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호킹 “최대 관심사 뭐죠” 저커버그 “사람요”

해암도 2015. 7. 2. 06:46

한 시간 동안 문답 나눈 저커버그

“학습능력 100만 배 높일 수 있을지       영원히 살 수 있게 할지 궁금
맹인에 길 안내하는 컴퓨터 곧 구현”      슈워제네거 “기계가 사람 이길까요”
저커버그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당신의 최대 관심사(big question)는 무엇인가요?”

 “사람(people), 사람요.”


 영국의 천재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 박사가 묻고,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가 답했다. 이들이 실제로 만난 것은 아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오후 저커버그가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한 시간 동안 댓글로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는 ‘Q&A 세션’을 열었는데, 호킹 박사가 여기에 참여하면서 대화가 이뤄졌다.


 호킹 박사는 “나는 중력과 다른 여러 힘의 통일론에 대해 연구한다”고 짧게 소개한 뒤 저커버그가 생각하는 과학계의 궁금증에 대해 물었다.

저커버그는 “나의 최대 관심사는 사람”이라고 운을 뗀 뒤 “무엇이 우리를 영원히 살 수 있게 할지, 어떻게 하면 모든 질병을 치료할 수 있을지, 뇌·학습의 원리는 무엇인지, 인류의 학습능력을 지금보다 100만 배쯤 더 높일 방법은 무엇인지(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인간에게는 균형있게 사회적 관계를 맺도록 하는 수학적 법칙(mathematical law) 같은 게 있는 것 같다”며 “그런 법칙이 있다는 데 한 표를 걸겠다(I bet there is)”고 말했다.

 배보경 IGM세계경영연구원 부원장은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사고와 행위의 중심은 사람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저커버그 같은 경영자가 사람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최상의 가치로 두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평가했다.

 호킹 박사 외에도 이날 페이스북 대화에 참여한 인사들의 면면은 화려했다. ‘돌아온 터미네이터’인 아널드 슈워제네거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 온라인미디어 여제인 아리아나 허핑턴 허핑턴포스트 발행인도 포함됐다.

 슈워제네거는 “바쁠텐데 운동할 짬을 어떻게 내는지 궁금하다”고 말을 꺼내더니 “그나저나 기계가 사람을 이길 것이라고 보시오”라고 물었다. 그는 80년대부터 인간을 공격하는 살인로봇 ‘터미네이터’를 연기해왔다. 저커버그는 단호하게 “아니오. 기계가 이기는 일 없어요”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페이스북의 인공지능(AI) 연구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만약 뉴스피드에 올라온 포스팅 내용을 이해하고 관심있는 포스팅을 더 많이 보여주는 컴퓨터가 있다면, 또 이미지 내용을 이해하고 맹인에게 이를 설명해주는 컴퓨터가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며 “앞으로 10년 안에 우리가 구현해 내겠다”고 말했다. 또 가상현실(VR)과 관련해 “앞으로는 (VR 체험 용도의) 안경을 끼고 다니면서 지인들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의 뉴스 플랫폼이 된 페이스북에 대한 미디어 전문가들의 질문도 쏟아졌다. 아리아나 허핑턴 발행인은 디지털 출판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페이스북의 영향력을 언급하며 온라인 저널리즘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저커버그는 "풍부한 콘텐트, 뉴스의 전달 속도와 빈도에 주목한다”며 “미래에는 텍스트와 사진을 넘어 동영상, 더 나아가 VR 같은 실감형 콘텐트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른 한 살의 억만장자 저커버그 CEO는 페이스북 본사나 해외 출장지에서 사용자들과 ‘타운홀 미팅’을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첫 번째 타운홀 미팅 때는 한 사용자가 “왜 만날 회색 티셔츠만 입느냐”고 묻자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셔츠를 고를 시간이 아까워서”라고 대답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중앙일보] 입력 2015.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