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말, 좋은글 196

‘그’에게 이별을 고한 뒤, 내게 ‘별의 순간’이 왔다

[인터넷 논객의 시선] 부산 출신 인권 변호사… ‘그’의 말은 아름답고 꿈은 찬란했는데 전경 불태운 자들 민주화 유공자 만든 ‘그’… 헛된 말들과 작별 시급 5000원에 골프장서 공 줍던 밤, 비 맞은 별들이 날 두드렸다 별의 순간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것은 권력의 정점에 오르려는 자 또는 사회적 유명 인사에게만 주어지지 않는다. 우리 일상에도 별의 순간은 찾아온다. 높고 낮음을 가리지 않고 빈부를 가리지 않는다. 별의 순간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삶의 대전환이다. /일러스트=이철원 나에게 별의 순간은 언제였을까. 청와대 청원 ‘시무 7조’로 43만의 동의를 이끌어낸 그때였을까. 아니면 논객이라는 칭호를 부여받고 유명 일간지에 기고문을 싣게 된 지금일까. 아니, 어느 쪽도 아니다. 내 별의 순간은 그보다 ..

미움을 거두게 할, 아우렐리우스의 명언들

[이성주의 건강편지] 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 리처드 해리스가 분한 아우렐리우스 황제 인터넷에서 뉴스나 댓글들을 보면서 종종 가슴이 아픕니다. 언제부터 우리가 이토록 누군가를 미워하게 됐나? 무엇 때문일까, 누가 미움의 씨앗을 뿌린 것일까, 증오는 사람의 본능일까...? AD 121년 오늘 태어난 로마의 철인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언들은 이럴 때 광활한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답답한 가슴을 적셔줍니다. 벌써 몇 번 소개했지만,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1, 2년에 한 번은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읽듯, 보고 또 보며 음미해도 좋은 글입니다. 아우렐리우스는 영화 《글래디에이터》에도 나오는 황제이지요. 재위 기간의 절반을 전장에서 보냈고 다뉴브 강에서 이민족과 대치하며 사람과 삶에 대한 명문들을 ..

참사 7년… 진실은 사라지고 음모와 선동만 난무했다

[아무튼, 주말] [노정태의 시사哲] 비극 〈오이디푸스 왕〉과 세월호 참사가 남긴 숙제 고대 그리스의 도시 테베에 왕과 아내가 살았다. 아이를 낳으면 안 된다는 신탁이 있었지만 아들을 낳았다. 부부는 고심 끝에 아기를 죽이기로 하고 발에 꼬챙이를 꿰어 산에 버렸지만, 아이는 구조돼 성인이 되었다. 그러고는 델포이 신전에 찾아가 물었다. ‘신이여, 저는 누구입니까?’ 신은 엉뚱하고도 끔찍한 소리를 했다. ‘너는 네 아버지를 죽이고 네 어머니와 결혼할 것이다!’ 예언은 결국 이루어진다. 독자 여러분도 모두 아실 오이디푸스 신화의 내용이다. 일러스트= 안병현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너무도 친숙했을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아테네의 비극 시인 소포클레스는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만들었다. 사랑하는 아내와 네 자녀를 낳고..

대한민국 울린 ‘치킨 한 접시’

[정진홍의 컬처 엔지니어링] ‘우동 한 그릇’의 감동, 33년전 일본 강타했듯 ‘치킨 한 접시’의 사연 오늘 대한민국을 울려 착한 갚음의 연쇄반응… 거기 우리 미래 있다! 프라이드 치킨 # 3월 들어 비록 날은 여전히 쌀쌀하지만 그래도 감출 수 없는 봄기운 마냥 가슴 따뜻한 소식을 접하며 마음이 울컥했다. 서울의 한 치킨집 주인과 조실부모한 형제 사이에서 있었던 일 때문이다. 33년 전 일본 열도를 뒤흔들었던 ‘우동 한 그릇’의 감동 같다고나 할까? 망조(亡兆)가 들었다고밖에 할 수 없는 나라 안팎의 모양새지만 그래도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되어준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재구성해본다. # 서울 서교동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젊은 박씨. 그날 따라 코로나 때문에 정말 장사가 너무 안됐다. 그래서 혼자 가게 앞..

자존심과 자존감

자존심과 자존감은 같은 듯 다른 단어다. 아니, 내가 정의할 때는 반대말이다. 자존심이 세다는 말은 뒤집어보면 열등감이 많다, 숨기고 싶은 게 많다, 속이 좁다란 의미로 내게 다가온다. 반면, 자존감이 강하다는 말은 진정으로 자기애가 높고, 포용력 있고 강인하며, 사사로운 데 흔들리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어린 시절 나는 꽤 자존감이 높았던 것 같다. 남들이 뭐라 하든 화내는 법이 없었고 늘 바보같이 웃었다. 그런데 이삼십대엔 조금씩 변해갔다. 세속적 욕심이 커지니 불만도 많아지고, 남과 비교하며 성취만큼 실망도 많이 겪다 보니, 손대면 펑하고 터질 것만 같은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 돼 있었다. 지금의 나는? 누가 뭐라 하든 그닥 관심이 없고 흔들리지도 않는다. 웃는다. 그저 나에게만 집중한다..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를 위한 6가지

