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GI 호르몬을 잡아라! 몸이 달라진다]
AI, 항노화, 초고령화...'멜라토닌' 조절이 관건
대전환의 시대 호르몬 사용설명서
2025년 마지막 칼럼이다. 독자들도 들뜨고 분주한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가고 있으리라 짐작한다. ‘새해에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를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나름의 조언을 전하고자 특별히 공을 들였다.
며칠 전 한 해를 정리하는 마음으로 서점을 찾았다. 언제나처럼 2026년을 준비하는 전망서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주요 화두는 “AI 대전환의 시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였다. 이에 자극을 받아 노트북을 켜고 ‘2026년에 좀 더 공부해야 할 주제’를 정리해 보기로 했다. 기사를 찾고 AI 도움도 받아 간추린 주제는 다음과 같다.
1. AI 시대 도래: 오픈AI의 ‘GPT-5’ 공개, AI 에이전트 사용 증가
2. 초저출산·초고령화 사회: 한국은 초고령화 사회와 합계출산율 0.6명대 진입
3. 기후 재난: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 1.5도 임계점 돌파
4. 웰니스 산업의 급성장: 디지털 헬스케어와 항노화(Anti-aging) 열풍
5. 우주항공 시대 개막: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와 민간 우주 정거장 본격화
몇 시간을 들여 정리한 뒤 뿌듯한 마음으로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러나 문득 ‘역시, 답은 호르몬이구나’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대전환의 시대 꼭 필요한 게 뭔지 답을 찾은 셈이다.
AI 대전환 시대, 호르몬으로 준비하자
첫째, 우리는 이미 AI의 시대를 맞았다. 이제 자료 조사, 문서 작성, 프로그래밍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AI 에이전트가 상당한 업무를 지원하거나 대신해 준다. 이로 인해 인간 생산성은 극대화됐지만 더 오래 모니터나 휴대폰 앞에 머물게 됐다.
작업 환경의 변화, 일상의 변화는 몸에 변화를 일으켰다. 스마트폰과 모니터에서 나오는 블루 라이트는 멜라토닌 생성을 방해하는 일등 공신이다. 수면뿐만 아니라 항노화, 항산화의 보고로 증명된 멜라토닌이 줄면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없다.
2026년부터는 AI가 일을 대신해 주어 확보된 시간만큼 ‘디지털 단식’을 실천해야 한다. 멜라토닌 분비를 유도하는 디지털 단식을 통해 높은 생산성과 함께 높은 삶의 질도 유지할 수 있다.
둘째, 초저출산·초고령 사회에 대한 고민이 깊다. 2025년부터 대한민국은 65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화 사회가 됐다. 초고령 사회 진입이 달갑지 않은 이유는 ‘건강 걱정’ 때문이다. 오래 사는데 아프면 그건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다. 치매가 대표적이다. 지금 각국은 국가 차원에서 치매 예방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이는 멜라토닌 중요성을 부각시킨다. 멜라토닌은 단순히 잠을 자게 하는 호르몬이 아니라, 밤사이 뇌세포 사이 노폐물을 씻어내는 ‘글림파틱 시스템(Glymphatic System·뇌 전용 쓰레기 청소 시스템)’의 스위치 역할도 한다. 고령층은 멜라토닌 결핍을 막아야 치매를 적극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노년의 인격과 품위를 지키기 위한 멜라토닌 균형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셋째, 기후 재난은 또 어떤가. 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는 밤에 잠을 자지 못하게 하고 체온 저하를 방해해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한다. 단순히 몸이 불편한 걸 넘어 항상성 유지에 치명적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는 생체시계 교란으로 이어져 건강을 해친다. 외부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맞서서 몸의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멜라토닌 유지 전략을 실천해야 한다.
넷째, 웰니스 산업 급성장이다. 웰니스는 몸의 건강뿐만 아니라 마음의 건강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정신 건강과 마음 챙김이 거대 산업으로 성장하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슬립테크가 각광받고 있다. 그만큼 잠 못 드는 현대인이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런데 슬립테크의 방법들을 들여다보면 그 핵심은 ‘어떻게 천연 멜라토닌을 자연스럽게 분비시킬 것인가?’이다. 수면은 내일을 위한 가장 중요한 투자이다. 슬립테크를 고민하기 앞서 생활습관부터 바로잡아 멜라토닌이 충분히 분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주항공 시대 개막이다.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 향하는 인류는 어떤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까? 가장 먼저 지구의 낮밤 주기가 사라질 때 나타나는 생체 리듬 파괴를 고민하게 된다. 따라서 우주비행사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인위적인 멜라토닌 조절’은 핵심 연구 과제로 꼽히고 있다. 지구에서 사는 우리는 자연스럽게 누리는 어둠과 잠의 가치를 다시금 느끼게 되는 대목이다.
멜라토닌부터 제대로 사용하자
이처럼 호르몬은 대전환의 시대에 개인이 경험하게 되는 문제들과 사회적 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찾게 되는 솔루션이다. 2026년을 준비하는 것뿐만 아니라 대전환 시대를 잘 살기 위해서도 호르몬을 제대로 사용하는 전략을 세워 실천해야 한다.
한 해의 마지막 날, 사람들은 일출(日出)을 기다리며 새해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우리 몸은 눈부신 햇살 아래에서뿐만 아니라 가장 깊은 어둠 속에서도 새로운 시작을 준비한다. 생체 리듬을 주관하는 호르몬, 멜라토닌이 그 증거다.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가 다가오고 있다. 조선일보 멤버십 회원들도 말의 역동적인 기상으로 새해를 달리기를 소망한다. 2025년 12월 31일 멜라토닌이 선사하는 깊은 안식 속에서 몸과 마음이 잘 준비된다면 2026년 1월 1일 태양은 어느 때보다 눈부신 성취와 도약의 빛으로 여러분을 맞이할 것이다.
낮과 밤, 마음과 몸의 전략을 조화롭게 활용해 건강하고 활기찬 한 해를 보내시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안철우 연세대 의과대 교수 조선일보 입력 2025.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