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계 유목민 부부가 만든 건강한 세계 음식
오키친의 스스무 요나구니 셰프는 1949년 일본 오키나와(沖繩)에서 태어났다. 류큐대학 생물학과를 다니던 중 비틀스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영국으로 떠났다. 공원에서 노숙하며 찾은 일자리가 2성급 호텔 식당의 허드렛일이다. 사실 일본에서는 요리를 해본 적도 없고, 좋아하지도 않았다. 호텔에 취업할 당시 꼭 들어가야 한다는 일념으로 “요리를 좋아한다”고 거짓말한 것이 인생을 바꿨다. “주방장이 화상을 입어서 그만뒀는데, 저에게 음식을 만들라지 뭡니까. 어깨너머로 배운 것과 집에서 평소하던 식을 섞어서 열심히 만들었죠. 그게 마음에 들었던 사장이 취업비자를 알선해주며 정식 요리사로 승격시켜 줬어요.”
성실함과 노력으로 인정을 받던 그는 식당의 추천으로 런던의 사보이호텔 주방에 들어갔고, 이후 엘리자베스2세 여왕도 1년에 한 번은 찾는다는 그로스버너하우스 호텔 주방으로 옮겼다. 영국 여왕 주최 ‘1000인 만찬’ 공헌상까지 받은 그는 1978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갔다. 뉴욕의 유명 식당에서 부주방장으로 5년을 일하고 미슐랭 2스타 식당 ‘프로방스’에 자리를 잡았다. 뉴욕 고급 프랑스 식당의 아시아인 주방장은 화젯거리였다.
뉴욕의 도자기학교에서 만난 아내 오정미 셰프는 부인이자 그의 파트너다. 스스무 셰프는 “관심 분야였던 도자기를 배우고 작품 전시회를 하다가 아내를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오정미씨는 1961년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초·중·고를 나왔다. 서울대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1985년 뉴욕으로 건너가 미술과 보석디자인 유리공예 등을 공부했다. 뉴욕의 프랑스요리학교(French Culinary Institute)에서 프랑스 요리를 배우던 중 그녀의 남다른 감각을 눈여겨본 교장이 졸업과 함께 자신의 식당 부주방장으로 데려갔다. “예술적 표현을 중요시하는 프랑스 요리에서 저의 전공이 힘을 발휘한 덕이었죠.”
이들 부부는 현재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에서 ‘오키친’ 두 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여의도 동양증권 빌딩 지하에 있는 여의도점은 오키친의 본점 격이다. 최근 문을 연 점포지만 이들 부부가 직접 매달려 있다. 캐주얼 프렌치 비스트로풍으로 오정미씨가 직접 인테리어를 했다. 격식을 갖추는 곳이 아닌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밥집을 추구한다.
스스무 셰프는 “항상 같은 메뉴에다 배달받은 식재료만을 쓰는 조리사는 사람이 아닌 로봇”이라고 말한다. 기본을 건강에 두고 있기에 제철 재료가 원칙이다. 도봉산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채소와 허브를 매일 가져다 쓴다. 채소와 허브의 향과 맛이 진하다. 빵도 버터와 설탕 없이 천연발효시켜 쓴다. 입구의 냉장고에는 자체숙성시키는 육가공품과 생(生)햄이 가득하다. 드라이에이징(건조숙성) 소고기 스테이크의 진한 풍미도 제대로다. 돼지뼈를 직접 발골하고 숙성시켜 머리부터 발끝까지 고루 맛볼 수 있다. 세트메뉴에서 에피타이저를 소량으로 다양하게 제공하는 것이 여성들에게 인기 높다. 프랑스식 디저트도 솜씨 있다. 단품으로는 ‘독특한 빵을 곁들인 소고기 타르타르’ 및 ‘루꼴라샐러드와 프로슈토를 곁들인 프렌치파이’가 권할 만하다. 평소 중국식 양꼬치구이를 즐긴다면 ‘북아프리카식 양고기 소시지’를 꼭 먹어봐야 한다.
매스컴에 자주 출연하는 것을 두고 “욕심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에 그들은 이렇게 답한다. “60㎡(18평) 집에서 자가용도 없이 사는 저희가 욕심 내는 것은 돈이나 명예가 아닙니다. 건강한 음식 만들기와 훌륭한 조리사 배출이죠. 그러고 나면 세계를 누비면서 작품활동하며 여생을 즐기고 싶어요. 한국도 정착지가 아닌 거쳐가는 곳일 뿐입니다.”
박태순 음식칼럼니스트 오키친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2길 동양증권빌딩 지하1층 (02)797-6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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