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행길을 떠납니다.
잠시라도 붙잡아 두고 싶은 심정입니다.
세월호 침몰로 아직 돌아오지 않은 우리 아이들은
차디찬 바닷속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아들 딸들을 위해 매 끼니를 준비하지만
밥상에 올려져 있는 숟가락에는 눈물만 고여 있네요.
현관문을 열고 ‘잘 다녀왔어요’ 환하게 인사하며 품에 안길 아이들은
시커먼 밤바다 깊은 곳에 갇혀있고,
하늘에 떠 있는 별들만이 검은 바다 위를 비춥니다.
이젠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사랑하는 가족, 친구, 그리고 선생님깵.
딱 한 번만, 딱 한 번만이라도 불러보고 싶어요.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014-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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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진 앞에서 울지 마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나는 잠들어 있지 않아요.
제발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나는 천개의 바람, 천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가을엔 곡식들을 비추는 따사로운 빛이 될게요.
겨울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눈이 될게요.
아침엔 종달새 되어 잠든 당신을 깨워 줄게요.
밤에는 어둠 속에 별 되어 당신을 지켜 줄게요.
나의 사진 앞에 서 있는 그대 제발 눈물을 멈춰요.
나는 그곳에 있지 않아요. 죽었다고 생각 말아요.
나는 천개의 바람, 천개의 바람이 되어요.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가수 임형주의 ‘천개의 바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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