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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난 집 맛난 얘기] - 경기 김포 장기동 <태백산 장기점>

해암도 2014. 9. 5. 20:11

한우 새우살, 엄마들이 이 맛을 알까?


지루했던 장마도 그치고 따갑던 불볕도 수그러들었다. 휴가로 어수선했던 지난 여름날들은 이제 서랍 속에 차분히 정리해둘 때다.

그러나 개학 철을 맞아 자녀를 둔 어머니들은 여전히 분주하다. 무엇보다 새로 개편되는 크고 작은 학부모 모임이 잦아진다. 새로 뽑힌 학급임원 학부모 모임, 교내 학부모 봉사모임, 학운위 모임 등등. 이런 모임은 식사를 겸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식당 음식의 질이 형편없거나 가격이 너무 비싸면 곤란하다. 경기도 김포 장기동 <태백산 장기점>은 신선육을 합리적 가격에 즐길 수 있는 고깃집이다. 20년 경력의 육부장이 최근 개점해 깔끔할 뿐 아니라, 주부 눈높이에 맞춘 서비스들이 눈에 띈다. 학부모이기도 한 인근 주부들에겐 맞춤한 사랑방이자 모임터다.

새우살과 치마살로 빠져 보는 한우의 깊은 풍미

소고기의 지방산 중 단일 불포화지방산의 일종인 올레인산은 고기 맛을 좌우한다. 올레인산의 함량이 높을수록 맛과 풍미가 좋다. 한우가 수입육보다 비싼 것은 신선도 등 다른 이유도 있지만 올레인산의 함량이 높아 고기 맛이 월등하기 때문이다. <태백산 장기점>은 소고기의 경우, 한우 1++등급만 취급한다. 풍부한 올레인산의 지방이 고르게 분포한 고기들이다. 

	채끝등심
채끝등심

소고기의 대표선수는 역시 등심이다. 이 집에선 태백꽃등심(150g 3만4000원)이라는 메뉴로 판다. 양질의 참숯에 직화로 구운 한우 등심은 고기의 고전이다. 노련한 주인장의 칼끝이 지나간 등심은 버릴 것 하나 없이 등심의 제 맛을 내준다.


이 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메뉴는 한우투뿔채끝등심(150g 2만5000원)이다. 채끝등심은 등심의 뒤쪽 부위다. 여기엔 이른바 ‘새우살’이 들어간 경우가 많다. 새우살은 구부린 새우처럼 생긴 ‘ㄱ'자 모양의 부위로, 채끝 부위에 혼입돼있다. 마치 목재에 옹이가 박힌 모양새다. 따로 떼어내 별도의 부위로 판매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진한 육즙과 풍미, 한없이 부드러운 육질은 고기 마니아들을 설레게 한다. 입 안에 넣으면 그야말로 씹을 것도 없이 흐물흐물 사라진다. 새우살이 사라진 자리엔 크리미한 풍미만 입 안 가득 남는다. ‘한우투뿔채끝등심’을 주문하고 행운이 따르면 그 맛을 볼 수도 있다.

	(위)새우살 / (아래) 치마살
(위)새우살 / (아래) 치마살

새우살과 함께 풍미가 좋은 부위가 치마살이다. 치마살은 고급육에 속하며 양지 부위를 정육할 때 나온다. 이 집에선 치마꽃살(150g 3만4000원)이라는 메뉴로 판매한다. 얼핏 한눈에 봐도 마블링이 촘촘하게 발달한 부위다. 육즙이 풍부하고 연해 맛이 좋고 강한 참숯불에는 살짝만 구워도 된다. 등심 일변도로 즐겼던 고기 마니아라면 가끔은 부드럽고 풍미가 진한 치마살 맛에 빠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주인장도 주문 시 메뉴판을 앞에 놓고 고민하는 손님에겐 치마살을 권하다. 자신이 있다는 얘기다. 처음 온 손님은 고깃집 주인이 재고 처분을 위해 치맛살을 권하는 것으로 종종 오해한다. 이 집은 하루 사용 적량만 매일매일 들여와 고기의 물성과 감칠맛이 최적의 상태가 될 때까지 숙성을 시켜 제공한다. 따라서 육질이 늘 신선하고 먹기에 알맞은 상태를 유지한다.


