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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월드컵] 10년을 준비한 독일, 축구의 신 위에 서다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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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10년 전부터 오늘을 준비했다.”
월드컵 우승에 성공한 독일 대표팀의 요아힘 뢰브 감독이 남긴 소감이다. 그의 말대로다. 독일의 감격적인 네번째 월드컵 우승은 패배로부터 태어났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8강전에서의 굴욕적인 패배, 유로2000에서의 충격적인 예선 탈락. 독일은 자신들의 세번째 월드컵 우승을 이룬지 10년 만에 녹슨 전차로 추락했다. 이 심각한 위기에서 독일은 뿌리로 돌아갔다. 그들은 단기간에 효과를 보는 외국인 명장의 영입이나 대표팀 합숙을 택하지 않았다. 전국 각지에 축구센터를 지어 유소년을 단계적으로 육성하고, 자국 리그의 구조를 탄탄하게 하는 시스템의 변화를 추진했다. 10년 간 독일 축구가 유소년에 투자한 금액은 자그마치 1조원에 달한다.
독일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결승에 진출하면 자신들의 저력을 보여줬지만 단기간의 성과에 도취되지 않고 계획대로 밑그림을 그리고 색칠을 해 갔다. 유로2004에서 다시 실패하며 새 시스템이 자리를 잡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내했고, 계획대로 진행한 독일 축구의 변화는 10년이 지나 진정한 성과를 냈다. 누구도 이룬 적 없는 월드컵 4회 연속 4강 진출과 우승. 독일은 이번 대회에서 골든볼을 제외한, 가져갈 수 있는 모든 성과를 안은 채 정상에 섰다.
이번 대회 우승의 주역인 뮐러, 노이어, 크로스, 후멜스, 보아텡, 회베데스, 외질, 케디라, 쉬얼레, 괴체는 10년 전 뿌린 유소년 축구에 대한 투자의 결실이다. 이제 확실히 자리 잡은 독일의 시스템은 스페인이 지난 4년간 했던 것처럼, 유로2016과 2018년 러시아월드컵을 노리고 있다. 이번 독일대표팀 선수들 중 다음 월드컵에서 보기 힘든 선수는 클로제와 바이덴펠러 정도다. 높은 기술적 완성도, 독일 특유의 팀 정신, 거기에 켜켜이 쌓인 경험은 기복 없는 경기력으로 이어지는 중이다.
이런 독일의 시스템 축구에 세기의 축구천재로 맞선 아르헨티나는 준우승에 그치고 말았다. 축구의 신으로 불리는 특별한 선수를 앞세운다 해도 그보다 강한 팀을 넘기는 어려웠다. 독일은 벤치에 앉아 있던 두 선수가 결승골을 합작해 낸 반면, 아르헨티나는 교체 선수들이 전혀 제 몫을 해주지 못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꺾은 독일은 남미에서 FIFA컵을 들어올리는 최초의 유럽팀이 됐다. 자신의 커리어에 정점을 찍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친 메시는 골든볼을 수상했지만 침통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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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치업 1. 괴체의 연장 결승골, 독일에게 네번째 별 안기다
- 독일(FIFA랭킹 2위) 1-0 아르헨티나(FIFA랭킹 5위), 한국시간 7월 14일 오전 4시, 히우지자네이루 마라카낭, 관중 7만4,738명
- 득점자: 괴체(113’, 독일)
- 독일 출전명단(4-2-3-1): 노이어(GK)-회베데스, 보아텡, 후멜스, 람(주장)-슈바인슈타이거, 크라머(31’ 쉬얼레)-외질(120’ 메르테자커), 크로스, 뮐러-클로제(88’ 괴체)
- 아르헨티나 출전명단(4-4-2): 로메로(GK)-로호, 가라이, 데미첼리스, 사발레타-라베찌(H.T 아게로), 빌리아, 마스체라노, 페레스(86’ 가고)–이과인(78’ 팔라시오), 메시(주장)
- MAN OF THE MATCH: 마리오 괴체(32분 출전, 1골)
- 경고: 회베데스, 슈바인슈타이거(이상 독일), 아게로, 마스체라노(이상 아르헨티나)
- 퇴장: 없음
- 경기 재구성
독일은 경기 시작 전 스타팅 멤버를 교체하며 불안한 출발을 했다. 당초 라인업에 올려놓은 케디라가 워밍업 중 종아리를 다치며 크라머를 급히 선발로 세울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독일은 전반 30분 만에 크라머가 볼 경합 중 머리를 다치며 일찌감치 교체카드를 꺼내야 했다. 아르헨티나는 독일이 혼란스러워 하는 사이 메시의 돌파를 앞세워 독일 수비를 위협했다. 전반 20분 이과인이 독일 수비의 실수를 이용해 노이어와 1대1로 맞서는 상황을 맞았지만 슛은 골대를 빗나갔다.
