙은 진영 논리로 대체 한국 민주주의는 자살 중 빠른 해결 없으면 정말 위험해 지난 1일 잼버리 벨기에 대표단이 공식 인스타그램에 플라스틱 팔레트 위에 텐트를 치는 장면을 공개했다. /인스타그램 새만금 잼버리 사태를 보며 진심 부끄러웠다. 어떻게 이토록 안일하고 무능할 수 있나. 잼버리 사태의 근본적 책임은 애초 잘못된 장소를 고집한 전북도에 있다. 무능한 데다 잿밥에만 관심이 있었다. “대회 준비에 차질이 없다”고 큰소리친 여가부도 책임이 가볍지 않다. 중앙 정부의 책임은 없는가. 이 정도 국제 행사라면, 국무총리 산하 국무조정실이 사전에 꼼꼼히 점검해야 했다. 사실..

논설 2023.08.16

당신에게 통일은 ‘소원’인가 ‘사고’인가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임 김영호 통일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통일부는 남북 대화와 협력 담당 부처들에 대한 대대적인 인원 축소를 시작했다. 동아일보DB 폭염 속에도 통일부엔 칼바람이 분다. 소속 공무원의 4분의 1을 줄일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등 내부는 이미 꽁꽁 얼어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과반을 차지하고 있으니 통일부를 없애려는 정부조직법은 통과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통일부는 존치보다는 사라질 가능성이 더 높다. 이는 통일부가 어떤 일을 하는가에 달린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인 이유는 통일을 하지 말자는 여론이 해마다 높아지기 때문이다. 주성하 기자 통일연구원이 지난해 실시한 통일 의식..

논설 2023.08.07

기대 餘命(여명)과 발칙한 상상

野 혁신위원장 아이디어 반대로 적용해 보자 살날 얼마 안 남았으니 편향 없어 1인 1표 말고 3표 주면 어떤가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 앞에서 노인 폄훼 발언과 관련해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뉴스1 발칙한 상상 첫 번째. 집에서 독일 영화 ‘패러다이스’(2023)와 할리우드 영화 ‘인 타임’(2011)을 다시 봤다. ‘패러다이스’는 인간의 잔여 수명을 사고팔 수 있다는 흉칙한 상상으로 만든 영화다. 어떤 가난한 청년이 자신의 수명 중에 15년을 떼어내 80만유로를 받고 파는 장면이 시작 부분에 나온다. SF공상 과학에서도 가당찮을 얘기다. ‘인 타임’에서는 왼쪽 팔뚝에 전광 숫자로 표시되는 잔여 수명이 나오는데, 화폐와 똑같다.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논설 2023.08.07

해야 할 일은 안 하고,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는 사람들

[김형석 칼럼] 잘못을 알면서도 거짓을 조작하는 정치인들 공동체 의식 없이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어 삶의 공동체인 대한민국과 국민의 불행 진실에 입각한 정직한 정치를 되찾아야 한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자기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보다 더 나쁜 사람은 잘못을 알면서도 거짓을 조작, 저지르는 사람들이다. 사회 여러 분야의 지도자들, 정치계 지도자 대부분이 그렇다면 사회와 국민은 어떻게 되는가. 70여 년 동안이나 지도자들의 폐습이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의 질서 파괴와 도덕성 상실을 보면서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그 책임은 정치계에서 비롯되었다고 해서, 정치계 책임자들이 우리는 아니라고 항의할 수 있는가. 아직도 논의와 분규를 계속하고 있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

논설 2023.07.28

프레임의 전쟁

진중권 칼럼 진중권 광운대 교수 “윤 대통령은 처가가 땅 투기를 해 놓은 곳으로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을 변경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게 했다.” 사건은 이해찬 전 대표의 이 단정적 표현으로 시작됐다. 민주당의 공세가 이어지자 급기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사업의 ‘백지화’를 선언했다. 이 결정을 장관 혼자 내렸을 거라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실 충분히 합리적 의심을 제기할 만한 사안이다.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통과한 국책사업이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갑자기 변경되었고, 종점으로 예정된 곳 근처에 마침 대통령 처가의 땅이 있다. 그렇다면 누구라도 특혜를 의심할 것이고, 합리성을 벗어나지 않는 한 그런 의심은 사회를 투명하게 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야, 합리적 의혹 넘어 비리 단정 장관은 국책사업 판돈처럼..

