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양초 한 자루 태우는 것"
아주 오래전에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을 인터뷰하러 간 일이 있습니다. 세계 최대 커피 생산지인 나라답게 어딜 가나 향이 끝내주는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워싱턴 근무 중이어서 커피란 '테이크아웃', 그러니까 종이컵에 들고 다니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브라질에 가니 종이컵을 안주더라고요(요즘은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그제서야 저는 '앉아서 커피 한잔 마실 시간도 없을 만큼 바쁜가'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봤습니다. 그렇진 않죠. 바쁘다고 생각하는 것도 습관이었던 겁니다.
룰라 대통령을 인터뷰하던 날, 대통령 궁에 갔는데 아침에 하기로 해놓고 하루 종일 기다리게 하더군요. 제가 마감시간 때문에 안달복달하니까, 비서실 직원이 "누구에게나 인생이란 자신에게 주어진 양초 한 자루를 태우는 거야. 급하다고 위아래에 불붙일 수 없잖아"라고 했습니다.
미술치료사 정은혜의 책 '행복하기를 두려워 말아요'를 보니, 어른들은 미술 재료 나눠주고 '그냥 노세요'라고 하면 뭘 하라는 건지 몰라 쩔쩔맨답니다. 아이들은 크레용만 쥐여줘도 벽에 마구 그림을 그리면서 무아지경에 빠지는데 어른들은 그렇게 못한다는 거지요.
작가는 말합니다. "놀이의 가장 큰 특성은, 결과와 상관이 없고, 하다 보면 빠져들어 멈추기 싫어진다는 점"이라고요. 결과만 생각하면 과정의 즐거움은 없다는 거지요. "쓸데없고, 이유 없고, 소용도 없고, 결과가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창작이라는 활동을 하는 이유는 그렇게 할 때만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것들이 있기 때문"이랍니다.
<오늘이 브라질 독립기념일이라기에 예전에 브라질 갔던 생각이 나서 몇년 전에 썼던 글을 좀 고쳐서 올려드렸습니다. 오늘도 건강한 하루 보내십시오.>
강인선 부국장 조선일보 입력 2021.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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