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글로벌 경제현장] 어? 발품 파는게 더 싸네

해암도 2014. 1. 22. 06:45


   클릭하던 고객을 매장으로…
美 유통업체들 몸부림 "인터넷 최저가보다 더 싸게 드립니다"

- 쇼루밍族에 끌려다녔지만…
구경은 매장서 구매는 인터넷… 쇼루밍族에 유통업계 골머리
전자제품 유통업체 베스트바이, 株價 '3분의 1 토막' 나기도

- 쇼루밍族 끌어내기, 끌어안기
가격은 아마존 수준으로 내리고 직접 보고 당장 사는 장점 강조
인터넷보다 더 싼값으로 팔기도… 베스트바이 株 12달러→40달러


지난 15일 오후 미국 실리콘밸리 부근의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Best Buy) 매장. 아이패드와 갤럭시탭 등 태블릿 PC를 만지작거리자 파란색 베스트바이 티셔츠를 입은 여직원이 다가왔다. "판매 가격이 아마존 같은 온라인 쇼핑몰보다 비싼 것 아니냐"고 묻자 그는 "15일 내에 더 낮은 아마존 판매 가격을 제시하면 차액을 보상해준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아마존에 주문하면 배달받는 데 이틀 이상 걸릴 텐데 당장 구매하는 것이 당신에게 이득"이라면서 구매를 권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정작 주문은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 쇼루밍(showrooming·전시장만 구경) 현상이 확산되면서 고전하던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들이 가격 인하 등 각종 신무기로 '쇼루밍족(族) 끌어안기'에 나섰다.

유통업체들, 쇼루밍 고객 끌어안기

베스트바이, 월마트, 메이시스백화점 등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들은 매장에서 상품을 만져보고, 스마트폰으로 가격을 검색하는 쇼루밍족이 늘어나면서 그동안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의류·식품 등과 달리 규격 등이 표준화된 전자제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베스트바이는 '아마존의 쇼룸(전시장)'으로 불릴 정도였다. 미국 2위의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서킷 시티(Circuit City)'는 지난 2009년 파산했다.


	작년 11월 21일 밤 미국 가전제품 판매 유통업체 베스트바이에서 고객들이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이벤트 시각에 맞춰 엑스박스 원 비디오게임 콘솔을 사고 있다
작년 11월 21일 밤 미국 가전제품 판매 유통업체 베스트바이에서 고객들이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이벤트 시각에 맞춰 엑스박스 원 비디오게임 콘솔을 사고 있다. /블룸버그

베스트바이는 한때 제품의 고유 식별 부호인 바코드를 바꿔가며 쇼루밍족 차단에 나섰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쇼루밍 피해로 인해 2010년말 30달러를 넘던 주가는 2012년 10달러까지 떨어졌다.

지난 2012년 9월 취임한 허버트 졸리 CEO(최고경영자)가 변화를 만들어냈다. 그는 쇼루밍과의 전쟁을 선포했던 전임 CEO들과 달리 '쇼루밍을 사랑하자(Love showrooming)'는 구호를 내걸고 쇼루밍족에 대한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 있는 전자제품 유통점 베스트바이 매장에서 카메라를 사려는 고객이 매장 직원과 구매 상담을 하고 있다. 베스트바이는 전문적인 상담요원을 매장 직원으로 배치, 직접 와서 구매하는 고객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 있는 전자제품 유통점 베스트바이 매장에서 카메라를 사려는 고객이 매장 직원과 구매 상담을 하고 있다. 베스트바이는 전문적인 상담요원을 매장 직원으로 배치, 직접 와서 구매하는 고객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새너제이(산호세)=나지홍 기자

고객들을 매장에 오래 머무르게 해서 구매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새로운 전략이다. 그는 매장마다 제품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춘 '긱 스쿼드(Geek Squad·전문가 상담요원)' 직원들을 배치해 고객의 궁금증을 현장에서 명쾌하게 풀어주고 있다. 또 '오프라인 매장은 가격이 비싸다'는 고정관념을 불식하기 위해 고객이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더 싼 제품을 제시하면 가격을 그 수준에 맞춰주는 '가격 맞춤 약속(price-matching pledge)'이란 제도도 도입했다. 이 제도는 아마존이나 이베이처럼 검증된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서 제시한 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새 CEO가 주도한 변화는 주식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베스트바이 주가는 2012년 말 11.85달러에서 작년 말 39.88달러로 급등했다.

쇼루밍 역이용하는 전략도 나와


	베스트바이 분기별 매출액 그래프

베스트바이와 달리 의류나 식품, 중저가 생활용품 등 쇼루밍 피해가 덜한 품목을 취급하는 유통업체들은 쇼루밍족을 주요 고객으로 끌어안기 위해 매장 내 쇼핑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메이시스(Macy's)백화점은 소비자의 사용 후기가 중요한 화장품 매장 안에 뷰티스폿(Beauty Spot)이란 대형 키오스크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과 연결된 이 키오스크는 각종 제품 정보와 사용 후기, 온라인 정보 검색 등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또 매장에 재고가 없을 경우 바로 자사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하는 '검색 후 배송' 서비스도 제공한다.

최근엔 쇼루밍 현상을 거꾸로 이용하는 '역(逆)쇼루밍(reverse showroom ing)' 전략도 나오고 있다. 미국 최대 할인점인 월마트는 특정 품목을 선택해 아마존이나 이베이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일종의 '킬러 콘텐츠'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제품당 마진(이익률)은 떨어지지만 판매가 증가하면 이익도 따라 느는 '박리다매' 전략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쇼루밍족이 먼저 온라인에서 제품 가격을 검색한 후 월마트에 가서 더 싼 값에 구매하는 현상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 분석 업체인 ITG투자리서치의 유통담당 대표 존 탐린슨은 "고객들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지지 않으면 직원의 설명을 들어가며 제품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쇼루밍(showrooming)

상품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의 이모저모를 살피고서 실제 구매는 값이 싼 온라인에서 해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쇼핑몰을 위한 전시실(showroom)로 전락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 이런 고객을 쇼루밍족이라고 한다.                美 세너제이=나지홍 특파원 조선 : 2014.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