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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단처럼 페페의 박치기가 승부를 갈랐다

해암도 2014. 6. 17. 13:23

    G조 조별리그 독일-포르투갈 관전평

    파워에 기술을 장착한 ‘전차군단’ 독일이 우승후보다운 진면목을 보여준 경기였다.
    독일은 17일 브라질 사우바도르 아레나 폰테노바에서 벌어진 G조 첫 경기 포르투갈전에서 토마스 뮐러가 대회 첫 해트트릭을 기록하면서 4대0 완승을 했다.

    조별리그 3대 빅매치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독일과 포르투갈 경기는 기대와 달리 싱겁게 끝이 났다. 세계 최고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보유한 포르투갈과 외질 등 최강의 미드필더진을 보유한 독일의 경기는 라인업상 가장 흥미진진해야 할 경기였다. 영화로 분류하자면 마치 할리우드 영화의 블록버스터처럼 말이다.

    독일은 괴체, 외질, 뮐러 등 기술 있는 2선 자원(미드필더)들로 제로톱이라 할 수 있는 변형된 4-3-3으로 선발 라인업으로 내세웠다. 기술을 바탕으로 한 조직적이고 유기적인 조합으로 호날두를 축으로 4-2-3-1 전형으로 맞선 포르투갈을 보기 좋게 침몰시켰다.

    전반 12분 독일은 마리오 괴체가 페널티킥을 얻으면서 경기 주도권을 잡았다. 뮐러가 이를 깔끔하게 성공시키며 앞서나갔다. 전반 32분 마츠 후멜스는 코너킥을 헤딩으로 받아 넣어 추가 골을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경기 전체를 좌우할만한 일이 벌어졌다. 포르투갈 중앙수비수 페페가 흥분하기 시작한 것이다. 페페는 자신이 마크했던 후멜스가 골을 넣은 것에 심리적으로 동요한 듯했다. 전반 37분 결국 그는 사고를 쳤다.
    17일 브라질에서서 열린 브라질월드컵 G조 조별리그 포르투갈과 독일과의 경기에서 포르투갈 중앙수비수 페페가 독일 공격수 뮐러를 들이받고 있다. 이 경기로 페페가 퇴장당하면서 사실상 승부는 갈렸다. AP-뉴시스
    17일 브라질에서서 열린 브라질월드컵 G조 조별리그 포르투갈과 독일과의 경기에서 포르투갈 중앙수비수 페페가 독일 공격수 뮐러를 들이받고 있다. 이 경기로 페페가 퇴장당하면서 사실상 승부는 갈렸다. AP-뉴시스
    페페는 뮐러와 1차 볼 경합 과정에서 거친 몸싸움을 한 뒤 2차로 신경전을 벌이다가 머리로 뮐러를 들이받았다. 마치 독일월드컵 결승에서 벌어진 지단의 행동을 연상시키는 것이었다. 페페는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불필요한 행동으로 퇴장을 당하면서 경기는 전반전에 승패가 갈렸다. 페페의 행동 하나가 포르투갈 팀을 망치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했다.

    설상가상으로 페페와 경합하며 페페의 신경을 잔뜩 건드린 뮐러는 전반 추가시간 한 골을 추가하더니, 후반 33분 경기의 대미를 장식하는 골로 대회 첫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전차군단의 영웅이 된 것이다. FIFA랭킹 4위 포르투갈은 특별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 채 망신만 당한 꼴이었다.

    독일과 포르투갈의 경기는 우승을 정조준한 독일의 준비된 승리였다.
    독일은 우승후보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파워에 기술을 장착한 전차군단 독일의 화력은 대단했다. 포병으로 치면 자주포로 무장한 독일과 견인포로 무장한 포르투갈의 경기였다. 거기다가 잘 정돈된 조직력, 유기적이고 창의적인 플레이로 포르투갈을 무력화했다. 독일 중원을 중심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점유율 축구를 하면서 결정적일 때 한 방을 터뜨리는 효율성까지 보였다.

    특히 괴체-뮐러-외질의 삼각편대는 부드러우면서 강력한 위력을 보였다. 포르투갈 수비를 맘껏 유린했다. 후반 교체 투입된 포돌스키, 쉬를레 등 빠르고 파괴력을 갖춘 공격수들이 투입되면서 독일은 여유를 보였다. 출전하지 못한 슈바인슈타이거, 득점기계 클로제 등의 체력 비축으로 독일은 다음 경기에서 한층 여유를 보일 수 있게 됐다.

    포르투갈은 자멸했다. 리오넬 메시와 더불어 세계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호날두는 그라운드에서 보이지 않았다.
    감독 입장에서 큰 경기를 치를 때 선수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 ‘감정 컨트롤’이다. 감정조절이 안 되면 대형사고를 친다. 오늘 경기도 마지막까지 정상적인 플레이를 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할 수 없었을 텐데 페페의 퇴장으로 개인도 팀도 망치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했다. 물론 페페의 퇴장 이전까지 포르투갈은 경기력에서 전체적으로 매끄럽고 안정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호날두를 너무 의식한 플레이가 오히려 전체적인 공격을 위축시켰다. 선수들은 직접 슈팅이나 돌파 등 상황에 맞는 타이밍에서도 과감한 플레이를 하지 못하고 호날두에게 연결하기 위해 타이밍을 맞추다 보니 템포가 느려졌다. 이런 장면이 반복되니 상대에게 위협을 주기 어려웠다. 메시처럼 호날두도 세계 최고의 선수다운 모습을 전혀 나타내지 못했다. 선수들과 유기적인 플레이도 잘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더러 컨디션도 좋아 보이질 않았다. 메시가 부진하며 비난을 받으면서도 결승골을 넣었지만 호날두는 이날 독일에 위협적인 모습을 거의 보여주질 못했다. 팀이 어려울 때 한 방이 필요한데 호날두는 이날 전혀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독일은 조별리그에서 가장 껄끄러운 상대 포르투갈을 만나 대승을 거두며 산뜻한 출발을 했다. 후반 주축 선수들을 교체하면서 체력안배를 한 덕에 다음 경기 운영에도 한층 부담을 덜게 됐다. 반면, 포르투갈은 하나의 이변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의 대패를 당한 충격에다 페페의 퇴장, 코엔트랑의 부상으로 삼중고를 겪게 됐다.
    전차군단의 무한 질주가 계속될지 두고 볼 일이다.

     

    • 김용갑
      전 축구 감독
      E-mail : kimyongkab12@hanmail.net
      2002~2003 U-17 청소년대표팀 수석코치, 2004~20..

     

    입력  : 2014.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