부담 없지만 고급스런 불고기와 돼지갈비도

소고기가 부담스럽다면 양념불고기(9000원)나 프리미엄 수제한돈갈비(250g 1만4000원)가 대안이다. 양념불고기는 적은 비용으로 점심 식사를 겸하는 간단한 모임엔 최적의 메뉴다. 양념을 제외한 순수 고기 무게만 1인분 180g으로 푸짐하다. 국내산 한우의 목심 부위다. 주문을 받으면 즉석에서 양념해 내온다. 서울식 불고기를 좋아하는 고객이라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아주 만족스런 식사를 할 수 있다. 역시 실속파 주부들에게 인기가 높은데 오후 3시까지만 주문 가능하다.

‘프리미엄 수제한돈갈비’는 기존 돼지갈비의 고급 버전이다. 국내산 한돈에 한우사골 등 천연재료를 넣고 수제로 만들었다. 돼지갈비 원육의 진한 단맛을 그대로 살려, 돼지갈비의 맛과 질에 아쉬움을 느꼈던 고객의 입맛을 충족시켰다. 대개 돼지갈비는 가공이 쉽고 가격 저렴한 냉동육으로 만드는데 이 집은 냉장육을 쓴다. 고기 전문가인 주인장이 도축장에서 최상급 판정을 받은 고기 가운데 최상품 원육만 구매한다.


신선한 원육을 직접 포 뜨고 기름을 제거하며 손질한다. 이 과정에서 세심한 손길로 고기를 손질해 갈비 맛이 나아진다. 다만, 냉동육에 비해 고기 외양은 다소 흐트러진다. 언 고기는 칼이 지나가도 각이 살지만 냉장육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손질한 갈비 원육에 간장을 바탕으로 한 양념과 배의 과육을 듬뿍 넣는다. 배는 단맛을 내주고 갈비의 잡내를 잡아준다.

	(좌) 돼지껍질/(우)해장국
(좌) 돼지껍질/(우)해장국

실속 팍팍! 다양한 서비스 메뉴들

이 집에는 실속파 주부 고객이 대부분이다. 양질의 고기를 저렴하게 팔기도 하지만 이런 저런 서비스가 꽤 짭짤하기 때문이다. 고기를 주문한 고객에겐 돼지껍질과 선지해장국을 무료로 제공한다. 주문하지 않은 돼지껍질이 나오면 대부분의 손님은 어리둥절해 하다가 이내 반색한다. 그 맛도 ‘서비스용’을 훨씬 웃돈다. 역시 서비스 메뉴인 선지해장국은 술손님들이 아껴먹는 음식이다. 사골로 육수를 내서 국물 맛이 꽤나 깊다. 해장국 전문점에 비해 손색없는 수준이다. 소주 애호가들에게 특히 사랑 받는다.


한편, 소고기를 주문한 고객에게는 육사시미를 무료로 제공한다.(‘육사시미’는 ‘육회’로 순화하여 표기해야 하지만 육회로 지칭하는 메뉴가 또 있어 그대로 사용한다) 육사시미는 매일 오후 광주 도축장에서 고속버스 편으로 직송 받아 신선도가 높다. 도축과 운송에 걸리는 시간 때문에 오후 5시 이후에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일요일이나 휴일은 도축장이 작업을 하지 않아 제외된다.


고기 먹은 뒤 밥 생각이 나면 공깃밥 가격인 1000원에 된장찌개를 곁들인 돌솥 밥을 먹을 수 있다. 1000원짜리 된장찌개백반인 셈이다. 거의 공짜와 다름없지만 먹지도 않으면서 요구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어서 부러 1000원을 받는다. 요즘 새로 개점하는 고깃 집마다 트렌드로 자리 잡은 샐러드바를 이 집도 갖췄다.


고기 손님은 무료로 이용하는 샐러드바에는 제철 과일, 복분자나 석류차 등 건강음료, 찐 옥수수, 어묵, 군고구마 등 군것질 거리 등을 갖췄다. 대개 여성이나 어린이들이 주전부리로 먹기 좋을 내용물들이다. 구색은 계절에 따라 그날그날 달라진다. 이제 9월, 바람의 색깔이 바뀌었다. 고기 먹기 좋은 날 좋은 사람들과 바깥바람을 맞으러 갈 때다.


<태백산 장기점> 경기 김포시 김포한강2로 23번길 14 강변프라자 2층, 031-982-925

기고= 글,사진 이정훈   입력 : 2014.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