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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쎈돌’ 이세돌 ‘세기의 10번기’ 제5국서 구리 9단 제압

해암도 2014. 5. 26. 08:59


    


역시 ‘쎈돌’이다. 이세돌 9단이 구리 9단을 꺾고 ‘세기의 10번’ 대결에서 다시 한 발 앞서 나갔다. 10번기의 딱 가운데인 중요한 승부처에서 낚은 승리로, 1승 이상의 가치가 있는 승리였다.

‘한국바둑의 영웅’ 이세돌 9단과 ‘대륙바둑의 적장자’ 구리 9단 간의 ‘세기의 10번기’는 세계 바둑인의 뜨거운 관심 속에 25일 중국 윈난의 샹그릴라에서 5번째 승부를 펼쳤다. 2승2패에서 맞는 새로운 승부처.

이세돌 9단(오른쪽)이 구리 9단과의 10번기 다섯 번째 승부에서 장고에 빠져 있다.


두 선수가 출발점에서 다시 걸음을 떼는 형국이지만 승부의 흐름상 이9단에게 부담스러운 일전이었다. 2연승을 내달리다 2연패를 당하면서 압박이 클 수밖에 없었다. 3연패를 당할 경우 승부의 주도권을 완전히 내줄 수도 있는 상황.

이 때문인지 이9단은 초반부터 신중하게 판을 짜 나갔다. 구리 9단 역시 깊은 수읽기를 거듭하면서 승부는 샹그릴라의 이름만큼 더디게 흘러갔다. 영국 소설가 제임스 힐튼이 지은 <잃어버린 지평선>에 나오는 ‘샹그릴라(香格里拉)’는 티베트어로 ‘마음 속의 해와 달’을 뜻한다. 평화롭고 영원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유토피아다.

느릿느릿하게 흘러가던 승부는 120여 수가 지나는 중반전투 때부터 출렁거리기 시작했다. 흑이 좌하귀를 접수하는 대신 우상 쪽 대가가 허물어지는 패싸움이 벌어지면서 두 사람은 벼랑 끝 승부를 벌였다. 반상 곳곳에서 전투가 벌어져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앤갯속 상황.

하지만 난마처럼 얽힌 수싸움에 승리의 가닥을 잡은 것은 이9단이었다. 이9단이 우상귀에 잡혀 있던 흑말을 살리는 교묘한 수순을 찾아낸 것. 그곳의 싸움으로 사실상 승부는 끝났다. 우상귀의 흑이 다시 백의 수중에 들어가기는 했으나 그 대가로 중앙 일대를 검은 장막 안에 가둠으로써 승리를 결정지었다. 이후 좌변 쪽에서 패싸움이 벌어지기는 했지만, 팻감이 절대 부족한 백으로서는 부질없는 몸부림이었다. 결국 구리 9단이 할 수 있는 일은 223수에 이르러 항복을 선언하는 것뿐이었다.

이날 승리로 이9단은 10번기 승부에서 3승2패로 한 발짝 앞서 가게 됐다. 남은 5판의 대국에서 2승3패를 해도 최소한 무승부를 기록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올르기도 했다. 최근 구리 9단에게 각종 대회에서 당하던 연패의 사슬 또한 ‘4’에서 끊으며 부진의 늪에서 깔끔하게 벗어났다. 이래저래 1승 이상의 승리였다.

한편 1월부터 매달 마지막 일요일에 한 판씩 이어지고 있는 10번기는 6월에는 월드컵 관계로 휴식을 갖고 7월27일 중국 안후이 루안에서 6국을 속행한다.

10판6승제로 치르는 10번기의 우승상금은 500만위안(약 8억7000만원)이다. 그러나 준우승자는 여비 명목으로 단 20만위안(약 3500만원)만 주어진다. 만일 5승5패가 될 경우에는 상금을 반분한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입력: 2014년 05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