백세로 생을 마감하기 전 그가 한 일들 100세-고령화시대의 도래와 함께 ‘웰 다잉(well-dying)’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살아온 날을 아름답게 정리하고 평안하게 삶의 마무리를 짓자는 말이다. 죽음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정현채 전 서울대 의대 교수가 쓴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 없는가’책을 바탕으로 ‘웰 다잉’에 대한 기사를 상, 중, 하 시리즈로 나눠 소개한다. 사람이 노쇠해 임종이 가까워지면 음식물 섭취가 어렵고, 정신이 혼수상태나 착란을 일으키며, 자율신경 등 인체의 기능이 극도로 저하되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어찌 보면 기계가 수명을 다하듯, 인간도 자연스레 죽음으로 다가가는 단계인데 가족이나 의료진은 사실상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것이 오히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톨스토이

맹난자의 한 줄로 읽는 고전 바로 이것이 내가 바라던 것이다. 이것은 선(善)을 위한 전부이고, 타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을 위한 것이다.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1828∼1910)가 숨지기 전, 아스타포보의 간이역사에서 마지막으로 쓴 일기의 한 대목이다. 여든세 살이 되던 해, 그는 죽기 열흘 전 “내가 생활해 온 사치한 환경 속에서 더 이상 살아갈 수는 없는 일이오. 그래서 나는 늙은이들이 잘하는 식으로 떠나가려오.” 이런 글귀를 아내에게 남기고 작업복 차림에 망토를 걸치고 10월 28일 새벽 집을 나섰다. 샤마르디노 수도원으로 가서 여동생을 만나고, 우랄산맥을 넘어가는 3등 객차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도 없는 여행길이었다. 추운 객차 안에서 갑자기 그의 몸은 불덩이가 됐다. 기차가 멈춘 ..

김조년의 글씨에 담긴 유영모 함석헌의 시

‘정신이란 자꾸 나아가는 것이다/정신의 본질은 자유에 있는 것이다/그리고 그것은 공평과 평등 나와 너의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유영모) ‘가리다/이 거친 길 나도 걸어가리다/님 걸으신 자취 보면야 이 길 사양하리까?/나 위해 피흘린 길에 내가 눈물 안 지으리까?/푸른 하늘 보랬지/님이 그랬지/보리다 올려보리다/님이야 굽어보소서/가신길 걷다가 곤한 나/이 나 길 열어주소서’(함석헌) 낙엽이 지고, 잔가지마저 다 부러지고 나면 천년 고목엔 옹근 골갱이만이 남는다. 진실한 수도자의 정신이 그렇다. 유영모(1890~1981)와 함석헌(1901~89)은 한국 현대사의 대표적인 사상가이자 영성가다. 오산학교에서 교사 유영모를 학생으로 만났던 함석헌은 평생 유영모를 스승으로 모셨다. 또한 함석헌은 책상물림에 머..

현대인의 영원한 숙제, 책읽기와 글쓰기

글쓰기 잘 하는 방법 두 가지 직장인들의 업무 중에 글쓰기가 상당하다. 일반 직장인의 의사소통 유형을 조사해보니 말하기가 30%이고 글쓰기가 70%이라고 한다. 각종 계획서, 평가서, 보고서, 프로포절 등 글쓰기 업무를 하느라 고객을 직접 만나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소요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업무에 도움이 되는 읽고 쓰기를 할 수 있을까? 글쓰기의 첫 번째 비법은 책을 통한 자료수집이다. 인풋(in-put)이 있어야 아웃풋(out-put)이 생긴다는 점에서 자료 수집은 글쓰기의 첫 번째 순서이다. 대표적인 자료수집 방법으로 독서를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글쓰기에 도움 되는 자료 수집은 책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내가 써야 하는 주제와 관련된 도서와 논문, 유튜브, 뉴스, 칼럼, 사례 등을 많이 ..

언제나 자연의 일부다[내가 만난 名문장]

김초엽 작가 “우리는 이제 스스로 만들어낸 낯설고 이상한 세상에서 이방인이 되었다.” ―다이앤 애커먼 ‘휴먼 에이지’ 중 ‘감각의 박물학’으로 다이앤 애커먼을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그가 자연과학 에세이 작가 중 가장 아름다운 글을 쓴다고 생각했다. ‘휴먼 에이지’에서도 그는 아름다운 문장으로 인류세를 탐구하며 인간과 지구, 자연과 문명이라는 이분법을 흩뜨려 놓는다. 인류가 지구에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생겨난 새로운 지질시대에, 우리 기술은 다른 생물들의 삶과 지구 전체를 바꾸고 있다. 사실 ‘인류세’는 주로 인간의 위기를 이야기할 때 호출된다. 기후 변화와 환경 파괴가 불러올 참혹한 위기를 경고하기 위해. 그런데 애커먼은 인류세의 그림자를 직시하면서도 미래를 무작정 비관하진 않는다. 애커먼은 인간과 자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