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송곳니에 매서운 눈빛, 5개의 뿔이 달린 그의 인상은 강렬함을 넘어 위협적이기까지 하다. 바로 붉은악마의 상징이자 한국 축구의 수호신인 치우천왕의 모습이다. 브라질 월드컵 개막으로 전 세계에 축구 열기에 휩싸였다. 한국 축구 대표팀의 승리를 기원하며 치우천왕에 대해 알아봤다.
고서(古書) <환단고기(桓檀古記)>에 의하면 치우천왕은 배달국 시대(고조선 이전 시대, BC 3897~2333년)의 제 14대 환웅(신화적인 인물이 아닌 배달국의 군주)이라고 기록돼있다. 고서에 따르면 치우천왕은 머리가 구리, 이마가 쇠로 돼있고 전쟁에서 단 한 번도 패(敗)한 적이 없는 ‘전쟁의 신’이다. 또 109년 동안 동아시아 일대를 호령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삼국시대에 만들어진 왕릉엔 도깨비 모양으로 치우천왕이 조각돼 있어 왕릉을 지키는 군신의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런 치우천왕이 4000년 만에 축구장에서 부활한 것이다.
치우천왕이 그려진 대형 깃발의 첫 등장은 지난 1999년 3월 28일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브라질의 축구 친선경기에서다. 당시 응원팀 붉은악마는 가로 4m, 세로3m의 이 깃발을 앞세워 한국의 승리를 염원했다. 치우천왕의 힘이었을까? 한국은 경기 종료직전 터진 김도훈 선수의 결승골로 세계 최강 브라질을 1대 0으로 꺾었다. 또 치우천왕 등장 후 첫 월드컵이었던 2002년, 한국 축구는 4강 신화라는 새 역사를 썼다.
치우천왕 문양을 디자인한 장부다(46.SUNDLE) 본부장은 “치우천왕은 우리에겐 친근한 도깨비의 모습이지만 상대팀에게는 두려움을 줄 수 있는 모습”이라며 “상대팀에게 부담을 주는 심리적 효과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붉은악마의 치우천왕은 몇 가지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첫째, 숫자 3의 의미다. 치우천왕의 머리엔 5개의 뿔이 있는데 그 중 가운데에 솟아있는 뿔은 3개다. 또 얼굴 양쪽 수염에 3개씩의 갈퀴가 있다. 여기엔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한다는 삼원론(三元論)적 사상이 담겨있어 한국인의 고유 정서와 맥이 닿는다.
둘째, 치우천왕 아래에 위치한 축구공은 1900년대 초반에 사용됐던 것이다. 이는 1933년 조선축구협회가 처음 출범했을 때 사용한 공이기도 하다. 그만큼 한국 축구가 오래 됐음을 상징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치우천왕을 중심으로 서로 교차하는 검은색 사선과 직선 및 동그라미 문양은 사면팔방(四面八方)을 의미한다. 이는 온 세상의 중심에 한국 축구가 있다는 의미다.
4000년 만에 세상에 나타나 한국 축구의 상징이 된 치우천왕. 장 본부장은 "치우천왕의 용맹함과 강한 전투력이 태극전사들에게 큰 힘을 실어줄 것"이라며 한국 축구 대표팀의 브라질 월드컵 선전을 기원했다. 한국의 붉은악마들은 18일 오전 7시(러시아전), 23일 오전 4시(알제리전), 27일 오전 5시(벨기에전)에 서울 광화문광장 등지에서 거리응원을 펼친다. 5,000만 붉은악마들의 함성과 치우천왕의 기백이 하나가 돼 브라질에서 승전보가 울리길 기대해본다.
- 차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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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십니까. 차재문입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각종 공모전 UC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