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흔든 시 한 줄] 최영미 시인·소설가

해암도 2014. 12. 18. 06:13


별이 빛나는 하늘에게 나는 물었네

내 사랑에게 무엇을 주어야 할지…

하늘은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네

위로부터 침묵만 울려 퍼지고.

(중략)

오, 나는 그를 위해 울 수 있고,

아니면 그에게 노래를 바칠 수 있으련만…

하지만 어떻게 침묵을 주리요

나의 전 생애가 담긴 침묵을?

- 사라 티즈데일(1884~1933) ‘아말휘의 밤 노래’


첫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출간한 뒤였다. 나의 의도와 정반대로 시를 해석하는 평을 읽고 황당해하는 나를 보더니 선배 H가 말했다.

“네가 어떤 글을 쓰든 사람들은 널 오해할 거야.” 왜냐고 따지는 내게 H가 말했다. “널 보고 누가 고생했다고 생각하겠니? 온실에서 자란 화초 같은 네 외모 때문에 네 글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시인의 화려한 학벌이 시의 해석에 방해가 된다는 그녀의 설명에 나는 절망했다.

그즈음 뒤적이던 책에서 ‘아말휘의 밤 노래’가 나를 건드렸다. 내 온 생애가 담긴 침묵을 어찌 그에게 보여주리.

 우리가 잠시 머물다 가는 지상에서 가까운 사이라도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 최근에 장편소설 『청동정원』을 펴내고 동생 영주와 그동안 못했던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소설 읽고 언니를 이해하게 되었어. 이제부턴 실속 좀 차리고 살아.” 내가 번역한 ‘아말휘의 밤 노래’를 좋아한다는 동생을 보며 나는 우리가 공유하는 무엇인가를 생각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문학이다. 1980년대에 묻혔던 개인의 절망을 납득 못하겠다는 독자들에게 나를 변명하지 않으련다. 저 하늘의 침묵만이 위안이 되리.

최영미 시인·소설가

[중앙일보] 입력 2014.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