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459

사기 대국, 대한민국[만물상]

100년 전 한 사기꾼이 프랑스에서 에펠탑을 팔아먹었다. 그는 1차 대전 여파로 재정난에 빠진 파리시가 에펠탑 수리비도 대기 어려운 처지라는 뉴스를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정부 고위 관료를 사칭하며 철물상 6명을 최고급 호텔로 불렀다. “에펠탑을 고철로 팔기로 했다”면서 경매는 비밀리에 진행할 것이라고 입단속을 시켰다. 낙찰 욕심에 눈이 먼 한 명을 집중 공략, 선수금과 뇌물을 챙겨 외국으로 달아났다. ▶같은 시기 대서양 건너 미국에선 찰스 폰지라는 인물이 세상에 없던 사기 수법을 개발했다. 그는 국제 우편에 답장용으로 동봉하는 우표에 투자하면 국가 간 우표 시세 차를 활용해 3개월에 100% 수익을 낸다며 투자자를 모았다. 후발 투자자의 돈으로 앞선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지급하는 사기였다. ‘폰지 ..

논설 2023.04.21

좌파가 우리나라를 말아먹는 방법

반미, 반일이 대표 전략 국가 근원 산업도 흔들기 일러스트= 유현호 1989년 10월 13일, 건국대에 다니던 스물네 살 청년 정청래는 준비한 승용차를 주한 미국 대사관 옆에 세운 뒤, 차 지붕을 밟고 3m나 되는 담장을 넘어 대사관에 들어간다. 이 난동에 참여한 이는 모두 여섯 명. “공안 통치 배후인 미국의 내정 간섭 중단”이 요구 사항이었다. 그들은 직접 제작한 사제 폭탄을 대사관에 던지는데, 워낙 엉망으로 만든 탓에 폭탄이 터지지 않자 플랜 B에 들어간다. 대사관 거실에 시너를 뿌리고 불을 지른 것. 하지만 대사관 건물이 내화 처리돼 있어 이 역시 실패한다. 50분간 농성을 벌이던 정청래 일당은 결국 대치하던 경찰에 체포됐고, 집시법과 보안법,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화약류 등 단속법 위..

논설 2023.04.08

생각과 염치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새말새몸짓 이사장 초기 자본을 집 장사로 마련했다는 부자가 있다. 내용인즉슨 허름한 집을 싼값에 사서 고친 다음에 가격을 올려 되파는 일이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고 했다. 왜냐하면, 집을 사러 오는 사람들이 정작 돈이 많이 들어가야 하는 집의 구조나, 벽체나 하수관, 상수관 등 숨겨진 것들은 따지지 않고, 상대적으로 돈이 덜 들어가는 벽지, 샹들리에, 수도꼭지, 변기나 욕조 등과 같이 눈에 보이는 것들만 보고 구매를 결정하기 때문이란다. 구조를 보지 않고 현상만 보는 피상적인 구매자들 덕분에 돈을 벌 수 있었다 한다.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나 구조를 중요하게 살피지 않으면 겉만 번지르르하고 기실은 튼튼하지 않은 집들로 가득 찬 동네가 될 것이다. ‘대중 굴욕 외교..

논설 2023.04.01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글을 쓴다면

장하석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과학철학 인공지능이 최근 또 세계적으로 떠들썩한 화제가 되고 있다. 2016년에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가 천하무적 이세돌을 물리치면서 특히 한국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던 일을 기억할 것이다. 현재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이른바 ‘챗봇’이다. 이것은 서로 대화한다는 의미의 영어 단어 챗(chat)과 로봇(robot)을 합쳐 만든 신조어로, 인간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인공지능 개체를 의미한다. 인터넷으로 무슨 내용을 검색할 때 지금까지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관련된 내용을 다루는 웹사이트들이 나오도록 하는 방식으로 해 왔다. 그런데 챗봇을 이용한다면 우리가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듯이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질문을 던질 수 있으며, 거기에 대한 대답도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나..

논설 2023.02.15

국민은 윤석열 정부에 무엇을 요청하는가

[김형석 칼럼] 국민은 나라 걱정, 정치는 혼란 키우는 현실 尹心은 ‘자유민주주의 위한 애국심’ 돼야 사회질서는 善의 윤리적 가치 위에서 자란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국민들은 나라를 걱정하고, 정치인들은 사회질서와 국가의 진로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 책임은 자신들의 과오와 실패를 모르는 정치지도자들에게 있다.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이 바로 그 책임자다. 지금도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를 궁지에 몰아넣고 무능하게 만들면 우리가 다시 정권을 쟁취할 수 있다는 망상에 빠져 있다. 문 정부는 운동권과 함께 정치에서 실패했는데,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개인을 지키기 위한 정치에 전념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잘못을 인정하고 정치 방향과 방법을 민주화시킨다면 국민은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