9분 뒤에는 라베찌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이과인이 쇄도해 골문으로 밀어 넣으며 환호했다. 하지만 부심은 크로스 시점에서 이과인이 수비라인보다 앞서 있었던 것을 지적하며 오프사이드를 선언했다. 아르헨티나가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자 독일은 팀을 정비해 전반 막판부터 반격을 시작했다. 전반 42분 크로스의 슛은 로메로의 선방에 막혔고, 추가시간 코너킥 상황에서 회베데스가 날린 헤딩슛은 골대를 맞고 나왔다.
사베야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라베찌를 빼고 아게로를 투입하며 첫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이과인과 아게로는 기대와 달리 후반에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후반 2분 메시가 페레스의 침투 패스를 받아 문전으로 돌진해 때린 슛이 오른쪽 골대 옆으로 살짝 빗나간 것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독일은 거듭되는 패스 미스로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아르헨티나는 후반 막판 이과인, 페레스를 빼고 팔라시오와 가고를 투입했고 독일은 클로제를 빼고 괴체가 들어갔다. 연장전에 돌입한 양팀은 누가 교체카드의 우위를 증명하느냐로 승부를 내야 했다. 연장 시작 직후 독일은 쉬얼레의 강력한 슛이 로메로의 손에 걸리며 아쉬움을 삼켰다. 아르헨티나도 아게로와 팔라시오가 맞은 결정적인 찬스에서 골을 터트리는 데 실패했다.
연장 후반 8분 결국 결승골이 나왔다. 쉬얼레가 왼쪽 측면을 20미터 이상 돌파해서 올린 크로스를 괴체가 골에어리어 안에서 가슴으로 받은 뒤 그대로 몸을 던지며 왼발 슛으로 연결했다. 공은 각도를 좁히고 나온 로메로 골키퍼의 왼쪽으로 지나가 골이 됐다. 독일은 남은 교체카드를 수비수 메르테자커 투입에 쓰며 굳히기에 돌입했다. 아르헨티나는 연장 후반 추가시간에 페널티박스 바깥에서 프리킥을 얻어내며 마지막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메시가 찬 프리킥은 골대를 위로 한참 넘어갔다. 리졸리 주심은 잠시 후 경기 종료 휘슬을 울렸고 독일은 24년 만에 월드컵 우승에 성공했다.
:: 데이터 센터(독일-아르헨티나)
독일 | 내용 | 아르헨티나 |
60% | 점유율 | 40% |
915회(736회) | 패스횟수(성공) | 586회(416회) |
80% | 패스성공률 | 71% |
263회(28.7%) | 숏패스 | 150회(25.6%) |
540회(59.1%) | 미들패스 | 346회(59%) |
112회(12.2%) | 롱패스 | 90회(15.4%) |
10회 | 슛 | 10회 |
7회 | 유효슛 | 2회 |
112.053km | 활동거리 | 102.785km |
62.526km | 볼 소유 활동거리 | 42.632km |
슈바인슈타이거 (15.338km) | 최다 활동 선수 | 빌리아 (14.681km) |
0회 | 선방 | 4회 |
20회 | 파울 | 16회 |
3회 | 오프사이드 | 2회 |
2회 | 경고 | 2회 |
- | 퇴장 | - |
자료 출처: FIFA 홈페이지
- 데이터 분석: 슈바인슈타이거의 핏빛 투혼, 마스체라노를 지우다
아르헨티나의 결승 진출을 견인한 숨은 주역은 마스체라노였다. 공격에서 메시가 홀로 분전했다면 마스체라노는 특유의 기동력과 수비로 허리에서 중심을 잡아줬다. 사베야 감독은 8강부터 마스체라노의 파트너로 역시 많이 움직이는 빌리아를 세워 수비의 안정성을 높였다. 하지만 결승전에서 마스체라노의 존재감은 이전 경기에 미치지 못했다.
