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률 서강대 MOT대학원 교수](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703/29/2017032900082_0.jpg)
대학원 석사과정에 다니는 제자가 주례를 부탁해 왔다. 한 가지 어려운(?) 조건을 내걸었고 실랑이 끝에 그가 받아들여 수락했다. 조건은 사실 별것 아니다. 사례는 사과 한 박스, 그것도 반드시 할인점 사과라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어떤 경우도 이 원칙을 지키고 있다. 연전에 부탁해 온 제자의 아버지는 거대 기업의 대표였다. 식장도 호화스러웠고 하객이 너무 많아 기가 질리는 엄청난 결혼식, 하지만 사례는 역시 사과 한 박스였다. 내 고집이 이긴 결과다.
대학에 있다 보니 제자들로부터 적잖이 주례 부탁을 받는다. 그러나 일 년에 딱 한 번 수락한다. 아무리 간절히 부탁해 와도 이 원칙을 지키고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채워 일년에 한 번 하는 것만이 나의 간곡한 정성을 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나에게 주례를 부탁하기 위해 결혼을 미루는 제자도 종종 나타난다.
주례사도 아주 간단하다. 널리 알려진 안데르센의 동화 '썩은 사과'를 들려주는 것으로 끝난다. 가난한 노부부가 살림을 좀 낫게 해보려고 기르던 말을 팔기로 한다. 할아버지는 말을 팔러 장으로 가다가 소와 바꾸고, 다시 양으로, 거위로, 암탉으로, 마지막으로 썩은 사과와 바꾼다는 얘기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거래 얘기를 들으면서 좋다고 칭찬한다. 틀림없이 할머니에게 쫓겨날 것이라며 내기를 건 부자에게 이겨 금화 한 자루를 덤으로 얻는다.
대학에 있다 보니 제자들로부터 적잖이 주례 부탁을 받는다. 그러나 일 년에 딱 한 번 수락한다. 아무리 간절히 부탁해 와도 이 원칙을 지키고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채워 일년에 한 번 하는 것만이 나의 간곡한 정성을 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나에게 주례를 부탁하기 위해 결혼을 미루는 제자도 종종 나타난다.
주례사도 아주 간단하다. 널리 알려진 안데르센의 동화 '썩은 사과'를 들려주는 것으로 끝난다. 가난한 노부부가 살림을 좀 낫게 해보려고 기르던 말을 팔기로 한다. 할아버지는 말을 팔러 장으로 가다가 소와 바꾸고, 다시 양으로, 거위로, 암탉으로, 마지막으로 썩은 사과와 바꾼다는 얘기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거래 얘기를 들으면서 좋다고 칭찬한다. 틀림없이 할머니에게 쫓겨날 것이라며 내기를 건 부자에게 이겨 금화 한 자루를 덤으로 얻는다.
![[일사일언] '썩은 사과' 주례사](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703/29/2017032900082_1.jpg)
부부간의 신뢰를 강조한 우화다. 주례사는 이 짧은 동화가 전부다. "썩은 사과" 네 글자를 냉장고에 커다랗게 붙여놓고 갈등이 생길 때마다 읽어보라고 당부하는 것이다. 동화이지만 외려 어른들이 읽어야 하는 깊은 아
포리즘이 녹아 있다.
어린 시절,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어머니를 보챘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딱 한마디, "크면 알게 된다"였다. 맞는 말씀이다.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 나는 비로소 어머니의 깊은 뜻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동화책을 소리 내 읽던 그때가 문득 생각난다. 라일락 향기에 정신이 아찔하던 내 유년 시절의 봄날이었다.
조선일보 김동률 서강대 MOT대학원 교수 입력 : 2017.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