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429

된장국엔 이게 있어야... 쑥에 넣은 흰가루의 정체 [엄마요리 탐구생활]

[엄마요리 탐구생활] 쑥콩가루된장국 무슨 '비법'이 있어서가 아니다. 특별한 '한 방'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것만이 무조건 맞다는 것도 아니다. 내가 이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것은 엄마의 레시피는 나에게 오로지 하나뿐인 레시피이기 때문이다. 엄마의 일흔 살 밥상을 차려드린다는 마음으로 엄마의 음식과 음식 이야기를 기록한다. [안소민 기자] 봄은 쑥이다. 쑥이 오면 봄이 왔고, 봄이 오면 쑥도 왔다. 밭이나 언덕, 길가 아무 데서나 잘 피어나는 쑥. 나는 해마다 이맘때면 고개를 처박고 쑥을 캐곤 했다. 쑥을 캐려면 반드시 칼이 있어야 한다. 어렸을 때는 검은색 도루코 칼로 쑥을 캤다. 칼로 쑥을 캐야 하는 이유는 손으로 뜯다보면 쑥이 뿌리째 숭덩 뽑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 쑥은 그 한 해의 생을 마감하..

요리 2021.03.27

[공복 김선생] 달래 김밥·참나물 살사… 무쳐만 먹기엔 아깝죠

정월 대보름 절식 나물 색다르게 즐기기 냉이 김밥, 기름에 살짝 볶은 냉이는 오징어처럼 구수한 맛과 쌉쌀한 향이 나는데, 이걸 김밥으로 말면 별미다./샘표 오늘(26일)은 정월 대보름입니다. 대보름 먹는 대표적인 음식으로 묵은 나물이 있습니다. 겨울 전까지 수확해 말린 취나물, 고구마줄기, 시래기, 호박오가리 등 묵은 나물을 물에 불렸다가 삶아 갖은 양념에 맛있게 무칩니다. 시루에 가득 찐 오곡밥과 함께 먹지요. 정혜경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묵은 나물이 없었다면 우리 조상들은 비타민 부족으로 떼죽음을 당했을 거란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과거에는 중요한 식품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대보름에는 반드시 묵은 나물이라야 할까요? “과거엔 정월 대보름에 햇나물이 없었으니 묵은 나물을 먹었지요. 하지만 하우..

요리 2021.02.26

볶음밥, 뭘 넣고 볶아도 근사한 식사

리우 볶음밥 거창한 재료 없어도 밥·기름·계란만으로 OK 차오판·나시고렝·필라프… 이름 달라도 조리방식 비슷 서원반점 잡채볶음밥 짜장소스와 ‘찰떡궁합’ 돼지고기·젓갈 넣어도 일품 차오판, 차항, 나시고렝, 카오팟, 껌랑, 타민 쪼, 플롭, 필라프, 시낭각, 졸로프, 캅사, 비리야니, 잠발라야, 파에야, 아로스 차우파, 플라티요 모로스 이 크리스티아노스…. 이처럼 수많은 이름을 가진 음식이 있다. 우리말로는 ‘볶음밥’이다. 이름이 많은 것은 그만큼 세계인 모두가 즐겨 먹는다는 얘기다. 볶음밥은 가장 유명한 쌀 음식이다. 우리에겐 지은 밥(steamed rice)이 익숙하지만 사실 볶음밥(fried rice)을 가장 많이 먹는다. 조리도 간편하고 먹기에도 좋다. 무엇보다 맛있다. 2017년 미국 CNN이 선..

요리 2021.02.19

명절 음식 화려한 부활 ‘전과 나물 넣은 토르티야랩’

전과 나물을 넣은 토르티야랩 [최준렬 작가] 민족 최대 명절 설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설이면 음식을 만들던 어머니와 옆에서 구경하던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어머니는 이웃과 나눈다면 항상 음식을 넉넉하게 준비하셨다. 나물을 무치고 전을 지지는 어머니의 분주한 손놀림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았다. 당시 나는 음식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아 계속 질문을 했고, 어머니는 귀찮은 기색 없이 하나하나 설명해주셨다. 내가 푸드스타일리스트로 성장한 힘의 8할은 어머니의 자상함이 아니었을까. 어머니가 요리 과정을 설명하다 뜨끈하게 지진 동그랑땡이나 갓 무친 나물을 입에 넣어주면 그 맛이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며칠 전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머니는 “아직 상황이 좋지 않구나..

요리 2021.02.13

찬물이냐 끓는물이냐…물리학자와 라면회사 ‘면발 논쟁’

자료사진 한국인은 왜 라면에 이토록 진심인걸까. 세계인스턴트라면협회(WINA) 집계를 보면, 2018년 기준 1인당 연간 라면 소비량은 한국(74.6개)이 세계 1위다. 일주일에 한번이상 끓여먹는다는 얘기다. 라면 회사가 수없는 실험 끝에 만든 공식 조리법도 있는데 아무도 말을 안 듣는 ‘특이한’ 식품이기도 하다. ‘밥 맛있게 짓는 법’보다 ‘라면 맛있게 끓이는 방법’에 1000배쯤은 더 관심이 많다. 최근 떠오른 라면 조리계의 새 논쟁 신호탄은 김상욱 경희대 교수(물리학)가 쏘아 올렸다. 일명 ‘찬물라면 조리법’이다. 지난 2일 김 교수는 페이스북에 ‘라면의 새역사를 열다’는 제목으로 ‘찬물에 라면과 스프를 넣고 물을 가열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의 글을 썼다. 그는 이 방식이 조리 시간을 절반으로 줄일 ..

