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꽃은 정갈한 자연미의 蘭"
인터플로라 월드컵은 세계 최고의 플로리스트를 가리는 대회다. 4년에 한 번 열리며 올해가 14회째다. 국가당 한 명이 출전하는데, 이번에는 미국·영국·독일·덴마크·한국·일본·중국 등 26개국에서 참가했다. 우리나라에선 예선을 거쳐 최씨가 뽑혔다. 이 대회에서 한국인은 물론, 아시아인이 1위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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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연구실에서 최원창씨가 작약·유칼립투스 등을 담은 꽃병 사이에서 웃고 있다. 그는 “처음엔 먹고살려고 꽃을 잡았지만 지금은 꽃 아닌 다른 일은 생각할 수도 없을 정도로 일이 즐겁다”고 했다. /장련성 객원기자
지난 25일 경기도 과천에 있는 최씨의 연구실에서 그를 만났다. "어릴 때부터 집 안에 꽃을 두고 생활하는 유럽 사람의 감성을 따라가긴
어려워요. 그래서 일주일 전에 도착해 시장을 돌며 꽃들을 살피고 네덜란드 꽃을 주문하기도 했어요. 네덜란드 업체는 나중에 제가 1위 한 것을
알고는 돈을 안 받겠다더군요. 자기들 꽃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으니 선물한 셈 치겠다는 거죠."
최원창은 경북 김천의 산골 출신이다.
고교를 졸업하고 입대해 4년 6개월간 공수부대에서 복무하고 중사로 전역했다. 운동을 좋아해 스키·수영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긴다. 어찌 보면
꽃꽂이와는 거리가 먼, 전형적인 상남자다. 그런 그가 꽃과 인연을 맺은 건 여덟 살 위 친형이 운영하는 꽃집에서 일하면서부터다. 화환과 조화를
만들고 영안실 제단 장식도 직접 했는데 부케처럼 손이 많이 가는 것들은 외부에 맡기는 것이 싫었다.
"부케 같은 꽃 장식을 배우려고
반년간 학원에 다녔어요. 소질이 있다더군요. 아예 제대로 배워 대회에 나가보기로 했죠. 2002년 처음 나간 대회에서 1등 했어요." 이후
2008년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은메달을 받는 등 각종 대회에서 수상했다. 그는 "그렇지만 꽃으로 뭔가를 더 표현하고 싶은데 끌어내지 못해
답답함이 심했다"고 했다. 실력 있는 선생님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수소문 끝에 전문가를 소개받았다. 한국에서 두 번째로 인터플로라 월드컵에
출전했던 플로리스트다. 그의 도움을 받아 독일 플로리스트 마이스터 자격을 땄고, 함께 일도 했다. 서울의 몇몇 유명 백화점 꽃 장식을 맡았고,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에 등장하는 꽃꽂이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해외 대회 참가 횟수도 늘었다. 꽃 장식을 선보이기 위해 간
나라가 10개국이 넘는다. 가장 자신 있는 스타일은 독일식. 이유는 "영국·미국으로 대표되는 웨스턴 스타일 꽃꽂이보다 덜 인공적이고 자연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느낌이어서"라고 했다. 가장 좋아하는 꽃이 난(蘭)인 것도 정갈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미가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새로운 시도를 즐긴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과일이나 커피콩 등을 이용해 천연 염색한 재료들을 풀·못 등을 쓰지 않고
작품으로 완성시켜 높게 평가받았다. 그런가 하면 용접기로 배경 틀이나 받침을 직접 만들고, 톱으로 나무를 잘라 대는 막노동도 불사한다.
"꽃꽂이가 꼭 여성적인 건 아닙니다. 창의적인 시도를 계속하려면 체력도 어느 정도 뒷받침돼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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