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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졸업장-학비 없는 ‘3無 대학’… 취업률 100% 깜짝성과

해암도 2017. 8. 10. 06:11

개교 4년만에 돌풍 ‘파리 에콜42’

에콜42에 입학하기 위해 지원한 수험생들이 7일 학교 1층 컴퓨터실에서 시험을 치르고 있다. 이들은 한 달 동안 주어진 프로젝트를 해결하는 능력을 평가받는다. 900명을 선발하는데 3만3000명이 지원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이달 7일 프랑스 파리 17구에 위치한 에콜42 캠퍼스. 바캉스로 한적한 파리 외곽 분위기와 달리 컴퓨터 300대가 놓인 큰 교실은 젊은 학생들의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이들은 정보기술(IT) 전문학교인 에콜42에 입학하기 위해 2차 시험을 치르고 있는 수험생들이다. 지원자 3만3000명 중 1차 시험을 통과한 3000명은 1000명씩 세 그룹으로 나뉘어 7월부터 9월까지 한 달간 시험을 치른다. 그룹당 300명씩 총 900명이 11월에 신입생으로 입학할 예정이다. 

2013년 프랑스 통신사 프리의 그자비에 니엘 회장이 세운 에콜42는 4년이 지난 지금 프랑스는 물론이고 유럽에서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분교를 냈다. 프랑스 경영 분야 최고 그랑제콜인 고등상업학교(HEC)와 파트너십도 맺었다. 

에콜42는 개교 당시에는 졸업장, 교수, 학비가 없는 특이한 시스템으로 유명해졌지만 이제는 ‘100% 취업 신화’로 명성을 쌓고 있다. 모든 커리큘럼을 마친 졸업생뿐만 아니라 중간에 학교를 그만둔 700여 명도 100% 취업에 성공했다. 이 학교 학생들은 졸업장 획득이 아닌 취직을 목표로 하고 있어 원하는 기업에 취직하면 언제든 그만둔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에도 대거 취직했고 50여 명은 창업했다. 학생의 30%는 외국인이다. 

지난해 11월 입학한 아가트 미샬스키 씨(26·여)는 유명 아트스쿨에서 예술 역사를 전공해 학위도 받았지만 직업을 구하지 못해 에콜42에 다시 들어왔다. 미샬스키 씨는 “컴퓨터 코딩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입학해 매일 14시간 동안 녹초가 되도록 공부하고 있다. 인공지능 일을 하고 싶은데 조금씩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 학교의 교수법은 남다르다. 학생들은 보통 3년이 걸리는 졸업 전까지 21단계의 레벨을 이수하게 되는데 모두가 프로젝트 형태로 되어 있다. 별도의 수업도 없고 가르쳐줄 교수도 없다. 동료들과 함께 스스로의 힘으로 프로젝트를 완수하면 레벨이 올라간다. 학생들은 24시간 언제든지 원할 때 와서 공부할 수 있다. 기자가 학교를 방문한 오후 4시경, 컴퓨터실 옆 작은 공간에는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 잠을 자고 있는 학생도 꽤 있었다.  


에콜42 친구들과 함께 2015년 인공지능 회사를 창업한 피에르 에두아르 씨는 “에콜42가 내 인생을 바꿨다”고 했다. 그는 “이공계 명문대학인 파리6대학을 5년 동안 다녔다. 수학에서 컴퓨터공학으로 전공도 바꿔봤지만 이론 수업만으로는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없었다. (에콜42에서) 친구들과 프로젝트를 해결해 나가면서 진짜 공부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나와 함께 학교에 다닌 친구 중 취업하지 못한 사례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학교가 말하는 100% 취업 비결은 기업이 원하는 커리큘럼이다. 교수는 없지만 교수법연구팀 5명은 끊임없이 기업들과 만나 그들의 요구를 반영해 커리큘럼을 업그레이드한다. 올리비에 크루제 교수법연구팀장은 “노동 시장이 어떤 인력을 원하는지를 끊임없이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인턴 경험을 해야 하는데 인턴이 끝나면 기업들로부터 기술 습득 능력, 팀워크, 창의성, 비전 등 항목별로 피드백을 받는다. 학생의 부족한 점, 커리큘럼의 부족한 점을 파악해 집중적으로 보완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들이 40년 동안 계속 직업을 갖게 하는 게 목표”라며 “어차피 10년 후면 기술이 바뀌기 때문에 단편적인 정보기술만 가르치지 않고 어떤 기술이 개발되어도 적응할 수 있도록 문제 해결 능력, 마케팅, 네트워킹, 창업 등을 다각도로 가르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졸업장이 중요한 시대는 지났다”고 단언했다. “많은 기업이 우리 학생을 데려가려고 줄을 섰다”고 힘주어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입력 2017-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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