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음식이나 홍성 향토음식을 계승한 홍성만의 정체성을 간직한 식당과 음식을 찾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이 점은 전국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엄청나게 변한 대중의 입과 전통음식 맛이 맞아떨어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홍성 향토음식을 연구하는 분에게 물어봐도 시원한 홍성 음식을 소개받기 어려웠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숨은 진주처럼 기본 찬류의 수준이 뛰어난 작은 식당들이 많았다.
홍성의 대표 식재료는 아무래도 한우와 대하를 비롯한 해산물이다. 홍성의 한우 고깃집들은 숫자로 보나 수준으로 보나 한우의 본고장이라는 명성에 대체로 걸맞다. 그러나 해안가의 대하나 새조개 식당들은 좀 더 자신만의 개성과 맛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한 번 왔다가 가는 관광객이 고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지만 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만한 요소들을 찾아내고 적용하려는 노력은 잘 보이지 않았다. 고객은 감동을 준 식당은 꼭 재방문한다. 그것이 맛일 수도 있고 인심일수도 있다. 마침 내부 수리중이어서 취재하지 못한 장곡면의 <예당큰집>과 취재에 응하지 않은 갈산면의 <삼삼복집>도 홍성군에서는 꼭 한 번 둘러볼만한 식당이다.
40년 미꾸라지 어죽, 맛깔난 동치미와 김치는 덤
갈산면 <우정가든>
인터넷에 나온 주소를 차량 내비게이션에 입력하고 찾아간 곳은 가곡리 저수지 인근의 한적한 식당이었다. 그러나 그곳에는 점포 이전 안내문만 붙은 채 빈집인 채로 였다. 촌로들께 여쭤서 반시간 남짓 더듬거리며 찾아가니 오리탕 전문점이라는 간판이 붙어있다. 혹시 잘못 찾아갔나 싶었는데 바로 그 집이었다. 겉으로만 봐서는 어죽을 판매한다는 것을 전혀 눈치 챌 수가 없다. 그럼에도 아는 사람은 다 찾아와 어죽을 먹고 간다(가곡리 아닌 상촌리 주소 참고할 것).
- 우정가든의 미꾸라지 어죽
우선 살아있는 미꾸라지를 푹 삶는다. 끓는 물속에서 몸부림치는 미꾸라지 소리가 주방 밖에까지 들린다. 소신공양 하는 미꾸라지 앞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스친다. 살이 흐물흐물해질 정도로 삶으면 건져서 으깨어 뼈를 발라낸다. 따로 모은 미꾸라지 살에 물을 부은 뒤 어느 정도 끓이다가 밥을 넣고 함께 끓인다. 한소끔 끓어오르면 소면을 반으로 잘라 넣고 잘 저어준다. 건더기로 흔히 사용하는 시래기나 우거지를 넣지 않는 것도 특이하다. 우거지 대신 부추와 냉이, 애호박과 깻잎을 채 썰어 푸짐하게 넣는다.
다 끓으면 뚝배기에 떠서 내온다. 기호에 따라 들깨 가루를 뿌려서 먹는다. 민물고기를 전혀 먹지 않는 사람도 아무 저항감 없이 먹을 수 있을 만큼 비린내나 흙내가 전혀 나지 않는다. 식재료 대부분은 식당 주변인 갈산면 농가에서 그때그때 구입한 것이어서 로컬푸드인 셈이다. 이 집 어죽은 말 그대로 보양용으로는 최고의 음식이다.
어죽도 어죽이지만 이 집 김치들이 모두 뛰어나다. 김치, 무김치, 파김치, 동치미, 오이지가 수준급이다. 무슨 특별한 재료를 넣거나 별다른 조리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특히 동치미가 아주 맛있다. 동치미에 이런저런 군더더기 맛은 없고 오직 동치미 맛뿐이다. 이 동치미에 냉면이나 국수 사리를 말아먹었으면 하는 욕심이 자연스레 난다. 이 집 김치류에서는 전혀 식당 반찬 느낌이 나질 않는다. 어죽을 반찬 삼고 동치미와 김치를 밥 삼아 먹었다.
이런 음식이 6000원이면 너무 저렴한 것이 아니냐는 물음에 주인장 조씨는 “큰돈 벌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고 한다. 첫눈에도 사람 좋아 보이는 그녀는 아직 새 점포 보증금도 못 갚았지만 돈에 대한 욕심은 버렸다고. 자신이 식당을 운영하는 한, 지금의 가격을 올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웃는다. 조씨는 김용택 시인을 좋아하는 문학 지망생이기도 하다. 밥상엔 어죽 맛과 동치미 맛에 그녀의 문향까지 훈훈하다.
