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사진에서 버려야할 네가지

해암도 2015. 2. 17. 07:08


산수화에서 배우는 풍경사진


  #1 사진에서 버려야 할 것 네가지
 
 우리에게는 산수화라는 아름다운 전통문화가 있습니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고 할까요. 그림을 감상하고, 회화이론을 들여다 보면 사진, 특히 풍경사진을 공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동양화는 크게 산수화, 인물화, 화조화로 나눠집니다. 동양화 회화이론 중에 사진에서 되새겨 볼 만한 글을 소개합니다.   
 중국 원나라의 황공망이라는 화가는 그의 저서 "사산수결(寫山水訣)"에서 그림에서 버려야 할 것 네 가지를 말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커다란 요체는 바르지 않은 것邪(사), 달콤한 것 甛(첨), 속된 것 俗(속), 의지하는 것 賴(뢰)의 네 글자를 버리는 것이다(作畵大要, 去邪甛俗賴四箇字)”
 
 어려운 한자어입니다. 뜻풀이를 하면 그림뿐만 아니라 사진에서도 큰 가르침을 얻게 됩니다. 황공망은 '사첨속뢰'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후대의 화가나 비평가들이 이를 나름대로 해석한 글들이 전해집니다.
 
  명나라 초 왕불(1362-1415)은 '사(邪)'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혹 어떤 등급의 사람들은 일에 옛 것을 배우지 않은 채 자신의 법을 행한다고 하면서 마음대로 처발라 윤을 내고는 천취에 맞았다고 말하며, 그 아래 등급의 사람들은 붓끝을 뒤섞고 망령되이 가지와 마디를 만들어내며 음양을 이해하지 못하고 청탁도 구별하지 못하는데, 이는 모두 사(邪)라고 개괄할 수 있다.”

 
 이 말은 기본기를 닦지도 않고, 공부도 않으면서, 철학적인 바탕도 없이 함부로 그리지 말라는 뜻입니다. 좀 심하게 표현하면 “근본도 없이 사기치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현상은 사진, 특히 현대사진에서 종종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사진이 난해하다 보니 그 현대사진의 난해함에 편승해 무임승차를 하는 것입니다. 생경하고 조잡한 사진에 그럴듯한 해석을 붙여 출품하는 것이지요.  

 ‘첨(甛)과 속(俗)’에 대해서는 "전신(傳神-정신을 전한다는 뜻)을 소흘히 하고, 화려한 색채를 추구하는 것” 이라고 했습니다.  또 청나라 때 화가이자 비평가인 심종건(沈宗騫)은 시대를 아우르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붉고 푸른 아름다운 광채를 일러 '華(화)'라고 하는데 이 또한 畵道(화도)에서 폐할 것은 아니며, 내가 제거하고자 하는 것은 곧 필묵 사이의 일종의 고운 태이다…..무릇 '華(화)'라는 것은 아름다움이 밖으로 드러난 것이고, '質(질)'이라는 것은 아름다움이 안에 감추어진 것이다. 그러한 즉 아름다움이 밖으로 드러난 화는 한때 널리 떠다니는 허황한 명성을 얻지만, 아름다움이 안에 감추어진 '質(질)'은 천고에 알아주는 사람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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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말은 겉으로 드러난 아름다움 보다는 은은하게 드러나는 내재미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말입니다. 온라인 시대를 맞아 풍경사진의 ‘첨하고 속된’ 현상은 더 심해진 듯 합니다. SNS에는 매일 풍경사진이 셀 수 없이 쏟아져 나옵니다.  ‘좋아요’를 의식해서 일까요. 사진에 가해지는 ‘뽀샵질’이 도가 지나칩니다. 
 
 마지막으로 ‘뢰(賴)’는 의지한다는 뜻으로 요즘 말로 하면 ‘모방과 표절’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청대의 소매신(邵梅臣)은 뢰에 대해 이렇게 얘기합니다. 
 “능히 옛사람과 합일될 수 있고, 또한 능히 고인을 벗어날 수 있는 것, 이것이 옛 것을 먹되 옛 것에 의해 목이 메지 않는 것이다.”
 
 세계적인 풍경사진가 ‘마이클 케냐’의 ‘솔섬’ 사진이 국내에서 송사에 휘말린 적이 있습니다. 한 대기업이 국내 작가가 촬영한 솔섬 사진을 광고에 썼기 때문입니다. 논란 끝에 원고인 마이클 케냐 측이 패소했지만 뒷맛이 개운치는 않습니다. 법적인 판단은 존중하지만 사진가의 직업윤리로서는 원고 측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케냐는 얼마 전 한국에서 열린 전시회에 참석해서 이 사건에 대해서 “아마추어는 그럴 수 있지만 프로는 그래서는 안된다”는 뼈아픈 말을 남겼습니다.  ※ 본문에 인용한 글은 ‘중국회화이론사(갈로지음, 강관식역,돌베개,2010)을 참고했습니다. 

 주기중 기자
clickj@joongang.co.kr     [J플러스] 입력 2015-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