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WP)가 5일 보도한 언어 천재 카페트 청소부, 본 스미스. WP는 헤드라인의 '언어(languages)'를 그가 구사하는 여러 언어로 다양하게 GIF(움짤) 처리했다. 캡처된 이미지는 중국어. [the Washington Post]
외국어,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한국인만 이 질문을 마음에 품고 살진 않는 모양이다. 워싱턴포스트(WP)의 제시카 콘트레라 기자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에 거주하는 본 스미스(46)를 찾아가 던진 질문이기도 하다. 스미스의 직업은 평범한 청소노동자다. 카펫 얼룩 제거가 전문이다. 그런데 왜? 스미스가 무려 37개의 외국어를 구사해서다.
이중 스페인어를 포함한 10개의 외국어는 모국어 수준으로 구사하고, 14개의 외국어는 유창하지는 않으나 긴 대화를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 밖에도 사라져가는 소수민족 언어를 찾아서 공부하는 게 이 남자의 취미다. 초급 수준까지 포함하면 구사하는 외국어 총 숫자가 37개에 달한다.
WP는 “스미스의 네덜란드어와 스페인어를 들은 원어민들은 ‘아 우리 고향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다가 깜짝 놀란다”고 전했다. 콘트레라 기자는 “스미스 이야기를 듣고 인터뷰를 하기 전까지 솔직히 ‘폴리글롯(polyglotㆍ다국어 구사자)’이라는 단어가 있는 줄도 잘 몰랐다”며 “스미스는 단순한 폴리글롯이 아니라 ‘하이퍼(hyper, 엄청난) 폴리글롯’이다”라고 말했다.
언어 천재의 어린 시절. 스페인어밖에 구사하지 못했던 엄마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the Washington Post 캡처]
스미스가 콘트레라 기자를 맞이한 곳은 그의 단골 가족의 거실이었다고 한다. 이 가족의 반려견이 실례한 카펫를 공을 들여 세탁하는 그가, 아이슬란드어부터 멕시코의 소수민족 나우할어까지 구사한다는 주장이 사실인지 우선 확인 절차에 들어갔다.
WP는 우선 10개 국어 이상을 유창하게 구사해야 가입이 가능한 ‘세계 다국어 구사자 협회’의 도움을 빌려 검증을 했다. 이 협회 회장은 영상으로 스미스와 대화를 나누며 독일어부터 네덜란드어까지 자유자재로 넘나들었다. 발음도 원어민에 가깝다.
스미스의 비결은 뭘까. 그는 해외 거주 이력이 없다. 일명 ‘미국 토종’인 셈. 언어 습득을 위한 재능도 타고났지만, 그의 성장 환경도 한몫을 했다. 그의 어머니는 스페인어 구사자로 미국에 이민을 온 거의 직후 이혼을 했다고 한다. 이후 혼자 스미스를 길렀는데, 집에서는 자연스레 스페인어로 대화를 했다. 가장 가까운 존재인 가족과는 스페인어로, 집 밖에서는 영어로 대화를 하면서 스미스는 외국어에 눈을 뜬 셈이다.
외국어 습득에 재능도 있어서 여러 언어를 찾아 배우며 즐거움을 느꼈다고 한다. 일상을 항상 외국어와 연결했는데, 아시안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의 청소를 맡으면서는 일본어를 익히고, 커피숍에서 네덜란드계 직원에게도 해당 언어를 배우는 셈이었다.
그의 외국어 구사 재능은 뇌 스캔에서도 증명됐다. WP의 주선으로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언어 습득 전문가의 연구실을 찾은 스미스는 뇌 스캔을 했고, 언어 능력을 담당하는 뇌 부분의 움직임이 특히 활동적이라는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MIT에서 뇌 검사를 받는 스미스. [the Washington Post 캡처]
핵심적인 질문. 37개의 외국어를 하는 그는 왜 생계를 청소노동자로 잇는 걸까. 스미스의 답은 이랬다.
“나에게 언어 구사력은 행복의 원천입니다. 다른 문화와 다른 사람들과 직접 소통을 할 수 있는 소중한 힘을 길러주는 거죠. 관련해서 주변 권유로 유튜브도 시작해보고 했지만, 우울증이 오더군요. 결국 그냥 취미로 두기로 했어요. 저는 그냥, 제 일을 성실히 하면서 외국어를 배우는 게 행복합니다.”
그의 새로운 목표는 330일 안에 영국 웨일즈어 마스터라고 한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중앙일보 입력 2022.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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