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난 집 맛난 얘기] 아미소
아직도 초복은 멀었는데 더위는 벌써 삼복의 염천을 달린다. 일부 삼계탕 집 앞은 손부채질 하며 차례 기다리는 손님들로 장사진이다. 언제부턴가 삼계탕은 한국인의 여름나기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삼계탕 몇 번쯤 먹어줘야 여름을 제대로 난 기분이 든다. 최근에는 전통적 재료 외에 다양한 재료로 만든 삼계탕이 더위에 축 쳐진 한국인의 여름 미각을 깨운다. 서울 논현동 <아미소>는 건강 식재료로 각광받는 삼채 삼계탕과 삼채비빔밥을 선보이고 있다.
인삼과 도라지 닮은 삼채, 넌 누구니?
언제부턴가 뷔페나 한식집에서 도라지도 아닌 것이 도라지
무침 맛을 내는 반찬이 심심찮게 나왔다. 생김새나 맛은 도라지 비슷한데 ‘삼채’라고 했다. 아직 삼채는 우리에게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식재료다.
하지만 김치, 전, 나물, 무침, 샐러드 등 그 쓰임새를 넓혀가더니 한정식집 <아미소>에서는 인삼을 제치고 삼계탕의 주재료 자리까지
꿰찼다.
삼채(juumyit)는 히말라야 산맥 동쪽 끝자락인 미얀마에서 주로 생산되는 채소다. 파, 부추, 마늘 등과 함께
파속(屬) 식물이다. 잎과 뿌리를 모두 요리에 쓴다. 뿌리는 마치 인삼을 닮았다. 그래서 삼채(蔘菜)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런가 하면 단맛,
쓴맛, 매운맛 세 가지 맛이 난다고 해서 ‘삼미채’라고도 하는데, 이것을 줄여 삼채라고도 부른다.
유황은 항암 항균 효과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사포닌은 해독작용과 호흡기관의 면역력을 높여준다. 삼채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요즘처럼 메르스가 창궐하는 시기엔 그 어떤 식재료보다 요긴할 것 같다.
한약재 견과류와 함께 삼채로 고아낸 삼채 삼계탕
<아미소>의 주인장 차인섭(63)
씨는 요리연구가이기도 하다. 그녀 역시 일찍이 삼채의 효능과 식재료로서의 장점에 주목했다. 처음에는 다른 한정식 집들처럼 단지 무침이나 나물로만
사용했다. 그러다가 유황과 사포닌 함량이 풍부해 삼계탕에 인삼과 함께 쓰면 시너지효과가 높을 것으로 생각했다. 여러 차례 삼채 삼계탕을
시험해봤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아미소>는 삼채 장아찌, 삼채 무침 등의 찬류와 함께 구성한 삼채 삼계탕을 삼채
삼계탕 정식(1만4000원)으로 선보이고 있다.
삼계탕도 육수가 중요하다. 닭을 삶기 전에 기본 육수를 미리 만들어 둔다.
오가피, 황기, 엄나무, 닭발 등으로 끓인 것이다. 주문이 들어오면 뚝배기에 이 육수를 붓고 찹쌀과 대추, 인삼 등을 채운 생닭과 녹두, 참깨,
호두, 아몬드, 호박씨, 해바리기 등의 견과류를 넣고 푹 끓인다. 바로 이 과정에 삼채를 함께 투입한다.
삶은 삼채를 씹으면 마치 인삼정과인 양 달착지근한 맛이 폭신폭신 씹힌다. 푹 고아진 닭고기 살점과 함께 먹으면 잘 넘어간다. 가끔 국물도 훌훌 마셔가면서.
애주가들은 보통 삼계탕에 반주로 인삼주를 찾게 된다. <아미소> 삼채 삼계탕에는 생삼채로 담근 삼채주가 있다. 이 집에서는 한 병에 1만2000원인 삼채주를 삼채 삼계탕 정식을 주문한 고객에게 8000원에 판매한다. 삼채주를 따르면 쌉쌀한 삼채 향이 잔에 그득하다. 닭고기 살 한 점에 삼채주 한 잔 하면 보약을 먹는 기분이 든다. 다 먹고 나면 몸이 가뿐하고 시원해진다. 삼복더위와 대적할 용기가 생긴다.
삼채 비빔밥, 다채로운 건강 식재료 한 자리에 모아
삼채 삼계탕을 형이라면 삼채
비빔밥(1만원)은 이 집 삼채 음식 중 아우에 해당한다. 큼직하고 흰 사각그릇에 색채의 향연이 시원하다. 취나물, 시래기 등 건강식재료 묵나물에
적양배추, 호박, 당근, 오이채 등 색색의 채소류가 삼채와 더불어 얌전히 엎드려 있다. 그 한가운데 불고기와 고소한 참깨 가루를 수북하게
얹었다.
여기에서도 삼채는 튀지 않는다. 한 번 삶은 삼채를 다른 고명들 길이만큼 잘라 올렸다. 모양새도 그러하지만 맛도 다른
재료들과 잘 어울린다. 화이부동의 경지다. 입맛에 따라 고추장이나 간장에 비벼먹는다. 주인장 차씨가 담근 3년 묵은 고추장은 비빔밥에 매콤한
활기를 불어넣는다. 깔끔한 맛을 원하면 고추냉이와 함께 간장을 넣고 비빈다.
어떤 것을 넣고 비비든 한 술씩 뜰 때마다 참기름
향이 입 안에 번진다. 고소한 미소와 함께. 비빔밥에는 좋은 국물이 필요하다. 삼채를 넣고 끓인 된장국이 마치 냉잇국처럼 구수하고 달착지근한
맛을 낸다. 찬으로 내온 전, 잡채, 참나물 무침, 겉절이에서도 농익은 주인장의 음식 솜씨가 느껴진다. 반찬은 계절에 따라 조금씩 바뀐다.
후식용 식혜는 입가심에 정점을 찍는다. 밥알을 제대로 삭혀 맛을 내 단맛에 무리가 없고 구수하다. 살얼음이 삼채로 들뜬 몸의 열기를
다독인다.
최근 경남 농업기술원은 삼채 백숙 시식행사를 열었다. 참석자들로부터 건강식으로 큰 호평을 받았다. 삼채는 처음 외국에서 수입했지만 지금은 국내 농가에서 생산한다. 그러나 아직 삼채의 기능성과 장점에 비해 소비가 덜 되고 있는 실정이다. 삼채 음식이 좀 더 보편화 돼, 삼채 농가 사기도 오르고 국민 건강도 향상됐으면 좋겠다.
서울 강남구 선릉로115길 4, 02-514-6999
기고= 글 이정훈, 사진
이한길 입력 : 2015.06.26
'맛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가지 맛 고래고기 - 장생포 ‘고래의 추억’ (0) | 2015.06.29 |
---|---|
현지인과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 잡은 튀김요리 (0) | 2015.06.27 |
여름의 '힘' 바닷장어의 재발견 (0) | 2015.06.18 |
대중화된 醬(장)으로 전통문화와 맛 함께 살리는 청국장·강된장 (0) | 2015.06.17 |
아침에 문여는 식당 - 하동관 (0) | 2015.0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