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한번도 경험 못한 대통령… 그를 기억해야 하는 6가지 이유

해암도 2022. 5. 7. 08:51

 

[서민의 문파타파]

조국 사태부터 ‘검수완박’까지
무능하지만 ‘착한’ 문통의 실체

 
일러스트=유현호

 

‘무능해서 그렇지 사람은 좋다.’ 지난 5년간 우리나라를 통치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이렇게 말하는 분들이 제법 있었다. 높은 지위에 있는 분이 무능하면 그거야말로 나쁜 것 아니냐고 반문해 보지만, 그렇게 따지면 좋은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는 반론에 부딪히곤 했다.

 

내 평가가 너무 박한 것일까 고민하던 차에, 문 대통령이 손석희씨와 나눈 TV 대담을 봤다. 문통 스스로는 퇴임 후 잊힌 사람이 되겠다며 겸손해하셨지만, 이런 분은 우리가 오래 기억해드려야 한다는 뜻에서 대담을 통해 드러난 문통의 실체를 정리해 본다.

 

1. 나는 절대선이다

책임 있는 자리에 있다 그만둘 때면,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잘한 일도 있을 것이고, 아쉬운 대목도 있기 마련이지만, 물러나는 이들은 대개 후자를 더 강조한다. 자기 업적을 스스로 칭찬하는 건 민망한 일인 데다, 자신이 못 한 일들을 후임자가 해주기 바라서이기도 하다. 그런데 문통은 그 어떤 잘못도 인정하지 않았다. 예컨대 남북 관계는 자신의 재임 기간에 충돌이 한 건도 없었으니 잘한 것이란다. 박근혜 정부 때의 목함지뢰 사건은 ‘충돌’로 치면서 바다에 표류 중이던 공무원이 북한 경비병에 의해 사살된 것은 ‘충돌’이 아니라는 것도 희한하지만, 북한이 우리 재산인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은 대체 뭐란 말인가? 손석희가 이에 대해 묻자 문통은 이렇게 답한다. “그건 비판할 문제가 아니죠. 왜 비판합니까?” 자신이 어떤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위기를 겪었는데 가장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선도 국가로 이끈 대통령”이라고 답한 걸 보면,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2. 코로나, 미안하고 고맙다

코로나19는 많은 이에게 고통을 준 전염병이었지만, 누구에게나 그런 것은 아닌 모양이다. 손석희와의 대담에서 문통은 코로나를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다. 부동산 폭등은 코로나로 인해 유동성이 늘어난 탓이고, 대선 공약이던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지 못한 것도 갑자기 코로나가 터진 탓이다. 기자회견 횟수가 적은 것은 “기자들과 만나려 할 때마다 코로나 상황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것 말고도 코로나는 조국 사태 이후 지지율 하락을 겪던 민주당에 총선 압승을 안겨줬고, 정권에 반대하는 시위를 원천 봉쇄해 주기까지 했으니, 이쯤 되면 문통이 코로나 덕을 봤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3. 핑계의 제왕

물론 문통이 모든 걸 코로나 탓만 할 정도로 편협한 분은 아니다. 한·일 관계가 악화된 것은 “우리 정부는 달라진 게 없는데 일본이 우경화됐기 때문”이며, 정권 초기부터 스스로 약속했던 공직자 임명 시 5대 불가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지금 눈높이와 다른 시대를 산 분들에 대한 망신 주기”라며 오히려 야당의 검증을 문제 삼았다. 가장 참신한 핑계는 민주당이 대선에서 패배해 정권을 내주게 된 것에 대한 소회를 물었을 때 나왔다. 대선 기간 내내 정권 교체 여론은 늘 60%를 상회했으며, 이는 문 정권의 실패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오죽하면 이재명 후보가 문통을 비판하며 거리 두기를 했을까? 그런데 문통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억울한 점을 이야기하자면 나는 한 번도 링 위에 올라가 본 적이 없다. 그런데 마치 (대통령보고) 선거에 졌다고 하는 것은 조금 문제가 있어 보인다.”

 

4. 불리한 질문은 패스한다

손석희는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너무 급하게 밀어붙이는 게 아니냐고 묻는다. 지난 5년간 뭘 하다가 퇴임 한 달을 앞두고 이러느냐는 말도 덧붙였다. 문통의 대답은 이랬다. “의견을 말하지 않겠습니다.” 손석희가 말한다. “그래도 다시 한번 여쭈어본다면?” “마찬가지입니다.” 신기한 건 자신의 의견도 내놓지 못하는 분이, “검수완박은 저지되어야 한다”는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의 견해에 대해 비판했다는 점이다. “‘반드시 저지하겠다’ 이런 식의 표현을 쓰는 건 부적절하다.” 실제 한 후보자가 했던 말은 “저지돼야 한다”였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문통이 검수완박을 찬성하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집무실을 옮기는 건 백년대계인데 윤석열 당선인이 여론 수렴도 안 하고 추진한다고 비판해 놓고, 국가의 사법 체계를 뒤흔들 검수완박의 졸속 추진에는 찬성한다면, 이것이야말로 내로남불 아닐까?

 

5. 어려운 말은 못 알아듣는다

손석희는 “이 정부의 검찰총장 출신을 유력한 야당 후보로 만든 것도 모두 민주당 정권이 자초한 일이다”라는 심상정의 말을 인용하며 “듣기에는 아픈 지적인 것 같다”고 말한다. 문통이 답한다. “그러면 다른 출신이면 괜찮은 건가요?” 검찰총장을 탄압해 오히려 대선 후보로 키워줬지 않느냐는 질문에 출신을 이야기하다니, 손석희는 당황한다. “그 뜻으로 말씀드린 게 아니라.” “그러니까 지금까지 검찰총장 출신이 없었기 때문에 검찰총장이라는 게 별로 좋은 조건은 아니죠.” 손석희가 다시 설명하지만, 문통은 여전히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다. “통합의 정치를 하라고 하면서 우리 정부에 몸담았던 사람은 상대 당으로 가서는 안 되는 것도 아닐 테고.” 손석희는 더 묻는 것을 포기하지만, 문통은 동문서답의 쐐기를 박는다. “검찰총장이 임기가 보장돼 있는데, 중도에 관두고 간 것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었다.”

 

6. 만만한 윤석열, 두려운 김정은

대담을 하는 동안 문통은 여러 차례 윤 당선인을 비판했다. 손석희는 이로 인해 신구(新舊) 권력 간에 갈등이 유발되는 게 아니냐고 묻는다. “새 당선인 측이 발언하니까 그냥 입 닫고 가만히 있는다, 그래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을뿐더러 반대 의견을 밝히는 것이 갈등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 문통이 김정은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평가하지 않겠다. 지금은 평가하기에 적절한 국면이 아니다.” 탁현민에 따르면 문통은 대담 후 무척 만족해했단다. 여기서 문통의 또 다른 특징을 알 수 있다. 다른 이를 열 받게 함으로써 자신은 행복해한다는 것. 결국 그는 검수완박법을 통과시켰다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      조선일보    입력 2022.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