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 - 인천 부평구 십정동 <화포식당>

해암도 2015. 4. 23. 06:34

최강육질 암퇘지에 파김치와 갈치속젓은 환상 궁합


삼겹살의 등장은 1980년대

1980년대 초반 서울 을지로 명보극장 인근에서 친척분이 삼겹살을 사줬는데 소주를 3병이나 비웠다. 식당에서 최초로 삼겹살을 먹은 역사적인 날이었다. 그 당시 소주 한 병 정도의 주량이었는데, 소주 3병을 비울 정도로 삼겹살과 소주는 태생적으로 최적의 궁합이었다.

197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삼겹살’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었던 것 같다. 그 시절 돼지고기는 대개 삶아서 먹거나 혹은 고추장 양념으로 구워서 먹었다. 소고기는 ‘방자구이’라고 집에서 구워먹거나 <파인힐> 같은 고급식당에서 구이로 먹었다. 하지만 돼지고기를 아무 양념 없이 구워서 먹었던 것은 1970년대 후반 혹은 1980년 초반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명백한 국민육류인 삼겹살이 식당이나 식탁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아마 1980년대 이후였던 것 같다. 1980년대는 경제적으로 호황이었지만 민주화의 열기로 뜨거웠던 격동의 시대였다. 격동의 시절, 우리는 술을 많이 마셨다. 안주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386’ 아닌 이제는 ‘586’인 우리 세대가 대학교를 다녔던 시절은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는 것 자체가 언감생심이었다. 삼겹살은 연례행사처럼 먹었던 귀한 음식이었다.

학교나 명동, 종로 등 주점에서 찌개를 하나 주문해 네댓 명이 소주를 10병 이상 비울 정도로 우리 때 안주는 부실했다. 그래도 지금 젊은 세대에 비하면 취업은 잘 되었다.



	삽겹살

외국인도 가장 선호하는 음식이 삼겹살이지만...

식당 업주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할 때 가끔 유기적으로 묶어서 던지는 두 가지 질문이 있다. 첫 번째는 한국 방문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조사했던 가장 선호하는 한식이 무엇인지, 하는 것이다. 수강생들은 대부분 ‘불고기’라고 답한다. 불고기는 사실 순위에 없는 메뉴다. 삼겹살이 1등이다.


그 이유는 우선 삼겹살을 파는 식당이 많기 때문이고, 음식 가격이 비싼 한국 외식 현황도 작용했을 것이다. 또 돼지고기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사먹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삼겹살은 근래에 급속하게 늘어난 중국 관광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메뉴이기도 하다. 명동에 나가면 예전에는 일본인 관광객이 붐비던 것을 중국인이 대체하고 있다. 제주도에도 현재 대부분 관광객은 중국 사람들이다. 구매력 좋은 중국인들은 맛있는 삼겹살에 대한 기호가 분명하다. 더욱이 러시아 사람도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에 던지는 질문이 있다. “그러면 삼겹살이 맛있는 식당을 추천해보라”고 한다. 대부분 묵묵부답이다. 막상 삼겹살을 진짜 맛있게 제공하는 식당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삼겹살은 진화하고 있다.

최근 가장 뜨고 있는 두툼한 삼겹살과 목살이 수도권에서 퍼지게 된 것에 필자가 한 몫을 했다. 또한 완벽한 직화구이로 삼겹살을 구워 먹는 콘셉트에 대한 확산에도 부분적이나마 일조를 했다. 필자는 삼겹살을 맛있게 제공하는 식당에 대한 정보를 일반 소비자보다 많이 보유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비싸지 않으면서 맛있는 삼겹살집을 많이 안다는 사실이다.

지난 주 인천에서 대학교 동창들에게 삼겹살을 한턱 쐈다. 구태여 먼 인천까지 간 이유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맛있는 고기를 사주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외식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필자의 직업 특성상 친구들에게 잘해줄 수 있는 것은 맛있는 음식을 사주는 일이 아닐까.


웬만한 한우보다 더 맛있는 삼겹살과 목살

또한 인천이 서울에 비해 음식 가격이 싼 것도 여기에 온 이유다. 인천은 서울보다 약 15~20% 정도는 더 저렴한 것 같다. 삼겹살은 생각보다 많이 먹게 되기 때문에 은근히 가격이 부담스럽다.

더욱이 50대 중반에 현직에서 활발하게 일을 하고 있는 것도 한 이유이기도 하다. 원래 5명의 친구가 모이지만 한 친구는 은퇴한 전 직장의 OB모임에 참석하는 바람에 필자를 포함하여 4명이 삼겹살을 먹었다. 인천 동암에 있는 <화포식당>으로 여기 주인과 잘 아는 사이이기도 하다. <화포식당>은 삼겹살 원육은 늘 확실한 곳이다.


