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유전자 가위로 다 자란 동물의 불량 염기 교체

해암도 2018. 4. 28. 08:41

난치병 치료길 열려

국내 연구진이 다 자란 동물에서 유전 질환을 일으키는 '불량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질병의 근본 원인인 유전자를 새로 교체하기 때문에 영구적으로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평가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 연구단장(서울대 화학부 교수)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러지' 28일자에 발표한 논문에서 "성체 생쥐의 근육세포 DNA에서 유전병인 근위축증(근육이 굳어지는 희귀 질환)을 야기하는 염기 한 개를 다른 염기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염기는 DNA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로 아데닌(A)·구아닌(G)·시토신(C)·티민(T) 네 가지가 있다. 세포는 염기의 조합에 따라 생명체의 모든 활동을 결정하는 단백질을 만든다. 그동안 동물 배아(수정란)나 사람 세포에서 염기를 바꾼 적은 있지만 다 자란 동물에서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생쥐가 가진 28억개의 염기쌍에서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아데닌(A) 염기 한 개를 정상인 구아닌(G) 염기로 정확히 바꿨다. 유전자 가위는 특정 유전자 부위를 잘라내는 효소 단백질이다. 근위축증에 걸리면 근육 세포를 보호하는 효소가 몸에서 나오지 않는데, 정상 염기로 교정했더니 쥐 몸에서 이 효소가 만들어진 것을 확인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김 단장은 "파킨슨병·간질 등 염기 하나가 뒤바뀌며 질병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3만가지가 넘는다"며 "기존 배아 단계에서의 염기 교정 기술은 태어날 자녀의 유전병 대물림만 막을 수 있지만 이번 연구로 이미 유전병에 걸린 사람의 치료 가능성도 생겼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최인준 기자 입력 : 2018.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