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175

'패자의 산'이자 '목숨을 살리는 산', 지리산 세석평전

세석평전에 진달래가 피어 있다. 서양 중세시대 전쟁영화를 자주 보는데, 그 압권은 공성전이다. 예를 들어 성 안에는 5000명의 수비 병력밖에 없지만 성 밖의 적군은 5만명이 포위하고 있다. 절대 불리한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 마지막에는 성을 탈출해야 한다. 탈출할 때 지하로 땅굴이 파여 있어서 성 밖으로 아무도 모르게 피신할 수 있는가. 나는 공성전 영화를 볼 때마다 최후의 피신처, 즉 적군이 눈치채지 못하게 탈출할 수 있는 지하 통로가 있는가 여부를 아주 눈여겨본다. 인생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포위된 인생이 어떻게 탈출할 수 있는가? 36계를 생각해 놓아야 한다. 탈출 못 하면 죽는 수밖에 없다. 중국 현대사에서 마오쩌둥의 홍군은 대장정이라는 36계를 놓았다. 국토가 넓으니까 도망갈 수 있는..

여행 2022.05.18

40년전 버렸던 땅의 반전…유엔 최우수 관광마을 뽑혔다, 왜

이미지크게보기 고창 운곡습지는 자연의 놀라운 회복력을 볼 수 있는 생태관광 명소다. 사진 속 장소는 1980년대 초까지 쌀농사를 짓던 농지였는데 농민이 이주한 뒤 40년 동안 방치됐다. 그 사이 버드나무가 밀림처럼 자랐고 800종이 넘는 동식물이 터잡고 살게 됐다.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는 지난해 12월 전세계 32개국의 44개 마을을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로 선정해 발표했다. 한국에서는 마을 두 곳이 포함됐다. 전남 신안 퍼플섬과 전북 고창 고인돌·운곡습지 마을. 퍼플섬은 이미 명소가 됐지만, 고창의 습지 마을은 의외였다. 습지만 따졌을 때 순천만이나 우포늪이 더 우수한 관광자원이 아닐까 싶어서였다. 습지가 가장 아름답다는 봄이 오길 기다렸다. 이달 4일, 신록 눈부신 운곡습지를 걷고 왔다. ..

여행 2022.05.12

포항 해변에 웬 롤러코스터? 단박에 26만명 대박난 기괴 물체

포항 환호공원에 들어선 스페이스 워크. 이달 들어 야간 개장을 시작했다. 해 진 뒤 조명이 들어오면 우주 정거장을 걷는 듯한 기분이 든다. 공업 도시 이미지가 강했던 경북 포항이 달라졌다. 드라마 촬영지로 바닷가 마을이 알려지면서 MZ세대의 방문이 늘어나더니 최근에는 체험형 공공미술 덕분에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촬영지와 SNS 인증샷 명소만 섭렵하려 해도 포항을 구석구석 누벼야 한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다. 도심 한복판과 해변에 꼭 걸어봐야 할 길도 생겼다. 맛난 먹거리도 빼놓을 수 없다. 살이 꽉 찬 대게부터 어민의 허기를 달래던 물회와 얼큰한 모리국수까지, 포항이 아니면 맛보기 힘든 음식이 여행자를 기다린다. 우주 정거장 걷는 기분 포항에 도착해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환호공원이다. 낮은 언덕..

여행 2022.03.10

도예가 신경균과 함께 한 기장·울주 재래시장 여행

장안요 산해진미의 비밀이 이곳에… “법정스님도 제 나물 솜씨 칭찬하셨죠” 도예가 신경균씨가 물건들을 빠르게 훑으며 남창시장을 돌았다. 직접 키운 채소와 산에서 캔 버섯을 들고 나온 할머니들이 신 작가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신 작가는 “장날마다 나오니까 식당 사장인 줄 안다”며 웃었다./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13일, 오전 7시 이른 아침인데도 남창시장은 북적댔다. 1916년 개설돼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울산 울주군의 오래된 오일장(3·8일)이지만 활력이 넘쳤다. 복잡한 시장통을 머리 희끗희끗한 남자가 익숙한 걸음으로 돌았다. 보라색 안경 너머 날카로운 눈빛으로 시장에 나온 물건들을 빠르게 훑었다. 직접 재배한 호박이며 삭힌 콩잎 따위를 들고 나온 할머니들이 남자를 알아보고는 “신 사..

여행 2021.10.30

꼭 가보고 싶은곳 - 옥룡설산 바라보며 차마고도를 걷는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차마고도 길이 16km, 높이 2000m 협곡 우기 끝나는 10월부터 트레킹 하기 좋은 날씨 이어져 이미지 크게보기차마객잔에서 바라 보는 만년설이 쌓여있는 옥룡설산. 인도대륙과 유라시아대륙의 충돌로 야기된 지각운동은 하나였던 산을 옥룡설산玉龍雪山(5,596m)과 합파설산哈巴雪山(5,396m)으로 갈라놓았고, 그 사이로 금사강이 흘러들면서 길이 16km, 높이 2,000m에 달하는 길고 거대한 협곡을 만들었다. 이 협곡은 포수에게 쫓기던 호랑이가 금사강 중앙에 있는 돌을 딛고 강을 건넜다고 해서 호도협으로 부른다. 호도협은 리장에서 샹그릴라로 향하는 차마고도의 길목에 자리한다. 전체 길이가 약 5,000km나 되는 차마고도는 실크로드보다 200여 년 더 오래됐다. 중국 당나라와 ..

여행 2020.08.21

목포의 재발견 ②새로운 관광 매력들

해상 케이블카·유람선·항구포차·목포 9미 사랑받는 여행지는 끊임없이 변화를 꾀한다. 이번 목포 방문에서 또다시 느낀 진리였다. 흔히들 근대문화역사관과 목포의 적산가옥, 유달산 등을 떠올리며 목포를 다 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많다. 그러나 목포는 그 매력을 끝없이 발전시키고 있었다. 목포 해상 케이블카 [사진/성연재 기자] 시원한 목포 해상케이블카 목포 시내에서 유달산 쪽을 보니 지난번 방문 때에는 없었던 케이블카가 보인다. 자료를 찾아보니 목포 해상케이블카는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한 새내기 관광 자원이었다. 그런데 벌써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야간관광 100선에 선정되는 등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최장 길이인 3.23km의 거리를 자랑하는 목포 해상케이블카는 유달산과 다도해를 가르며 산과 바다의 절경을..

여행 2020.07.30

‘행복 1위’ 핀란드 사람들은 뭐 하고 노나요?

여행 숲 여행, 사우나, 얼음물 수영, ‘저세상’ 대회 ‘고무장화’ 패션, ‘얼음물 수영’ 등 젊은층 유행 “우린 행복보단 평온, 만족이란 표현 써” 에로 수오미넨 주한 핀란드 대사 인터뷰 핀란드인은 자연 호수에서 얼음물 수영을 즐긴다. 사진 핀란드 관광청 제공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UN SDSN·유엔 산하 자문기구)는 지난 3월 를 펴냈다. 집계 결과 ‘가장 행복한 나라’는 북유럽 핀란드라고 밝혔다. 3년째 부동의 1위다. 최근 핀란드는 국내 정치 뉴스에 자주 등장한다. 기본소득 도입 논쟁의 ‘단골손님’이다. 2017~2018년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 결과를 두고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갑론을박 중이다. 핀란드 ‘청년 정치’도 화두에 올랐다. 산나 마린(35) 핀란드 총리는 지난해 말 ‘전 세계 ..

여행 2020.06.13