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생각
기도란 무엇일까요.
마음을 던지는 일입니다.
하늘을 향해 내 마음을 던지는 일입니다.
그 마음이 하늘에 가 닿기를 바라는 일입니다.
그래서 하늘이 움직이기를 고대하는 일입니다.
사람들은 던집니다.
나의 바람,
나의 욕망,
나의 집착,
나의 가짐을
신의 이름을 빌어 하늘에 던집니다.
그렇게 기도를 합니다.
얼마 전 선종하신 정진석 추기경께 물은 적이 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습니다.
“추기경님, 기도가 무엇입니까?”
정 추기경께서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하느님과의 대화입니다.”
다시 물었습니다.
“진정한 기도란 무엇입니까?”
정 추기경님의 답은 이랬습니다.
“사람들은 기도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간절히 구합니다. 그게 이루어지면 ‘하느님이 계시다’고 합니다. 이루어지지 않으면 ‘하느님이 안 계신다’고 합니다. 그런데 기도는 ‘내가 원하는 것’을 구하는 게 아닙니다. ‘하느님이 원하시는 것’을 구하는 겁니다. 지금 하느님께서 내게 뭘 원하시나, 그걸 구해야 합니다. 그럴 때 하느님도 기도를 들어주십니다.”
우리의 기도를 찬찬히 짚어보면 그렇습니다.
내가 원하는 걸, 하느님이 해주길 바랍니다.
거기서는 내가 주인이고, 하느님이 종입니다.
추기경님은 기도를 거꾸로 하라고 했습니다.
하느님이 원하는 걸, 내가 하라고 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걸 통해
닮아가기 때문입니다.
내가 하느님을 닮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하나가 되어가기 때문입니다.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2021, 0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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