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전쟁 권위자 로런스 프리드먼 교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한 달을 넘어섰다. 뜻밖이다. 우크라이나가 잘 버티고 있다. 러시아는 고전하고 있다. 양쪽의 평화협상도 진행 중이다. 타결되는 듯했으나 원점으로 돌아가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결국 장기전으로 가는 것일까? 최후의 승자는 어느 쪽일까? 전쟁 이후 세계는 어떻게 될까? 요즘 비즈니스 리더와 투자자 등이 가장 궁금해하는 대목이다. 경제 전문가나 투자 고수 등이 속 시원하게 대답하기 어려운 물음이다. 전쟁은 팬데믹처럼 경제 외적인 변수(exogenous variable)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전쟁·전략 전문가인 로런스 프리드먼 영국 런던대 킹스칼리지 석좌 교수를 줌(Zoom)으로 인터뷰한 이유다. 프리드먼 교수는 『전쟁의 미래』와 『전략의 역사 1, 2』 등을 썼다.
1차대전식 소모전은 양측에 부담
푸틴이 유야무야 끝낼 가능성 커
시간 끌수록 러시아 약점만 노출전쟁 지지한 세력도 큰 상처받아
북한은 세계서 가장 퇴행적인 곳제재와 당근, 장기적인 전략 필요
러시아군 사기·보급 모두 추락
로런스 프리드먼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은 어떤 상태인가.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그의 장군들이 처음 세운 작전계획대로 되고 있지 않은 듯한데?
“작전계획에 전혀 근접하지 못하고 있다. 푸틴과 그의 장군들은 공격 개시 2~3일 안에 수도인 키이우와 북동부 중심지인 하르키우 등 주요 지역을 점령하려고 했다. 하지만 실패했다. 러시아군의 보급과 사기, 무기 상황 등 모든 게 문제투성이다.”
최후의 승자는 어느 쪽일까.
“우크라이나 사태는 군사작전으로나 외교 담판으로 끝날 수 있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푸틴이 선뜻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 결국 푸틴은 제3의 길을 선택할 전망이다. 바로 시간을 끌어 사태가 유야무야되도록 할 가능성이 있다.”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고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장기전이 될 수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유야무야가 장기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현재 우크라이나 시민과 군은 사기가 높다. 반면 러시아의 경제력과 군사력은 수적으로 우세하다. 우크라이나 주요 거점을 놓고 치열하게 전투가 이어지고 있는 사이 평화협상 등 외교적 움직임도 보인다. 내가 보기에 우크라이나 사태가 1차대전 참호전처럼 교착상태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모두 경제적으로 힘들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오랜 기간 버티기는 정말 어려울 것이다.”1차대전은 1914년 7월에 시작됐다. 전쟁 첫해 독일군이 기세 좋게 프랑스 파리 근처까지 진격했다. 하지만 참호를 파고 공방만을 이어가는 교착상태가 1917년까지 이어졌다. 1차대전은 소모전의 대명사다. 병사 900만 명 이상이 숨졌다.
미국의 러시아 제재는 올바른 방향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고전하고 있다. 사진은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도시 트로스얀네츠에서 러시아군을 몰아낸 뒤 28일 시내로 진입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중국이 이번 전쟁 주목하는 이유
러시아 국민, 푸틴에 등돌릴 수도
프리드먼 교수는 “미국과 유럽이 경제제재를 이어가면 우크라이나와 전쟁에서 자존심이 상한 러시아인들이 푸틴에게 등을 돌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제재가 너무 가혹하면 러시아 국민이 푸틴을 중심으로 뭉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어느 정도 고통을 줘야 러시아 국민이 푸틴한테서 멀어질지는 과학이 아니라 예술의 영역”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험했다. 전략 전문가로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면.
“아주 고립적이고 퇴행적인 곳이 북한이다. 당장 북한 내부에서 중대한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 한국과 미국이 북한을 변화시킬 카드가 거의 없다. 차라리 장기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 북한이 핵을 가졌다는 사실을 한국과 미국이 현실로 받아들이면서 당근을 제시하는 전략만이 남아 있는 듯하다.”
로런스 프리드먼 교수
전쟁과 군사전략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영국 맨체스터대와 옥스퍼드대에서 공부했다. 국제전략연구소(IISS)와 왕립국제문제연구소(RIIA)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현재는 런던대 킹스칼리지 전쟁센터 석좌교수다. 그는 2009년 이라크 전쟁의 공식 조사단으로 활동했다. 지은 책으로는 국내에 번역·소개된 『전쟁의 미래』와 『전략의 역사 1·2』 외에도 『전쟁 억지력』 『걸프전』 『전략 연구의 변화』 『냉전』 등이 있다. 프리드먼 교수는 『적들의 선택: 미국이 직면한 중동 세계』로 2009년 뛰어난 논픽션 작품에 주는 라이오넬 겔버상을 받았다. 『전략의 역사』는 2013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선정한 ‘올해의 책’에 올랐다.
강남규 S팀 기자 중앙일보 입력 2022.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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