독일의 슈바인슈타이거가 허리를 장악했기 때문이었다. 마스체라노와는 반대로 대회 전 입은 부상 여파로 조별리그에서는 주전에서 밀렸던 슈바인슈타이거는 토너먼트에 들어와 서서히 자기 플레이를 펼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승전 승리를 이끌었다. 슈바인슈타이거는 파트너인 케디라가 경기 시작 전 부상을 당하고, 그를 대신해 들어온 젊은 미드필더 크라머 역시 전반 30분 만에 교체돼 나가며 혼란에 빠질 수 있었다. 뢰브 감독은 크라머마저 부상을 당하자 그를 대신해 아예 공격적인 미드필더인 쉬얼레를 투입했다.
슈바인슈타이거는 홀로 중원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몫을 120% 해냈다. 15.338km를 뛰며 양팀 선수 중 가장 많은 활동량을 보였다. 패스도 풀타임을 뛴 양팀 필드 플레이어 중 가장 많이 시도했고, 가장 높은 성공률을 보였다. (122회 시도, 104회 성공, 성공률 85%) 슈바인슈타이거가 허리를 확실히 점유하자 아르헨티나는 측면에 의존하는 단조로운 루트로 공격을 풀어야 했다. 연장 후반에는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아게로의 손에 안면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뢰브 감독은 교체를 하려고 했지만 슈바인슈타이거는 출전을 강행했고 그의 투혼은 결국 팀 승리로 이어졌다.
![]() (출처 : 명지대학교 스포츠기록분석연구센터) |
![]() (출처 : 명지대학교 스포츠기록분석연구센터) |
:: 브라질월드컵 개인상 내역
- 골든볼: 리오넬 메시(7경기 4골 1도움, 아르헨티나), 실버볼: 토마스 뮐러(7경기 5골 3도움, 독일), 브론즈볼: 아르연 로번(7경기 3골 1도움, 네덜란드)
- 골든부트: 하메스 로드리게스(5경기 6골, 콜롬비아), 실버부트: 토마스 뮐러(7경기 5골, 독일), 브론즈부트: 네이마르(5경기 4골, 브라질)
- 골든글로브: 마누엘 노이어(7경기 4실점, 선방률 86.2%, 독일)
- 영플레이어: 폴 포그바(5경기 1골 1도움,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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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플레이어: 부담감을 홀로 짊어진 메시
이번 대회에 눈부셨던 메시의 분전은 마지막까지 외로웠다. 조별리그에서 해결사 역할을 하던 메시는 디 마리아와 이과인이 살아나자 토너먼트에 돌입한 뒤에는 공격의 조율사로 변신했다. 하지만 다른 공격수들의 경기력은 들쭉날쭉했다. 이과인은 벨기에와의 8강전에서 멋진 결승골을 넣긴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결승전에서도 수 차례의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메시 본인이 가장 이상적인 파트너라고 했던 아게로는 부진과 부상으로 이번 대회 최악의 선수가 됐다.
