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대중화된 醬(장)으로 전통문화와 맛 함께 살리는 청국장·강된장

해암도 2015. 6. 17. 21:28

“더 이상 알려지는 것이 싫다.” 단골들의 푸념이다. 유명세를 치르는 집이다. 가까워서 찾는 집이 아니라 다리품 팔아도 아깝지 않은 집이다. 흔하디흔한 것이 된장과 청국장 집인데 왜일까? ‘줄서는 집’의 장맛 비결이 궁금하다. 직접 찾아가 노하우도 엿보고, 단골의 맛 평가도 들었다.

집밥의 향수 대변, 쉬운 것 같지만 오랜 경험이 제맛 내
한국인에게 된장찌개는 ‘집밥’에 대한 향수를 대변하는 음식이다. 뚝배기에 질박하게 끓여낸 된장은 사계절 내내 우리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찌개다. ‘뚝배기보다 장맛’이란 속담은 겉모양은 보잘것없으나 내용은 훨씬 훌륭함을 이르는 말이다. 된장찌개가 그렇다.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여 식탁에 올리면 정다움이 느껴지는 찌개다. 구수하고 향토색 짙은 맛으로 항상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갖가지 제철 재료를 넣고 끓일 수 있어 영양 면에서도 우수하다.     


또한 조리 순서를 제대로 지켜 적당한 시간 끓이는 것도 맛의 비법이다. 특히 된장찌개에 표고버섯을 넣으면 감칠맛이 살아난다. 일반적으로 멸치, 소고기, 조개류로 육수 맛을 낸다. 육수에 된장을 풀고 감자, 호박, 두부 등을 넣어 끓여 내지만 그 맛은 제각각 다르다. 쉬운 것 같으면서도 오랜 경험이 쌓여야 제맛을 내는 음식이다. 고추장과 청국장도 그 뒤를 잇는 장류이다.


된장은 크게 전통 방식으로 담는 ‘집된장’과 화학적 방식으로 담는 ‘공장된장’으로 나뉜다. 자연발효 재래식 된장은 깊은 맛은 있지만 짠맛이 강한 게 흠이다. 집집마다 장맛이 각기 다르다. 해마다 맛도 다르다. 대량 생산하는 인공적 발효 된장은 전통 맛은 약하지만 대중적인 입맛에는 점수가 후하다. 항상 일정한 맛을 낼 수 있어 외식업을 하는 곳에서는 대부분 후자를 쓴다.


여하튼 장으로 유명 맛집이 되기는 경쟁률이 만만치 않다. 맛의 깊이와 서비스도 자연스레 따라 줘야 한다. 자칫 식상한 음식이라 찬이 맛깔스러워야 한다. 안팎으로 대중화된 醬(장)을 직접 만들어 전통도 살리고, 맛도 일품화해 손님들의 발길이 분주한 두 집을 찾았다. 특히 요즈음처럼 추운 겨울철에 별미인 청국장과 명품 강된장의 맛으로 사직로와 대학로 두 문화 거리에서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솔나무길 된장예술>
갤러리 같은 홀에서 피어나는 ‘된장 예술’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솔나무길 된장예술>은 된장의 소박한 이미지와는 달리 홀과 인테리어가 반전이다. 갤러리 같은 분위기다. 대학로라는 입지 조건과 금요일 밤이라서인지 20~30대 젊은 층이 대다수다. 정명남 대표는 “남녀노소 다 오는 집이 우리 집”이라고 했다. 전통 장에 대한 선입견을 깼다. 된장 맛을 아는 사람이면 이집 장을 먹는 순간 ‘집된장은 집된장이구나!’ 싶은 맛이 혀끝에서 느껴진다.

	솔나무길 된장예술
솔나무길 된장예술

이집은 젊은 층도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대중적 맛을 재현했다. 정 대표는 강원도 홍천에서 직접 메주를 띄워 장을 담근다. 간장을 뽑지 않은 된장에 보리밥을 넣어 막장을 담근 후 3년간 숙성한다. 그래야 짠맛은 줄고 보리밥 특유의 단맛과 감칠맛이 어우러진다. 맛이 너무 진하고 짠맛이 깊게 배인 재래된장의 약점을 보완한 것이다.


메인메뉴인 된장정식(9500원)은 멸치, 디포리 등으로 국물 맛을 낸다. 되직하게 된장을 풀고 깍뚝썰기한 두부를 푸짐히 넣는다. 강된장의 부드러운 맛을 내기 위해 차돌박이를 갈아서 넣는 게 이집만의 독특함이다. 풋고추를 송송 썰어 넣고 고춧가루와 파를 넣어 마무리하면 입에 착착 감기는 강된장이 탄생한다.


채반에 담아낸 송송 썬 부추와 야채, 나물, 강된장을 밥에 넣어 쓱쓱 비벼 먹는다. 찬은 12찬이다. 그중 잡채, 전, 밑반찬같이 집에서 만들기 쉽지 않은 찬을 기본으로 구성하고, 5찬은 매일 매일 다른 찬으로 낸다. 식사메뉴로 간장게장 정식(2만원), 양념게장 정식(2만3000원)이 있지만 된장 정식(9500원)의 주문이 단연 으뜸이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1 1길 9 -2 전화 (02)745-4516



서울 종로구 <사직분식>
30℃ 유지·3일간 발효해 만드는 청국장찌개
주문한 찌개가 나오는 동안 옆 테이블에서 식사를 마친 중년 회사원에게 맛 평가를 부탁했다. “가격 대비 청국장, 밥, 김치까지 대만족입니다. 5000원에 먹기엔 미안할 정도입니다.” 점심시간 1층을 가득 메우고 2층으로 올라오는 손님들로 합석 할 수밖에 없었다.

	사직분식
사직분식

대표(김춘자)는 “찾아오는 손님만으로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라며 한사코 답을 피했다. 이 집은 모녀가 철저하게 분업 시스템으로 운영한다. 청국장을 띄우는 일은 따님(김기선) 몫이다. 엄마는 찬 담당이다. 손님의 증언대로 김치 맛이 예사롭지 않다.

청국장은 집에서 직접 띄운다. 푹 삶은 콩을 용기에 담는데, 특이하게 대나무를 넣는다. 이 집만의 독특한 비법이다. 바닥에 전기 판넬을 깔고 일정 온도 30℃를 유지 한다. 3일 동안만 숙성시킨다. 그 이상 발효하면 청국장 특유의 냄새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청국장은 찧지 않은 채 찌개에 넣는다. 센 불에서 탈 염려가 있고, 국물이 너무 걸쭉해지는 걸 막기 위해서다. 그래서 콩을 씹는 식감이 탱글탱글하니 훨씬 살아있다. 국물 맛도 시원하다. 이집만의 맑은 육수에 잘 띄운 청국장을 넣고, 두부를 숟가락으로 뚝뚝 잘라 끓여낸 청국장은 보기만 해도 침이 고인다. 찬은 6가지다. 생선 한 토막에 어묵볶음, 파래 등 영양적으로도 균형을 맞췄다. 기와지붕 아래 따끈한 온돌에서 먹는 청국장 한 대접은 귀한 손님 대접을 받는 듯하다. 청국장을 싫어하는 손님한테는 얼큰한 두부찌개(5000원)도 인기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9가길 1 전화 (02)736-0598


글·사진 제공 : 월간외식경영     조선    입력 : 2015.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