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플라스틱 쓰레기, 아예 원료 상태로 되돌리는 기술 나왔다

해암도 2018. 4. 18. 07:04

플라스틱 완전 재활용 길 열렸다 

英서 페트 미생물 분해기술 개발… 수년내 상용화… 석유 수요 줄 듯

전 세계가 플라스틱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영국 과학자들이 미생물로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희소식이 나왔다. 플라스틱을 잘게 부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원료 상태로 되돌리는 방법이어서 플라스틱의 완전한 재활용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국 포츠머스대의 존 맥기헌 교수 연구진은 17일 국제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미생물에서 분리한 페트(PET) 분해 효소의 구조를 밝혀냈으며, 이를 기반으로 페트 분해 능력을 20% 이상 증가시킨 새로운 효소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 주민들이 내놓은 페트병이 쌓여 있는 모습.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 주민들이 내놓은 페트병이 쌓여 있는 모습. 페트병은 재활용률이 14%에 그치고, 자연 분해도 오래 걸린다. /연합뉴스
음료수병에 많이 쓰이는 페트는 석유 화합물을 원료로 만드는 플라스틱의 일종이다. 전 세계에서 1분에 100만개의 페트병이 팔리고 있지만 재활용률은 14%에 그치고 있다. 자연 상태에서 페트병이 분해되는 데 수백 년이 걸린다.

이번에 개발한 효소는 비록 1L로 하루에 페트병 수㎎을 분해하는 데 그쳤지만 향후 연구가 지속되면 수년 내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페트병을 분해해 나온 원료는 다시 플라스틱 제조에 쓸 수 있어 그만큼 석유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2016년 일본 과학자들은 재활용 공장에 사는 미생물에서 처음으로 페트 분해 효소를 찾았다. 이번에 영국 연구진은 X선 분석을 통해 페트 분해 효소가 원래 미생물이 식물을 분해할 때 쓰는 효소와 흡사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X선 분석 결과를 토대로 효소가 페트와 더 잘 결합하도록 변형해 페트 분해 속도를 20%가량 높였다.

맥기헌 교수는 "상용화를 위해선 지금보다 분해 속도가 100배는 더 빨라져야 한다"며 "온도가 높으면 분해가 더 잘되므로 온천에 사는 미생물에서 페트 분해 효소를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입력 : 2018.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