우리 일행은 목살부터 주문했다. 두툼한 목살이 나왔다. 이런 타입의 목살은 좋은 원육이 받쳐줘야 한다. 일행 중 ‘조군’은 정말 고기를 잘 먹는다. 고기가 익기도 전에 젓가락이 간다. 대학교 때도 식탐이 많았던 친구다. 우리들에 비해 거의 2~3배 정도는 더 많이 먹는 것 같다. 필자도 ‘한 식성’하지만 이 친구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최군’은 적당하게 고기를 좋아한다. 그래도 고기가 맛있다고 칭찬일색이다.


<화포식당> 목살은 어중간한 스테이크보다 분명히 맛있다. 맛없고 비싼 소고기 스테이크보다는 여기 목살이 훨씬 낫다. 또 다른 친구인 ‘이군’은 돼지고기보다 소고기를 좋아하는 까다로운 입맛을 보유했다. 돼지고기는 거의 안 먹는다. 그래도 여기서는 젓가락질을 자주 한다. 다음에는 이군을 위해 실속형 한우집을 가야겠다.

주인공인 삼겹살이 나왔다. 역시 두툼했다. 여직원이 아주 능숙하게 고기를 구워주었다. 이런 타입의 삼겹살은 원육도 중요하지만 고기를 굽는 기술 또한 중요하다. 육즙이 안 빠지게 굽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고기 광’인 조군이 탄성을 질렀다. 지금까지 먹어본 삼겹살 중 최고라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육즙이 펑펑 살아있는 삼겹살은 비싼 한우 이상 풍미와 식감이 있다. 얼마 전 군대에서 제대한 아들에게 삼겹살을 사준다고 했을 때 아들은 갈비가 먹고 싶다고 했다. 필자는 그 말을 금방 해석했다. 아들이 이런 삼겹살을 먹어본 적이 없는 것이다. 조만간 아들에게도 이런 삼겹살을 사줘야겠다.



	삽겹살

최강육질 암퇘지에 파김치와 갈치속젓은 환상 궁합

필자도 요즘 소갈비 투어도 다녀왔고, 일본에 모리오카 냉면도 취재차 다녀와서 상당한 과식을 했지만 맛있는 삼겹살에는 장사가 없다. 육즙이 살아 있고 돼지 냄새도 전혀 없어서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근래 들어 삼겹살 수요가 줄어든다는 뉴스도 있지만 이런 삼겹살은 예외일 것이다. 100%는 아니지만 95% 이상은 늘 암퇘지로 제공한다고 한다. 소고기도 암소가 맛있고 돼지고기도 역시 암퇘지라 다르다. 갓 장아찌와 고추 장아찌 등 반찬도 삼겹살과 잘 맞는다. 특히 파김치가 좋다. 황화아릴이 풍부한 파가 돼지고기와 찰떡 궁합인 것은 강연 때 본인이 많이 이야기했던 내용이다.

갈치속젓에 찍어 먹어도 좋고 소금에 찍어 먹어도 육질의 맛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우리는 운 좋게도 숙련된 직원이 고기를 구워줬기 때문에 더 맛있는 삼겹살을 먹을 수 있었다. 삼겹살 고기가 식어도 육즙이 살아있었다.

마지막으로 삼겹살 2인분을 추가했다. 우리 일행 4명이 먹은 양은 총 9인분으로 1,6kg이 넘는다. 조군이 약 600g 정도는 먹었을 것이다.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문제는 이런 삼겹살을 먹다보면 질이 좀 떨어지는 삼겹살을 먹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부대찌개
친구들은 외식 전문가인 좋은 친구를 둔 덕분에 이런 삼겹살, 목살을 먹었다. 소주도 마시고 소맥도 마셨다. 인천에서의 동창 모임은 풍요로운 만찬이었다. 한우사골로 국물을 낸 부대찌개로 완벽하게 마무리까지 했다.

맛있는 음식은 기분을 좋게 하는 법이다. 이왕 사주는 거 2차로 생맥주도 한 잔 쏘고 필자는 일 때문에 집으로 돌아왔다. 친구들은 내기 당구에 들어갔다. 필자는 시간도 없지만 당구 등 잡기에 취약하다. 앞으로도 친구들은 진짜 맛있는 삼겹살을 필자 덕분에 가끔은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지출 (4인 기준) 삼겹살(1인분 180g 1만 1000원) X 5인분 + 목살(1인분 180g 1만 1000원) X 3인분 + 부대찌개(1인분 7000원) X 2인분 + 소주와 맥주(1만 2000원) = 11만 4000원
<화포식당> 인천광역시 부평구 배곶로 4  032-434-0092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NAVER 블로그 '식당밥일기')
외식 관련 문화 사업과 콘텐츠 개발에 다년간 몸담고 있는 외식 기획자다.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는 저렴하면서 인심 넉넉한 서민 음식점을 일상적인 ‘식당밥일기’형식으로 소개한다.


                        조선   입력 : 2015.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