요리 2021.02.13

고기든 당근이든 넣어만 주세요… ‘편백찜’ 열풍

맛도 좋고, 다이어트에도 딱이네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마승우는 발레리노였다. 안양예고를 졸업하고 이원국 발레단에 입단해 돈키호테의 바질 역 등을 맡았다. TGI프라이데이, 신촌설렁탕 등에서 틈틈이 아르바이트도 했다. 그러다 요리에 흥미가 생겨 2014년 명문 요리학교 일본 츠지조리사전문학교 서울 분점에 등록했다. 일본·프랑스·이탈리아 요리 등을 배우다 이듬해 첫 해외여행을 일본 오사카(大阪)로 갔다. 거기서 맛본 카렌(華蓮) 식당의 ‘편백나무찜(세이로무시·蒸籠蒸し)’. 이거다 싶었다. 건강식이면서 맛있었고 다이어트에도 좋을 것 같았다. 식당 주인을 설득해 비법을 배우고, 같은 찜기를 사 2017년 분당 정자동에 ‘효 세이로무시’를 열었다. 최근 코로나 집콕으로 요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편백나무찜’..

요리 2021.02.05

‘한국인의 밥상’ 김훈 작가와 ‘정조지’ 속 요리들을 만나다

**첨부용**한국인의 밥상 ‘칼의 노래’, ‘남한산성’ 등의 저자인 김훈 작가가 ‘한국인의 밥상’ 10주년 특집 4편에 동행했다. 28일 오후 방송된 KBS 1TV '한국인의 밥상'에는 김훈 작가가 출연해 최불암과 이야기를 나눴다. 김훈 작가는 최근 18세기의 한 사내가 쓴 책을 관심 있게 읽고 있다고 밝혔다. 그것은 조선 후기 실학자 풍석 서유구가 쓴 113권의 방대한 실용백과사전 '임원경제지' 중 일곱권의 '정조지'다. 솥 정(鼎)에 도마 조(俎), 즉 솥과 도마라는 일상적인 조리도구를 이름으로 내세운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정조지'는 음식 백과사전이다. 이 책을 쓴 서유구는 조선의 경화세족 출신으로 요즘 식으로 말하면 '금수저 중의 금수저'에 해당하는 사대부였다. 그의 조부 서명응은 정조의 스승이었..

요리 2021.01.29

[공복 김선생] - ‘현대인의 구황작물’ 냉동만두

냉동만두의 탄생과 역사 더 맛있게 먹는 법 2가지 새우 군만두 상추쌈./김성윤 기자 ‘냉동만두야말로 현대인의 구황작물이다.’ 음식에 대한 애정이나 식욕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허윤선 ‘얼루어 코리아’ 피처 디렉터가 했다는 말이 유독 와 닿네요. 그렇습니다, 냉동만두는 21세기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에게 만들기 쉬우면서도 영양학적으로 완벽하면서도 맛있는 구황작물 또는 비상식량입니다. 냉장고 냉동칸에 냉동만두 한두 봉지 없는 가정은 아마 없을 겁니다. ◇크기·소·피… 끝없는 업그레이드 냉동만두는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식품 분야 중 하나입니다. ‘원조 HMR(가정간편식)’로 꼽히기도 하는 냉동만두는 코로나 이후 외식이 줄고 집밥이 늘면서 HMR 수요가 폭발적으로 커짐에 따라 더욱 잘 팔리고 있습니다. 냉동 ..

요리 2021.01.01

무엇이든 숙성시키는 김장김치에 젓갈 대신 갈치를

갈치김치. 사진 박찬일 제공 광화문 쪽 올드보이들이 잘 가는 횟집이 하나 있다. 가격이 꽤 세다. 이 집 회가 끝내준다거나, 탕이 어마어마한 것도 아니다. 뜻밖에도 김치 때문이다. 갈치김치. 침이 사악 고인다. 김치니까. 거기다 생선 넣은 김치다. 김장할 때 생선 넣은 건 해안가 쪽 풍습이다. 원래 김치란 배추와 무, 소금의 일이었다. 여기에 진한 것이 들어가면 맛이 오른다. 젓갈, 생선, 심지어 소고기나 닭고기 같은 것들도. 젓갈은 빨리 분해된다. 이미 삭아서 너덜너덜하기 때문이다. 그거도 요즘은 깔끔하라고 대개 액젓을 쓴다. 날것으로 생선이나 해물, 고기를 넣으면 삭는 속도가 더디다. 김치에 맛을 들이는 속도도 늦다. 그래서 그 걸진 것을 따로 먹을 수 있다. 삭아버린 젓갈을 건져 먹을 수는 없다. ..

요리 2020.12.19

집콕 송년회… 압력밥솥 바비큐에 갈비 라면, 딱이네!

유용욱 셰프의 ‘한국식 바비큐’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그의 할아버지는 소를 경매장에 파는 일을 했다. 가족들은 기쁜 날이나 슬픈 날, 특별한 날에 소를 잡았다. 아버지는 대기업을 20년 넘게 다녔다. 월급날이나 공휴일이면 늘 집에선 고기를 구웠다. 그도 결혼하고 가족이 생기자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유용욱 바비큐 연구소장에게 고기는 늘 ‘가족의 행복’이었다. ◇한국식 바비큐 개발한 ‘유용욱’ 서울 용산구 ‘남영아케이드’. 100년 된 이 건물 안에 ‘유용욱 바비큐 연구소’가 있다. 한쪽에서는 손님을 받고, 다른 쪽에서는 연구를 한다. 그가 바비큐를 처음 접한 건 초등학교 3학년 때다. “부모님이 미군 부대 놀러 갔다가 바비큐 그릴을 사오셨어요. 그때부터 저희 집은 그릴에 고기를 구워 먹었죠. 아버지가 ..

요리 2020.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