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컴퓨터

5년 내 '테라 메모리' 시대 열린다

해암도 2013. 8. 7. 06:25

 

삼성전자, 3차원 낸드플래시 양산 의미와 전망

A백화점 마케팅 담당인 김철수 과장은 경쟁사의 백화점을 둘러본 뒤 안경테에 들어 있는 1테라바이트(TB) 용량의 메모리카드를 꺼냈다. 손톱만 한 칩에 100시간 이상의 고화질 동영상을 담을 수 있어 경쟁사 상황 분석에 매우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삼성전자가 6일 세계 최초로 선보인 3차원 수직구조 낸드플래시(3D V낸드)가 불러올 미래상이다. 삼성전자 최정혁 전무는 “지금은 128기가비트(Gb)를 양산하는 수준이지만 5년 정도 지나면 1테라비트(Tb, 1Tb는 1000Gb)급 메모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트북에 수퍼 컴퓨터와 맞먹는 메모리 저장장치를 달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노트북 크기 수퍼 컴퓨터 가능해져


 반도체업계에서 3차원 수직구조를 통해 셀 간 간섭 현상을 없애려는 시도는 10여 년 전부터 계속돼왔다. 미세공정에서 10나노미터(nm)의 벽을 넘어서 메모리 용량을 올리기 위해선 3차원 적층구조 이외에는 별다른 해법이 없기 때문이다. 세계 1위의 반도체 기업인 인텔의 경우 2년 전 3차원(3D) 트랜지스터 ‘트라이게이트’를 개발해 중앙처리장치(CPU)인 아톰 프로세서에 적용했다.

 

평면형 트랜지스터보다 간섭 현상이 줄어 저전압에서 37% 정도 성능이 향상됐다. 하지만 데이터 저장공간(셀) 자체를 수직으로 쌓아 올려 용량을 늘린 것은 삼성이 처음이다. 가천대 전자공학과 박방주 교수는 “평면상에서 셀 간 간격을 줄이는 미세공정 기술은 물리적으로 한계에 도달한 것이 사실”이라며 “삼성의 이번 성과는 노트북PC는 물론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스마트 기기의 구조와 용도에 일대 혁신을 불러올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체 구조의 반도체는 삼성전자가 지난 10년간 연구해 온 결과물이다. 메모리반도체는 1971년 개발된 ‘플로팅 게이트(Floating Gate)’ 구조에 기초해 만들었다. 실리콘 표면에 나무처럼 서 있는 플로팅 게이트에 전자를 저장하는 방식이다. 이 구조에 기초해 미세공정화가 진행되면서 삼성은 10나노급으로 발전시켰다.

 

2006년 자체 기술로 개발한 ‘차지트랩플래시(CTF)’ 방식이 3D 반도체로 이어졌다. CTF는 전자를 실리콘 표면에 부착한 도넛 모양의 부도체 물질에 저장하는 방식이다. 최 전무는 “플로팅 게이트 대신 CTF를 입체기술로 발전시키면서 24층까지 쌓아 올린 3차원 원통형 CTF 셀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3차원 원통형 CTF 셀은 전하를 안정적인 부도체에 저장해 위아래 셀 간 간섭 현상을 줄여준다. 기존의 20나노급 낸드플래시에 비해 집적도가 2배 이상 높아 생산성이 대폭 향상됐다는 설명이다.


쟁사와 기술 격차 1~2년 벌려

 삼성의 3차원 원통형 CTF는 실리콘에 미세한 구멍을 뚫는 ‘채널 홀 에칭(Channel Hole Etching)’ 기술이 핵심이다. 최 전무는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44층 옥상에서 수십억 개의 구멍을 지하까지 겹치지 않게 수직으로 파고 들어가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 구멍을 통해 전극을 연결하고, 바깥에 부도체와 게이트를 만들어주는 식이다. 최 전무는 “채널 홀 에칭의 어려움으로 현재 25층 이상 쌓지 못하고 있지만 이론적으로는 무한히 확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경쟁사들과 1∼2년 이상 격차를 벌린 것으로 평가된다.

특허 300여 건 세계 각국에 출원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세계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은 올해 236억 달러(26조3000억원)에서 2016년 308억 달러(34조300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주력 제품인 20나노급 64Gb를 내년 말까지 10나노급 128Gb 제품으로 대체한다는 전략이다. 최 전무는 “앞으로 경기도 화성 공장에서 3차원 원통형 CTF셀을 양산하면서 공정기술을 확립하고 내년 2분기부터 중국 시안에서도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V낸드 관련 핵심 특허 300여 건 이상을 국내는 물론 미국·일본 등 세계 각국에 출원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반도체 특허 크로스 라이선스를 맺고 있는 SK하이닉스의 경우 올해 말까지 기술개발을 완료하고 시장상황을 봐가며 내년 또는 내후년 3차원 구조의 낸드플래시를 양산할 계획이다. 플래시메모리 2위 업체인 일본 도시바는 현재 19나노 공정으로 생산 중이다.

 한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도시바가 미국 샌디스크와 공동으로 40억 달러(약 4조4000억원)를 들여 16~17나노미터급의 낸드플래시 공장 증설에 나선다고 보도했다.

                                                   심재우·조혜경 기자 중앙 2013.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