논설 2023.07.14

나는 100세 넘었어도 외롭지 않다

김형석의 100년 산책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부부가 함께, 그리고 오래 살아가는 백년해로(百年偕老)는 복 중의 복이다. 누구나 경험하는 사실이다. 해로하지 못한다면 누가 먼저 가는 것이 좋을까. 일률적인 해답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흔히 남자가 먼저 가는 편이 좋다고 말한다. 늙은 남자가 혼자 추하게 남는 것보다, 여자가 자녀들도 함께 있기를 원하고 가족애도 강하기 때문이다. 내 친구 부인이 남편에게 한 얘기를 전해 들었다. “여보,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당신을 먼저 보내드릴게. 김 교수님이 혼자 쓸쓸히 고생하는 것을 보니까, 사모님이 선생님을 혼자 남겨두고 가는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라는 것이다. 남녀노소 구별없이 오는 고독사 사랑할 이 없으면 절망에 빠져 일에 대한 열정이 고독 채워줘 선한 인간..

논설 2023.07.08

나라 기둥 흔들고 ‘먹튀’한 문재인 정권… 통치행위 면피 안 된다

[이기홍 칼럼] 尹 “反국가 세력” 발언에 문재인 발끈하는데 文 지향한 나라가 기존 대한민국과 다른 건 사실 결과적으로는 자기 진영 황금 밥그릇만 챙겨줘 국가 해악 끼친 결정들에 엄중 책임 물어야 이기홍 대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반(反)국가 세력” 발언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발끈하고 나섰다. “냉전적 사고” 운운하면서 그가 펼친 주장의 요지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남북관계가 발전했으며 (그 결과물로) 국민소득이 큰 폭으로 증대했다”는 것이다. 사실관계를 호도한 주장이다. 북한이 파키스탄 핵개발의 아버지인 압둘 카디르 칸 박사의 도움을 받아 우라늄 핵무기 개발에 본격 나선 것은 김대중 정부 때인 1990년대 후반이었다. 첫 핵실험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이었으며, ‘핵무력 고도화’에 박차를 가한 ..

논설 2023.07.07

“잔소리와 충고가 어떻게 다르지요?”

전상직 서울대 음대 교수 ‘타이르는 말을 기꺼이 듣는 사람은 지식을 사랑하는 자이나, 책망받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어리석은 자이다.’ 고대 지혜문학 중 하나인 ‘솔로몬의 잠언’ 중 한 구절(12:1)이다. 영문을 찾아보니 타이르는 말(라틴어 disciplina)은 규율(discipline)이나 훈육(instruction)으로, 책망(라틴어 Increpatio)은 질책(reproof) 또는 교정(correction)으로 씌어 있다. 우리말과 영문 번역본을 여럿 비교한 끝에 ‘타이르는 말을 귀담아듣고 그것이 옳다면 싫더라도 따르라’라는 뜻으로 이해하기로 했다. 한고조(漢高祖) 유방에게 장량이 공자의 말씀을 빌려 이렇게 말했던 것처럼. “충언은 귀에 거슬리나 행실에 이롭고(忠言逆耳利於行), 독한 약은 입에 쓰나..

논설 2023.07.05

문재인 정권 최대 범죄는 사법의 정치화다

[서민의 문파타파] 野의 후쿠시마 오염수 선동 빌미 준 건 법원이었다 일러스트=유현호 “독립운동하는 심정으로 판결문을 썼다.” 2012년 김능환 대법관이 한 말이다. 그는 왜 이런 말을 했을까? 1941년부터 3년간, 여모씨 등 4명은 일본제철에 강제로 끌려가 고된 노역을 했다. 일본이 패망한 뒤 귀국하긴 했지만, 그간의 임금을 전혀 받지 못한 상태였다. 그로부터 56년이 지난 1997년, 여씨 등은 일본 법원에 소송을 낸다. 밀린 임금과 손해를 배상해 달라는 것. 하지만 일본 법원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채무가 소멸됐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자 여씨는 2005년, 대한민국 법원에 다시 소송을 낸다. 1심과 2심은 ‘시효가 소멸됐다’는 점 등을 들어 기각했지만, 2012년 대법원에서 극적..

논설 2023.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