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이야기를 쓴 사람은 대학교수도, 아무 것도 아니고, 이야기꾼이다. 어린 애가 할아버지가 되면 자신의 할아버지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해준다. 이 책이 그런 거다.”
초대 문화부 장관, 이화여대 국문과 석좌교수, 문학평론가, 언론사 논설위원ㆍ고문이었던 이어령(88) 선생이 이달 새 책을 냈다. 지난 60년간 문학비평, 소설, 시, 대담, 문화론, 에세이 등 100여 권의 책을 낸 그가 이번에 낸 새 책의 제목은 『너 어디에서 왔니』(파람북).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의 첫 권이며 한국인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다. '할아버지의 이야기'라 했지만 432쪽에 달한다. 18일 만난 그는 "‘한국인 이야기’는 총 12권이 나올 예정"이라며 그는 “원고가 이미 다 준비돼 있다”고 했다.
초대 문화부 장관, 이화여대 국문과 석좌교수, 문학평론가, 언론사 논설위원ㆍ고문이었던 이어령(88) 선생이 이달 새 책을 냈다. 지난 60년간 문학비평, 소설, 시, 대담, 문화론, 에세이 등 100여 권의 책을 낸 그가 이번에 낸 새 책의 제목은 『너 어디에서 왔니』(파람북).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의 첫 권이며 한국인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다. '할아버지의 이야기'라 했지만 432쪽에 달한다. 18일 만난 그는 "‘한국인 이야기’는 총 12권이 나올 예정"이라며 그는 “원고가 이미 다 준비돼 있다”고 했다.
‘한국인 이야기’는 이 선생이 2009년 본지에 50일동안 매일 연재했던 내용이다. 당시 그는 “'로마인 이야기'는 재미있게 읽고 ‘한국인 이야기’는 이념논쟁을 해야하는 불행이 있었다. 소설보다 재미있고 역사보다 엄숙한 한국인의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며 연재를 시작했다. 이 선생은 이후 10년동안 이 원고를 7번 고쳐썼다고 했다. 그는 “ 파일명이 ‘최종 송고본’ ‘진짜 최종’ ‘진짜, 진짜 마지막 송고본’이 생겼을 정도”라며 “희수(77세)에 잉태해 미수(88세)에 얻은 늦둥이가 이 책”이라고 했다.
몇해 전 암 수술을 받던 병원의 침상에서도 이 시리즈를 고쳐썼다. “‘아라비안 나이트’의 셰에라자드처럼 하룻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 무슨 이야기든 해야만 하는 심정이었다.” 그래서 그는 12권의 시리즈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이야기꾼이 돼 쓴 책들”이라고 했다.
책의 처음은 한국인이 태어나기 전부터의 이야기, 즉 한국인에게 있었던 문화 유산에 관한 이야기다. 먼저 태명에 관해 사색한다. 이 선생은 “지금 한국 태아 중 97%가 태명이 있다. 뱃속 아이와 대화를 할 수 있는 우리만의 독특한 문화”라고 했다. 그 다음은 미역국 이야기다. 물고기에서 진화한 인간을 낳고 나면 바다에서 온 미역을 먹는 한국의 어머니에 대해 “신기하지 않은가. 우리는 이미 ‘어머니는 바다’라는 것을 알고 있다”라 감탄한다. 또 전세계에서 찾기 힘든 어부바는 어깨너머로 이전 세대의 지혜가 전승되는 한국만의 문화를 낳았다.
왜 한국인의 이야기에 말년을 쏟아 넣었을까. “20대 말에는 한국의 산업화에 대한 책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를 썼다. 산업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는데 산업화의 부작용은 만만치 않더라. 그다음은 정보화였다.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는 슬로건을 만들었다. 70대에는 ‘디지로그’를 선언했다. 후기 정보화 시대에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융합을 통해 인류의 인간적 미래를 꿈꾸자는 것이었다.”
80대의 작업은 생명화 속에서 바라본 한국인의 이야기다. “지금까지 내가 한 모든 이야기는 태어나고 나서 인간에 대한 것이었는데 한국인 이야기는 뱃속에서 시작한다. 이승과 저승 사이의 ‘그승’이랄 수 있는 뱃속에서 10개월 동안 보낸 인간의 36억년 역사를 짚는다.” 한국인 이야기는 학술 연구, 소설, 역사 서술 어느 것도 아니다. 이 선생은 “역사도 전기도 아닌 할아버지의 이야기다. 숭(崇)보다 잡(雜), 성(聖)보다 속(俗), 정(正)보다 야(野)를 추구하는 이야기”라고 했다.
그는 “이 책엔 나의 개인적 기억부터 생물학, 역사 지식, 그리고 ‘국뽕’이라할 수 있는 내셔널리즘의 색채가 다 들어가 있다”고 했다. 한국인의 태명을 서양인들이 따라 짓고, 미국에 ‘포대기’ 주간(week) 캠페인이 생기게 되는 한국 문화유산의 우수성을 강조한다. 그는 물론 최근 한국 사회의 위기와 절망감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한국의 가족은 급속도로 해체되고 있다. 흥부의 애가 12명이었는데, 출산율이 0점대로 떨어진 나라다. 면역체 없이 산업화하면서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근대 핵가족에 오염이 됐다.”
