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 치유 등은 심신의 건강에 효과 / 과학적 증명돼… 의학처방으로 활용 / 저자, 자연과 교감통해 우울증 고쳐 / 사람들 자연의 위로 얻을 권리 있어 / 병란의 시기 면역력 향상에도 도움
에마 미첼/신소희/푸른숲/1만8900원
야생의 위로/에마 미첼/신소희/푸른숲/1만8900원
‘산림치유’(forest therapy)가 있다. 수목을 매개체로 마음과 몸의 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치유 방법이다. 숲의 환경을 이용하여 심신의 건강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 수목뿐 아니라 숲의 냄새, 숲에서 나는 소리, 숲에서 생산되는 산소, 빛 등 숲의 모든 환경을 총체적으로 활용한다. 산림치유는 신체이완 및 심신의 건강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최근 과학적으로 증명되면서, 스트레스에 관한 의료처방에도 활용되고 있다.
‘야생의 위로’는 반평생 우울증에 시달리던 저자가 일 년간의 자연 관찰을 통해 고질적인 우울증을 치유한 과정을 담고 있다. 저자는 어느 봄날 강렬한 공포와 참을 수 없는 무기력을 느끼며 차를 몰고 도로로 나가 어디에 가면 가장 효율적으로 죽을 수 있을지만을 생각하며 폭주했다.
남은 것은 절망과 죽음밖에 없다고 느꼈던 그에게 도로 중앙분리대에서 새로 자라나는 조그만 묘목이 보였고 연한 초록빛의 잎사귀가 그의 눈을 사로잡았다. 초봄의 햇살과 신록이 죽음을 향해 치닫는 감정의 폭풍을 진정시킨 것이다. 치유를 구하는 뇌의 일부분이 깨어났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후 다시 의사를 만나 회복의 여정을 시작한 저자는 가을에서부터 겨울을 견뎌내고 새싹이 움트는 봄과 뜨거운 여름을 지나 다시 가을로 돌아오기까지 1년간 자연과 계절의 변화뿐 아니라 감정의 변화까지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겼다.
저자는 25년간의 기나긴 우울증을 치유해준 것이 ‘야생의 산책’이라고 강조한다. 우울증이 마음을 얼어붙게 하는 날, 숲 산책길에서 만나는 동식물은 항우울제 역할을 톡톡히 했고, 내 안의 회복 탄력성, 즉 스스로 나을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게 했다고 고백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저자는 단순히 자연의 치유 능력을 예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생화학과 신경과학 연구를 인용하며 숲이나 바닷가 혹은 공원을 산책할 때 느끼는 감정 변화를 뇌 내의 화학작용과 호르몬의 변동에 대입해 설명한다. 이를 토대로 산책과 야생 동식물 관찰이 시시때때로 덮쳐오는 우울과의 일상적 전투에 강력한 우군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박물학자이자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는 가벼운 무기력증에서 자살 충동에 이르기까지 우울증의 다양한 양상을 경험하며, 그런 시기마다 자신을 위로했던 자연의 모습을 생생한 글과 그림, 사진으로 옮긴다. 이 과정을 통해 자연과의 친밀한 교감을 통해 자기 안의 강력한 회복 탄력성, 스스로 나을 수 있는 힘을 발견한다. 가시자두나무와 보리수를 바라보고, 울새의 재잘거림과 앙증맞은 촐싹거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의 절정을 경험할 수 있다고 고백한다.
책은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낼 때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긍정적인 변화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마드리드 대학의 공간 실험과학자 마리아 벨라르데가 노르웨이 생명과학부와 함께한 연구 ‘자연경관을 보는 것이 건강에 끼치는 영향’에 따르면 자연경관을 마주하면 스트레스나 정신적 피로의 해소되고 질병에서 회복되는 속도도 빨라진다. 사람들의 전반적인 건강 수준에 대한 장기적인 개선이 확인됐다.
산책하는 동안 들이마시게 되는 ‘피톤치드’는 인간의 면역계와 내분비계, 순환계와 신경계에 작용하여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의 감염을 막아준다. 우리는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무의식중에 식물이 생성한 피톤치드를 들이마시며 그야말로 몸을 ‘소독’하는 것이다. 그는 풀숲에 앉아 식물에 둘러싸여 있을 때 강렬한 만족감을 느끼곤 한다. 그 위안은 곧 그의 마음을 치유하고 다가오는 내일을 지탱할 양분이 된다고 설명한다.
숲의 경치를 눈으로 즐기고, 개울이 흐르는 소리를 듣고, 햇빛을 느끼면서 숲을 걷는 것이 진정효과를 낸다. 산림치유는 건강에 문제가 없는 사람들도 신체를 강화하고 피로와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활용할 수 있고, 또한 심신의 질환 치료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천식, 만성 기관지염과 같은 호흡기 계통 질환, 고혈압, 신경증, 불면증 등에도 효과적이다.
저자는 독자에게 “왜 당신은 휴대전화와 인터넷에 정신을 쏙 빼앗긴 채 갑갑한 실내 생활자로 살아가나요”라고 묻는다.
“그저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된다. 우리는 야생의 산책 속에서 언제든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위대한 자연의 위로를 얻을 권리가 있다”고 귀띔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감염병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심리방역의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마스크를 쓰고 주변의 공원이나 야산의 가벼운 산책을 통해 야생의 위로를 받는 것이 병란의 시기에 면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입력 : 2020-03-21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운동을 계속하려면 이보다 더한 일도 참아야 돼" (0) | 2020.04.15 |
---|---|
“행복해지려면 죽음과 친해지세요” (0) | 2020.04.07 |
‘한국인 이야기’ - 이어령 (0) | 2020.02.19 |
출생증명서도 없던 소녀의 기적…"배움은 나를 찾는 투쟁" (0) | 2020.01.12 |
동아일보 선정 올해의 책 10 (0) | 2019.1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