한우 불고기와 시래기 밥, 건강과 맛 으뜸
홍성읍 <일미옥불고기>
30년간 한식당 조리실에서 생활한 주방장의 내공이 오롯이 들어간 메뉴가 바로 한우옛날불고기(150g 1만원)다. 1+등급 한우의 목심을 즉석에서 양념 해 고기 색깔이 선명하다. 이 집 불고기는 말 그대로 불에 구운 고기라는 의미의 불고기 캐릭터를 지녔다.
- 일미옥 불고기의 한우 불고기와 시래기 밥
불고기와 함께 나오는 상차림이 무척 푸짐하다. 단호박 튀김과 부추전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얼핏 세미 한정식 상차림 같다. 튀김은 고구마 등으로 수시 교체하며 전도 계절에 따라 채소와 해초류 등 재료를 바꿔 부친다. 여기에 잡채, 오징어와 미나리로 만든 초무침, 양상추, 토마토, 양파, 적겨자, 아몬드 등 견과류로 만든 샐러드가 있다. 죽순나물, 게장, 피클, 김치의 찬류도 함께 낸다. 다 익은 고기는 불고기용 육장에 찍어먹는다. 고기를 먹으면서 간간이 떠먹을 수 있도록 여름철엔 아욱국, 겨울철엔 미역국을 낸다. 미역국을 끓일 때 담근 지 4년 이상 묵은 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불고기와 함께 한 끼 식사로 먹기 좋은 메뉴가 한우시래기국밥과 시래기 정식이다. 한우시래기국밥(7000원)은 한우 잡뼈와 사골로 낸 육수에 시래기와 약간의 배추 우거지를 넣어 끓인 국밥이다. 밥을 말아 먹으면 고소한 소고기 국물 맛이 진하다. 소고기 편육도 몇 점 들어있다. 양념장을 넣어 먹는데 얼큰하게 먹으려면 청양고추를 넣는다. 배추김치, 파김치, 깍두기, 부추 겉절이가 반찬으로 나온다. 시래기 정식(7000원)은 시래기와 함께 방앗간에서 갓 도정한 쌀을 압력밥솥에 앉혀 밥을 짓는다. 그래서 최소한 2인분 이상 주문해야 밥을 지을 수 있다. 반찬으로 각종 제철 나물과 장아찌가 나온다. 채식을 즐기고 건강을 추구하는 사람에겐 더 없이 행복한 밥상이다.
압력밥솥에서 밥을 푸면 구수한 시래기 냄새가 위장과 옛 추억을 자극한다. 마치 스님들의 발우를 닮은 커다란 밥그릇에 먹음직스럽게 시래기 밥을 담는다. 시래기 정식은 기본적으로 비빔밥이다. 양념 된장과 양념 간장을 기호에 따라 넣고 비벼먹는다. 이 양념장은 고기 육수와 청국장 등을 첨가한 것이어서 비벼먹을 때 한결 밥맛이 좋다.
주인장 임혜영 씨에 따르면 간장 3.5스푼과 된장 2.5스푼을 넣고 각종 나물과 장아찌를 적당량 넣은 뒤 비비는 것이 제일 맛있다고 한다. 곤드레 나물, 무생채, 죽순나물, 마늘장아찌, 깻잎장아찌, 고추장아찌, 파래김, 부추겉절이, 배추김치가 반찬으로 나온다. 여기에 미역국과 전을 곁들인다. 이 집에서 시래기정식과 한우시래기국밥에 들어가는 시래기는 강원도 정선산이다. 정선의 시래기는 청정 고랭지에서 무농약으로 재배했다고 한다. 부드럽고 연해 먹기 편하고 속에서 부담스럽지 않다. 홍성 한우에 시래기도 홍성 것이었다면 잘 어울렸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가을추수 뒤에 먹었던 참게 맛, 그 느낌 팍 나네!
금마면 <빼뽀참게탕>
추수를 끝낸 논바닥에 기어가는 참게. 그 살진 참게는 추수를 끝낸 농부의 저녁상에 구수한 매운탕으로 올라갔다. 추수하느라 고생한 농부의 원기를 회복시켜주는 고마운 음식이었다. <빼뽀참게탕>은 금마면 홍양저수지(빼뽀저수지) 호숫가에 자리 잡았다. 작은 신작로 옆 숲 속에 위치해 처음 가는 사람은 옆에 두고 지나치기 쉽다. 이 집은 홍성뿐 아니라 전국 참게탕 마니아에겐 고향집 같다. 식당이 아무리 깊숙이 숨어있어도 대부분의 고객이 단골들이어서 잘 찾아간다. 주인장 임경순(60) 씨가 16년째 참게탕과 참게장을 만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