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뇌' 감시하는 중국

해암도 2018. 5. 1. 07:04

노동자·군인 등 감정상태 파악… "국가가 정신통제" 우려 목소리

통신 장비 제조사인 중국 항저우중헝(杭州中恒)전기의 노동자들은 작은 무선 센서가 달린 모자를 쓰고 일한다. 이 센서는 뇌파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인공지능(AI) 컴퓨터로 전송한다. 뇌파를 분석해 걱정·불안·분노 같은 감정 변화를 읽어 공정 속도를 조절하고 휴식 시간의 빈도와 길이를 조절하는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0일 항저우중헝의 사례처럼 실시간 뇌파 측정을 통한 뇌 감시가 중국의 산업 현장에 전면적으로 적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뇌 감시 시스템은 공장뿐 아니라 고속철 기관사에게도 적용되고 있다. 베이징~상하이 구간을 운행하는 고속철 기관사들이 쓰는 모자에는 상하이의 한 벤처 기업이 개발한 뇌 감시 장치가 장착돼 있다. 이 센서는 기관사들의 피로와 집중력 저하 등을 90% 이상의 정확도로 측정할 수 있다고 SCMP는 전했다. 특히 기관사가 졸면 센서가 이를 감지, 바로 알람을 울리게 한다.

상하이의 창하이병원은 푸단(復旦)대학과 공동으로 환자의 감정을 모니터해 폭력 사고를 예방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중국 군대에서도 뇌 감시 시스템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적인 사항은 비밀에 부쳐지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중국 정부가 발주한 뇌 감시 프로젝트를 맡은 닝보(寧波)대학의 진지아 교수는 "중요한 업무를 맡은 직원이 격한 감정 변화를 일으킨다면 전체 생산 라인에 큰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며 "이 경우 관리자가 그 직원에게 하루 휴가를 주거나 다른 임무를 맡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같 은 시스템을 도입한 저장전력 측은 "뇌 감시 시스템을 적용한 2014년 이후 이 회사의 순익은 20억위안(약 3400억원)쯤 늘었다"고 말한다.

베이징사범대학의 챠오지엔 교수는 "뇌 감시 기술은 노동자의 감정을 통제하고 사생활을 침해하는 '감정 경찰'로 변질할 우려가 있다"며 "뇌 감시 시스템은 사생활 침해를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선일보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입력 : 2018.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