디 마리아는 부상으로 4강전과 결승전에 나서지 못했다. 라베찌, 팔라시오도 마찬가지였다. 후반 2분 메시는 페레스의 패스를 받아 결정적인 찬스를 맞았다. 수비를 달고 들어가며 노이어와 맞서 때린 슛은 아슬아슬하게 골대를 벗어났다. 독일 수비진의 첫번째 과제는 다른 팀과 마찬가지로 메시를 봉쇄하는 것이었다. 그는 거듭되는 견제와 방해에도 팀 공격을 풀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연장 후반 추가시간 얻은 마지막 프리킥에서 축구의 신으로 불리는 메시도 부담감에 눌려 실수를 하는 한 인간일 뿐임을 보여줬다. 월드컵 우승이라는 자신의 커리어에 남은 유일한 목표를 눈 앞에서 놓친 메시는 눈물은 감췄지만 쓰라림은 숨길 수 없었다. 대회 최우수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볼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 오늘의 장면: 교체멤버의 합작, 독일의 결승골
독일은 결승골을 통해 아르헨티나와 자신들의 결정적인 차이를 보여줬다. 바로 대체 선수의 퀄리티였다. 이날 뢰브 감독은 케디라와 크라머의 잇단 부상으로 머리 속이 혼란스러울 수 있었다. 그러나 독일의 벤치에는 그들을 대신할, 그리고 새로운 전술을 수행할 수 있는 선수들이 충분했다. 크라머 대신 쉬얼레를 투입, 오히려 공격적인 변화를 시도한 뢰브 감독은 아르헨티나의 역습에 밀리던 분위기를 뒤집었다.
후반 종료 직전 투입한 괴체는 결승골로 기대에 부응했다. 조별리그 당시만 해도 주전이었지만 뮐러, 크로스, 외질은 물론 쉬얼레에게까지 밀렸던 괴체는 자신에게 온 절호의 찬스를 독일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골로 마무리했다. 아르헨티나가 아게로, 팔라시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공격에서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과 달리 독일은 쉬얼레와 괴체가 결승골을 합작하며 우승의 자격을 증명했다.
:: 말말말: 뢰브 감독, “우리는 10년 전부터 오늘을 준비했다”
- 뢰브 감독(독일): “우리는 10년 전부터 오늘의 우승을 준비했다. 나는 클린스만 감독과 함께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을 거쳐 이 결과가 나왔다. 꾸준히 정진했고, 이 프로젝트가 성공할 것이라고 믿었다.
하나의 팀으로서 정말 열심히 했다. 항상 좋은 축구를 했고, 브라질에 온 어떤 팀보다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뛰어난 기술을 지닌 어린 선수들은 팀 스피릿으로 무장하며 더 발전했고, 믿을 수 없는 일을 해냈다. 남미에서 처음 월드컵에 우승한 유럽 팀이라는 데 자부심이 든다.”
- 괴체(독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기쁨이다. 골 장면에서 그냥 슛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뒤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몰랐다. 꿈이 현실이 됐다. 이 팀이 자랑스럽고, 브라질에서 거둔 모든 성과가 너무 행복하다. 경기에 뛴 선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가 우승에 각자의 몫을 했다. 팀으로서 칭찬 받아야 한다.”
- 노이어(독일): ”믿을 수 없다. 우리는 엄청난 일을 해냈다. 단지 한 선수의 힘이 아닌 팀의 힘으로 거둔 결과다. 이 기쁨은 언젠가는 멈춰야겠지만, 앞으로도 우리는 계속 웃을 수 있을 것이다.”
- 람(독일): “독일은 최고의 선수를 보유했든, 그렇지 않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왜냐면 최고의 팀을 가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긴 시간을 걸어왔고 어떤 방해 속에서도 가야 할 길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토너먼트를 거치며 더 강해졌고 결국 세계 챔피언으로 올라섰다. 우리는 결승전을 조용히, 편안하게 준비했다. 그리고 특별한 역사를 남길 것임을 알고 있었다.”
- 사베야 감독(아르헨티나): “우리는 우승을 원했고, 위대한 팀으로 남고 싶었다. 독일은 경기를 주도했지만 우리는 날카로웠고 더 많은 찬스를 가졌다. 하지만 효율적이지 못했다. 하루 덜 쉬었고, 승부차기까지 하고 올라온 것이 결정적 차이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특별한 경기를 치러 준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다. 그들은 아르헨티나를 위한 전사였고 모든 것을 보여줬다.”
- 마스체라노(아르헨티나): “절대 잊지 못할 아픔이다. 아르헨티나의 국민들을 위해 우승을 하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까지 와서 우리를 응원해줬다. 하지만 패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아르헨티나를 대표했다. 이 곳에서 모든 것을 짜냈다. 선수들은 고개를 들고 당당히 돌아가야 한다.”
글=서호정 기자 입력 2014-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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