몇해 전 암 수술을 받던 병원의 침상에서도 이 시리즈를 고쳐썼다. “‘아라비안 나이트’의 셰에라자드처럼 하룻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 무슨 이야기든 해야만 하는 심정이었다.” 그래서 그는 12권의 시리즈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이야기꾼이 돼 쓴 책들”이라고 했다.
책의 처음은 한국인이 태어나기 전부터의 이야기, 즉 한국인에게 있었던 문화 유산에 관한 이야기다. 먼저 태명에 관해 사색한다. 이 선생은 “지금 한국 태아 중 97%가 태명이 있다. 뱃속 아이와 대화를 할 수 있는 우리만의 독특한 문화”라고 했다. 그 다음은 미역국 이야기다. 물고기에서 진화한 인간을 낳고 나면 바다에서 온 미역을 먹는 한국의 어머니에 대해 “신기하지 않은가. 우리는 이미 ‘어머니는 바다’라는 것을 알고 있다”라 감탄한다. 또 전세계에서 찾기 힘든 어부바는 어깨너머로 이전 세대의 지혜가 전승되는 한국만의 문화를 낳았다.
왜 한국인의 이야기에 말년을 쏟아 넣었을까. “20대 말에는 한국의 산업화에 대한 책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를 썼다. 산업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는데 산업화의 부작용은 만만치 않더라. 그다음은 정보화였다.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는 슬로건을 만들었다. 70대에는 ‘디지로그’를 선언했다. 후기 정보화 시대에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융합을 통해 인류의 인간적 미래를 꿈꾸자는 것이었다.”
80대의 작업은 생명화 속에서 바라본 한국인의 이야기다. “지금까지 내가 한 모든 이야기는 태어나고 나서 인간에 대한 것이었는데 한국인 이야기는 뱃속에서 시작한다. 이승과 저승 사이의 ‘그승’이랄 수 있는 뱃속에서 10개월 동안 보낸 인간의 36억년 역사를 짚는다.” 한국인 이야기는 학술 연구, 소설, 역사 서술 어느 것도 아니다. 이 선생은 “역사도 전기도 아닌 할아버지의 이야기다. 숭(崇)보다 잡(雜), 성(聖)보다 속(俗), 정(正)보다 야(野)를 추구하는 이야기”라고 했다.
그는 “이 책엔 나의 개인적 기억부터 생물학, 역사 지식, 그리고 ‘국뽕’이라할 수 있는 내셔널리즘의 색채가 다 들어가 있다”고 했다. 한국인의 태명을 서양인들이 따라 짓고, 미국에 ‘포대기’ 주간(week) 캠페인이 생기게 되는 한국 문화유산의 우수성을 강조한다. 그는 물론 최근 한국 사회의 위기와 절망감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한국의 가족은 급속도로 해체되고 있다. 흥부의 애가 12명이었는데, 출산율이 0점대로 떨어진 나라다. 면역체 없이 산업화하면서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근대 핵가족에 오염이 됐다.”
하지만 결론은 희망적이다. “절망하다가도 한국인을 믿게 된다. 비정하게 경쟁하다가 어머니에 대한 노래를 부르면 다 같이 우는 게 한국인들이다. 젊은이들은 이탈리아 음식만 먹는 것 같지만 세계 어디에도 없는 국물 파스타를 만들어 먹는다. 한국인에게 많은 변화가 있지만 언 강물 밑에 흐르는 물처럼 변하지 않는 요소가 있다.” 특히 아카데미 4관왕 영화 ‘기생충’에 대해 “미워하거나 존경할 사람이 하나도 없는 입체적 영화다. 이제는 계층 사회에 대해 그리면서도 밝은 걸 어둡게, 어두운 걸 밝게 할 수 있는 성숙한 단계에 왔다”고 했다.
한국인에 대한 12권 중 네 권이 올해 나온다. 『알파고와 함께 춤을』『젓가락의 문화 유전자』『회색의 교실』이다. AI를 한국 사회가 받아들이는 이야기, 젓가락으로 콩을 집는 한국인의 문화, 그리고 일본 강점기 개인적 기억을 담는다. 그는 “12권은 모두 얽혀있다. ‘옹알이’ ‘박완서’ '김소월' 같은 키워드를 찾아보면 권마다 조각조각 들어있는 것을 연결할 수 있게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 선생은 암 선고를 받았지만 항암, 방사선 치료를 받지 않고 있다. 아직도 그에게는 써보고 싶은 주제가 남아있다. “죽음의 세계에 대한 것이다. 희랍어에서 온 단어 자궁(wombㆍ움)과 무덤(tombㆍ툼)은 놀랄 만큼 닮아있다. 인간은 태어나는 게 죽는 거다. 기저귀가 까칠한 수의와 닮지 않았나. 이 부조리함에 대해 쓰고 싶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나면 이틀을 앓는다”고 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이야기에 대한 믿음을 강조했다. “산다는 게 뭔가. 내 이야기를 하나 보태고 가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