논설 2023.02.10

청와대 시절에도 이런 대통령은 없었다

[송평인 칼럼] 尹心 호소, 金엔 침묵 安엔 공격 대통령-당대표 同格도 上下도 아냐 尹 정권, 보수-중도 연대로 탄생 연대 위협한 이준석 윤핵관이 간신배 송평인 논설위원 의원내각제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일체가 된다. 정부 내각은 여당의 일부다. 여당의 실세들이 장관이 된다. 다만 여기서의 일체는 실은 구조적으로 불안한 일체다. 주요 정책을 둘러싸고 총리와 장관들 사이에 이견이 발생했으나 그것이 해소되지 않으면 장관들은 사퇴로 항의를 표시한다. 여러 장관의 동시 사퇴는 때에 따라서는 내각을 붕괴시키고 총리의 교체를 가져온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당정은 총리를 중심으로 빈틈없이 단합할 것이 요구된다. 대통령제에서는 정부와 여당 사이에 칸막이가 있다. 대통령은 여당에 의지하지 않고 정부를 구성한다. 여당의 ..

논설 2023.02.08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날지 않는다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새말새몸짓 이사장 ‘탁월한 사유의 시선’이라는 구절에서 ‘탁월’, ‘사유’ 그리고 ‘시선’ 가운데 가장 핵심적이거나 중심이 되는 단어가 무엇인지를 물으면 ‘탁월’이나 ‘사유’를 고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생각하는 훈련이 충분하지 않으면 논리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더 믿는다. 그러면 중심이 되는 단어를 고를 때도 문법에 따르기보다는 감정에 따라 고르게 된다. 생각의 질서인 논리보다는 평소 자신의 정서적 습관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 구절에서 중심 단어는 ‘시선’이다. ‘탁월’이나 ‘사유’는 ‘시선’을 수식하고, ‘시선’은 수식을 받는다. 수식을 받는 쪽이 주인행세를 하는 중심이다. 추상적인 것이 보통은 더 가치 있고 큰 역할을 하지만, 눈에는 잘 안 보인다. 기능적인 것들은 구체..

논설 2023.02.03

‘記憶(기억)의 방식’이 달라져야 나라가 成熟(성숙)한다

[강천석 칼럼] ‘기억의 포로’ 되면 ‘기억 감옥’에 갇힌거나 같아져 격차 좁혀진 한국·일본, 누가 먼저 성숙한 역사 시대 여나 ‘너 자신을 알라’는 말만큼 쉬워도 실천하기 힘든 일도 없다. ‘내’가 먼저 있고 ‘나’와 다른 ‘남’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순서(順序)가 거꾸로다. 누구나 ‘남’과 부딪히면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다. 민족의식과 국가 의식의 형성 과정에서 중요 계기가 되는 것이 다른 민족, 다른 국가와 벌인 전쟁이다. 일본 역사는 일본을 묶어주는 ‘일본 의식’이 급속히 강화된 시기로 고려-몽고 연합군이 일본을 침공한 1200년대 말(末)을 꼽는다. 사실은 그보다 훨씬 전 한반도 정세 변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규슈(九州) 지역엔 들판에 성(城)을 쌓는 일..

논설 2023.01.28

문재인을 다스리는 법

[이기홍 칼럼] 한번도 경험 못해 본 전직 대통령 행태, 汎좌파 정신적 추장으로 영향력 누리려 하나 尹정부, 文정권 적폐 청산 확실히 하면서 지지세력 외연 넓혀 강성 좌파 고립시켜야 이기홍 대기자 윤석열 정권의 1년 차는 미완성 정권교체였다. 쓰레기와 수초가 뒤엉킨 강바닥처럼 전 정권의 잔재들이 발목을 잡았다. 가장 억센 수초인 180석 야당의 발목잡기는 내년 4월까지 어찌할 수 없는 절대조건이다. 5년 동안 단물을 빨던 거대한 이권 네트워크의 해체 위기를 맞은 좌파 그룹들은 정권을 중도에 익사시킬 기회만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이런 거대한 수초 더미의 중심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있다. 2017년 취임사에서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약속했던 그는 퇴임 후에도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전직 대..

논설 2023.01.06

바이락타르, 한 엔지니어가 바꾸는 국운

[양상훈 칼럼] 튀르키예를 깜짝 드론 강국으로 만든 한 명의 엔지니어 우리 ‘바이락타르’들도 병원과 약국만 아닌 산업 현장에 있어야 북 무인기 도발을 보면서 북한에 바이락타르 같은 청년이 아직 없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셀추크 바이락타르는 올해 44세의 튀르키예(옛 터키) 엔지니어다. 셀추크는 튀르키예 민족의 이름이자 옛 국명이고, 바이락타르는 ‘기수’라는 뜻이라고 한다. ‘민족의 기수’라는 이름인 셈이다. 그의 아버지는 항공 분야 정밀 기계 가공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기술은 있었지만 하도급을 하는 정도의 규모였다고 한다. 터키에서 제작된 바이락타르 TB2 드론이 지난해 8월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에서 열린 독립일 기념 퍼레이드의 예행연습에서 일반에 공개되고..

논설 2023.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